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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가족의 탄생-축구지도자 가족관계 리포트 ②
2023-05-15 07:21:06 189
사진은 내용과 상관없음
‘불신의 말에 상처 받고 응원과 격려에 힘낸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는 가족이다. 가깝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주고받는 한편으로 가까워서 생각없이 던진 말에 깊은 상처를 겪기도 한다.
실력 폄하-타인과 비교 등 불신의 말에 가장 상처 받아
‘축구 때문에 가족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상처가 되었던 말’이라는 질문에는 비교적 진솔한 답변이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숫자인 189명(28%)이 ‘없음’이라고 썼다. 축구인의 삶을 사는 동안 가족으로부터 많은 배려와 격려를 받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가족들은 항상 내 기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줬다”거나 “격려와 칭찬만 들었다”는 답이 이어졌다. “내가 상처를 준 적은 있어도 가족에게 상처를 받은 적은 없다”라는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상처가 된 말 중에서는 ‘불신의 말’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175명(26%)이 재능이나 신체 조건 등을 부정적으로 언급하거나 한계를 단정하며 실력을 폄하할 때 좌절했다. 타인과의 비교로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표현에도 큰 상처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키가 작고 왜소해서 안돼”라거나 “이미 늦었다” 등의 말이 자주 등장했다. “누구는 프로팀 갔다는데”라거나 “쟤는 유명해졌는데 너는 뭐 하니?”라는 비교도 성장 과정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표현이었다. 한 응답자는 “너 때문에 졌다”라는 말을 가족에게 들었다며 “자신의 실책이나 약점은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굳이 나 때문에 졌다고 말하기보다 그냥 격려를 해주면 더 좋겠다”라고 썼다. 훈련 과정의 수고를 폄하하는 말도 적지 않았다. “(노력하고 있는데도)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거나 “그렇게 해서 선수가 될 수 있겠냐” 혹은 “경기 괜히 보러 왔다” 등이 이에 속한다.
다음으로 가정에 소홀하다는 원망을 들을 때였다. 응답자 17%에 해당하는 114명이 이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았다. 주말이나 휴일 경기로 가족들과 여유 시간을 만들기 어려운 ‘특수직업군’의 고충이었다. 장거리 원정 경기 등으로 집을 비우는 기간이 길어질 때 특히 원망의 대상이 됐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 기간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후회부터 아이들이 아빠를 낯설어 할 때 당황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아빠가 없는 자리가 너무 크다”, “애들은 나 혼자 키워?” 등 양육 분담을 요청하는 아내의 말이나 “아빠, 집에 언제 와?”, “아빠는 우리 별로 신경 안 쓰잖아” 등 자녀의 말을 들을 때도 상심이 컸다.
‘그만두라’는 말에도 마음이 무너진 기억이 많았다. 106명(16%)이 “좋아하는 일은 그만 하고 다른 일 하면 안 돼?”라거나 “그렇게 할 거면 그만둬” 등 가족으로부터 축구(지도) 중단 요청을 받았다고 썼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 61명(9%)이 “축구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너 때문에 가족이 모두 희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지도자의 경우 “박봉이라 힘들다” 혹은 “돈벌이가 안되는데 지도자 그만 두면 안되냐”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썼다.
“최고야!”-“고생했다”…… 언제 들어도 힘이 되는 말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짧아도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다.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면 된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말이면 충분하다.
‘축구 덕분에 가족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은?’이라는 질문에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응원과 격려의 말’을 썼다. 응답자 60.4%에 해당하는 411명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응원하고 승패에 상관없이 격려해주는 말에 크게 감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야!”, “멋있다”, “고생했어” 등은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아도 따스한 마음이 전달되는 말이다. “축구 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거나 “네가 행복해 보여서 좋다” 같은 격려도 힘이 되는 말이었다. “실수할 수 있어. 실망하지 마”, “괜찮아. 다음 시합 때 잘하면 되지. 아빠는 할 수 있어” 같은 응원은 의욕이 솟아나도록 만들어주는 말로 확인됐다.
‘신뢰와 지지’(12.4%)의 표현과 ‘성취 관련 칭찬’(11.9%)은 비슷한 비율이었다. 84명이 쓴 ‘신뢰와 지지’의 말은 대체로 비슷했다.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뒤에 가족(부모님)이 있으니 힘내라”, “아버지가 힘들어서 뒷바라지 못해준다고 하면 누나라도 해 줄게. 걱정하지 마!” 등이었다.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는 이에게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축구의 길을 꾸준히 걷게 만든 동력이었다.
81명이 택한 ‘성취 관련 칭찬’의 말 역시 인정욕구를 채워준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 선수가 되어 처음 경기에 뛴 날 혹은 대표팀 선발 소식에 기쁨을 나눈 순간 가장 뿌듯했다는 답변들이 이어졌다. 우승이나 개인 기록 작성 때 들은 말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제자들의 성에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설문 응답자들 모두 축구 지도자라는 점을 떠올리면 자연스럽다. 이들은 “제자들이 프로 선수가 되고 국가대표가 되어 인사하러 왔을 때”, “잘 성장한 제자들이 놀러 와 잘 배웠다고 인사할 때” 혹은 “제자들을 잘 키웠다”라는 말을 들을 때 축구와 함께 하는 삶에 힘을 얻었다.
가족의 ‘자랑과 기쁨’이 되는 말을 쓴 응답자는 64명(9.4%)이었다. 가족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을 때 의욕이 샘솟았다. “선수로 뛸 때나 지도자일 때나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아와 관람하시면서 자랑스러워 하신다”, “(자녀가)친구들에게 아빠가 지도자라 자랑스럽다고 했을 때”, “아이의 다른 친구들이 아빠를 부러워한다고 할 때”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은퇴 후에도 나를 알아 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 아내가 ‘당신 축구 정말 열심히 잘 했구나’라고 해서 기뻤다”라는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그밖에 “가족에게서 듣는 감사인사”, “나 때문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할 때”, “경기 보러 오는 길이 참 설레고 좋다” 등의 말에도 힘을 얻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SURVE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배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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