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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숨은 지휘자 ‘18년 베테랑’ 박덕현 경기감독관

2022-05-20 16:33:30 765


 

경기감독관은 그라운드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총괄한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사명감도 투철해야 한다. 올해로 약 18년 경력의 박덕현(62) 경기감독관도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축구의 주인공은 감독, 선수, 팬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90분을 흥미롭게 채운다. 하지만 이야기가 수면 위로 잘 드러나기 위해서는 판이 제대로 깔려야 한다. 이 판을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다.

 

경기감독관은 이야기가 깔릴 판이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가 온전히 치러지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체크하고 만일을 대비한 조치까지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감독, 선수, 팬이 온전히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과거 지도자 생활을 했던 박덕현 경기감독관은 약 18년의 기간 동안 그라운드의 최종 책임자로 일해왔다. 현재 본업이 따로 있음에도 경기감독관 업무를 누구보다 충실히 수행하며 많은 이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았다.

 

축구 경기에서 꼭 필요한 존재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경기감독관의 세계, ONSIDE는 베테랑 박덕현 경기감독관을 통해 이들의 숨은 노력을 조금이나마 밖으로 꺼내려 한다. 동시에 미래의 경기감독관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인터뷰가 좋은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박덕현 경기감독관입니다. 경기감독관으로 일한 것은 올해로 약 18년 정도 됩니다. 이전에는 축구지도자와 체육사 운영을 했었고 지금은 경기감독관으로 일하면서 스포츠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경기감독관이 되셨나요?

지도자로 일하다가 개인 사정상 쉬고 있었는데 그때 KFA에 있던 지인의 권유로 경기감독관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제가 지도자로 일을 했었기 때문에 경기감독관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기감독관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죠. 대략적인 것만 아는 상태에서 경기감독관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경기감독관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자격이 있나요?

현재는 시도축구협회 또는 KFA 대회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 신임 경기감독관 교육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교육을 이수한 후에는 필기시험과 전산테스트 등을 통과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추후에는 경기감독관, 특히 중앙경기감독관의 자격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경기감독관 총괄 회의 때 최소 고등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한 사람 중 지역리그 경기감독관 경력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에게 중앙경기감독관 자격을 주어야 한다고 건의한 바가 있습니다. 경기감독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주-지역리그 경기감독관은 시도축구협회가 주최하는 초중고리그 권역리그 등을 전담하며 중앙경기감독관은 KFA가 주최하는 K3리그, K4리그, U리그 등에 주로 나선다.)

 

-일주일에 몇 경기를 소화하시나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베테랑 경기감독관의 경우 많게는 일주일에 여섯 번까지 경기를 소화하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 K3리그, K4리그, WK리그, U리그, 전국대회 등을 돌아가며 맡고 있습니다. 배정은 경기의 난이도나 감독관의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의 난이도 파악은 어떻게 하나요?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과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이 맞붙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난이도가 쉬울 수 있습니다. 전력 차가 분명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경기에는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은 심판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투입될 때가 많습니다. 이 부분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죠.

 

-경기감독관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배정을 받게 되면 우선 수락을 합니다. 다음에는 경기에 따라 난이도가 어느 정도일지 파악을 하게 되는데요. 거기에 따라 챙겨야 할 것들을 수첩에 미리 메모하죠. 만약 아마추어 경기일 경우 환경이 열악한 곳은 인터넷이나 프린터 설치가 잘 안 됐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참가신청서나 경기 기록지 등 필요한 서류를 먼저 출력해둡니다.

 

경기 당일에는 현장에 일찌감치 도착합니다. 양 팀 선수들이 도착하기 전에 경기장에 오는데요.도착 보고를 끝낸 뒤에는 경기장 시설 점검을 합니다. 아마추어 경기일 경우에는 시설 점검을 조금 더 꼼꼼히 하는데요. 감독관석과 벤치를 어디에 설치할지 확인하고 스코어보드 설치나 경기장 라인 확인 등도 충실히 진행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응급조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급차와 의료진이 언제 경기장에 도착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너무 중요한 부분이라 몇 번씩 확인합니다. 응급 상황에 대한 조치는 여러 번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조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죠?

맞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죠. 구급차와 의료진 도착 확인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병원까지 왕복으로 얼마나 소요되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산소통과 같은 장비도 잘 갖춰져 있는지 봐야 하죠.

 


 

-경기감독관 한 명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경력이 18년쯤 되다 보니 이제는 임기응변을 잘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입 경기감독관들의 경우에는 이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을 받고 투입됐다고 하더라도 막상 현장에 가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길 수 있거든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경기감독관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평균 2~3년은 잡아야 합니다.

 

-경기 기록이 모두 전산화된 부분도 큰 영향을 미칠 텐데요.

예전에는 수기로 경기 기록을 했지만 지금은 모든 경기 기록이 전산으로 이루어집니다. 경기 후 48시간 내에 기록을 전산 시스템에 올려야 하는데 아무리 꼼꼼하게 확인해도 누락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확인을 여러 번 해야 하고 수정할 부분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기록 누락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기감독관 업무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수기에 익숙한 옛날 경기감독관 중에는 기록이 전산화로 바뀌면서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 분들도 있습니다. 일부는 경기감독관을 그만두기도 하지만 대부분 보수교육을 통해 전산에 적응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도 컴퓨터 세대가 아니라서 전산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경기감독관으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을까요?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8년 전이었습니다. 김해에서 열린 전국대회였는데요. 경기 중 크로스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두 선수가 경합하는 도중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그때 한 선수가 머리를 부딪힌 뒤 뒤로 떨어졌는데요. 그 상황을 보자마자 바로 경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응급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죠.

 

들어가 보니 선수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더라고요. 혀가 기도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상황이어서 부심 기를 활용해 입을 벌리고 말려 들어가는 혀를 빼냈습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죠. 5분 정도 지났을까요? 선수가 눈을 뜨는데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든타임을 무사히 넘긴 후 병원으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때의 경험으로 많은 것을 느끼셨겠어요.

맞습니다. 그래서 경기에 파견되면 가장 우선순위로 챙기는 것이 바로 응급조치입니다. 지도자와 심판이 대립하는 판정 항의 등의 이슈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어요. 그 점에 대해서는 언제든 유려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응급 상황 발생은 사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잖아요. 요즘 어린 선수들은 승부욕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경합 상황에서 피하지 않고 맞부딪혀요. 그래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기감독관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고충은 무엇인가요?

지도자와 심판의 대립 관계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언제든지 생길 수 있어요. 이를 매번 중재하는 입장에서 드는 생각인데 규정에 대한 오해가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판들은 매년 여러 차례 경기 규칙을 까다롭게 교육받죠. 지도자분들도 대부분 운동을 했으니 스스로 경기 규칙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심판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기 규칙 교육을 지도자도 심판만큼 진행해야 오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 지도자분들은 감정이 격해져 우리만 불이익을 당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서로 존중(RESPECT)하려는 자세도 있어야 하지만, 지도자와 심판 모두 경기 규칙 교육을 꾸준히 받는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감독관이라는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약 18년간 꾸준히 했으니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겠죠. 저뿐만 아니라 묵묵히 업무에 헌신하는 경기감독관들이 많습니다. 경기감독관은 감독, 선수만큼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없으면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존중받아야 하고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하겠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경기감독관의 역할이 꽤 많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그래도 경기를 원활히 진행하는데 있어 경기감독관은 꼭 필요한 존재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요. 혹시 경기감독관을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 사명감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THE INTERVIEW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5월호 보기(클릭)  
 

글=안기희

사진=이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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