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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경영인이 돼야한다
2021-05-23 23:16:06 831
축구는 스포츠인 동시에 하나의 산업이다. 전 세계에서 고루 즐기는 스포츠인 축구는 그 산업적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제 축구를 알기 위해서는 산업을 알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그래서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감독은 경영인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감독 = MANAGER
축구 종주국이자 축구 산업의 메카인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감독을 매니저(manager)라 부른다. 구단의 관리, 경영, 운영 등 매니지먼트(management)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다. 축구가 산업적으로 발달하면서 감독의 역할은 선수단 내부 매니지먼트뿐 아니라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대응,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보다 넓어졌다. 최승범 지도자강사가 지난 1월 열린 AFC/KFA P급 지도자 강습회에서 ‘축구 문화와 산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현대축구의 역동적인 내외부적 환경 속에서 지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지도자들은 기술과 전술, 체력에 관한 부분만 중요시했다. 근래 들어서는 생리학, 심리학 측면에서의 논의도 많이 생겨났다. 이제는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팀의 전략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때다. 특히 프로페셔널 레벨인 P급 지도자들은 전체적인 산업의 흐름과 축구 산업의 흐름,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 종사하는 지도자라면 좋든 싫든 이미 축구 산업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축구 문화와 산업에 관한 강의를 생소하고 난해하게 느끼는 지도자일지라도 말이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경력이 많은 지도자일수록 축구에 대한 철학이 고착돼있는 경우가 많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프로스포츠는 재미와 감동을 판매하는 산업이며, 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팬들은 다양하고 역동적인 플레이를 보며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땀 흘리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지도자는 이를 전제 조건으로 두고 팀을 운영해야 한다.
“감독은 경영인이 돼야한다”는 말은 “지도자가 경영인의 마인드를 갖고 산업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팬들과 교감하며 프로스포츠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어떻게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인가, 어떻게 지지층을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팬을 유입시킬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K리그의 좋은 경영 사례로는 안산그리너스FC의 아스나위 영입을 예로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기대주이자 축구 스타인 아스나위를 영입하면서 안산은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좋은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마케팅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아스나위가 경기 내적으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그 가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 내외부적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고 관리하는 것 또한 지도자의 역할이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경기 내외부적 환경과 산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경기 내적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패스트 팔로워, 퍼스트 무버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선진 기술을 빠르게 도입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라고 한다. 그에 앞서 선제적으로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을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고 한다. 최근의 한국축구는 패스트 팔로워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점진적으로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시도할 때다.
4차 산업혁명은 축구 산업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빅데이터 활용이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축구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대두되면서 다양한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 데이터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백해무익하다. 가령 선수의 특성이나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데이터의 양적인 부분만 확인한다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정보들을 얼마나 잘 선택해 적재적소에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에는 몇 해 전부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을 훈련에 도입하고 있다. 선수들의 인지능력과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TSG1899호펜하임, 보루시아도르트문트 등 독일 구단들이 발 빠르게 신기술 도입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을 도입하는 데는 실효성과 비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변화의 의미와 방향성을 통찰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며, 기회가 왔을 때 퍼스트 무버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앞으로 한국축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인터넷이 매우 잘 발달돼있기 때문에 빅데이터 수집 측면에서 유리하다. 빅데이터의 세 가지 요소인 속도, 크기,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산 축구 분석 플랫폼인 비프로일레븐(Bepro11)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융합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다. 지도자들이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최승범 지도자강사는 “축구 산업을 이해했다면 축구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을 찾아야 한다. 서로 다른 영역 간의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는 것”이라며 일상생활에서부터 융합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볼 것을 권장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FOOTBALL TREND'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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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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