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부터 4일까지 파주 NFC에서 ‘2017 KFA 골든에이지 지역지도자 교육’이 열렸다.
대한축구협회(KFA)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골든에이지’가 시행 4년차를 맞았다. 2014년 설렘과 기대 속에 첫 시행된 골든에이지는 3년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더욱 명확하고 견고해졌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연구팀은 2일부터 4일까지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7 KFA 골든에이지 지역지도자 교육’을 열어 2017년 골든에이지의 주요 정책과 개선사항, 코칭 포인트 등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골든에이지 지역지도자는 대한축구협회 등록 지도자 중, 각 시도협회의 추천에 의해 임명된 무보수 자원봉사 지도자들이다. 올해에는 133명의 지역지도자들이 전국 각지의 축구 꿈나무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지역지도자들은 2박3일 동안 14명의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들과 함께 직무교육을 포함한 연령별 핵심 훈련프로그램 교육, 토론과 발표, 야외 실습 등을 거치며 한 해 동안 골든에이지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를 습득했다.
골든에이지의 철학은 ‘기본에 충실한 창의와 도전’이다. 3일 오후 특강에 나선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실장은 한국축구의 문제점이 기본이 되는 기술의 부족과 창의성의 부재에 있다고 했다. 황보 실장은 “기술과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즐기는 축구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슬로건인 ‘꿈꾸고, 즐기고, 나누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지난 3년은 골든에이지의 이 같은 철학을 전임지도자와 지역지도자는 물론 전국 곳곳의 일선지도자와 공유하고자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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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실장은 특강을 통해 기술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건은 코칭의 통일화같은 철학을 공유한 이후에는 같은 지도법, 훈련법이 공유돼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들은 올해도 역시 파주 NFC에서 합숙을 하며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존의 것들을 수정, 보완했다. 4년째 경기도 골든에이지를 담당하고 있는 김길식 전임지도자는 “매일 밤늦게까지 토론과 연구를 계속하느라 힘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책임감을 갖고 즐겁게 하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김 전임지도자는 “골든에이지 시행 첫 해에는 똑같은 훈련프로그램을 갖고 해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지도자들의 코칭 스타일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차가 쌓이고 올해 4년차가 되면서 통일화된 코칭에 대한 인지가 많이 이뤄진 것 같다. 교재에 나온 코칭포인트대로 정확하게 코칭을 하고, 핵심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공유가 점점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된 야외 실습에서는 전임지도자들의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2017 KFA 골든에이지 훈련 프로그램 교재를 토대로 지역지도자들이 실제 훈련 상황을 가정해 코칭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지도자들이 돌아가며 코치 역할과 선수 역할을 맡아 코칭을 주고받았고, 서로간의 피드백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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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식 전임지도자는 올해로 4년째 골든에이지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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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실습 도중 지도자들이 훈련프로그램 교재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1대1 능력과 빌드업2017년 골든에이지의 핵심 과제는 필드플레이어의 1대1 능력 향상과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 향상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발로 공을 갖고 노는 것에 익숙하고 자신 있는 선수를 길러내기 위함이다. 황보관 실장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스피드나 체력은 뛰어나지만 공을 다루는 기술면에서는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권이 아닌 세계축구무대에서 경쟁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 향상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지역지도자에 임명된 박규선(2004 아테네 올림픽 멤버) 한남대 코치는 “내 선수 시절 때와 비교하면 기술적인 면에서 분명 발전은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공이 거의 위로 떠다니는 경기가 많다고 느낀다. 유소년 때부터 최대한 발로 공을 많이 만지면서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져간다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 향상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골키퍼는 기존의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와 같이 중앙수비수 역할 또는 공격의 시발점 역할 역시 요구된다. 유소년 시절부터 특화된 훈련을 통해 발 잘 쓰는 골키퍼를 육성해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2년차 지역지도자인 정호정(여자국가대표팀 출신) 덕천중 골키퍼 코치는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의 중요성은 모두 알고 있지만, 아직은 골키퍼가 발을 쓰는 것에 대해 어색해하고 불안하게 느끼는 지점이 많은 것 같다. 골키퍼와 필드플레이어들이 같이 훈련하고 맞춰나가는 프로그램이 점점 늘어나고 체계화돼 좋다. 앞으로 숨은 진주를 찾아 갈고 닦아 나가는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 향상은 올해 골든에이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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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 멤버인 박규선 한남대 코치는 올해 처음으로 지역지도자에 임명됐다.
즐기는 축구, 기다려주는 지도자성적주의 축구에서 즐기는 축구로의 변화는 한국축구의 오랜 숙제다. 골든에이지는 그 변화의 출발선상에 있다. 선수 개개인의 기술 향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즐기는 축구 환경이기 때문이다. 골든에이지 훈련프로그램은 유소년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축구의 재미를 찾고 축구를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역시 담고 있다.
김길식 전임지도자는 ‘관찰과 기다림’을 강조했다. 김 전임지도자는 “일반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뭘 잘못하면 바로 멈추게 하고 지적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골든에이지에서는 코칭할 때 기다려주는 것을 중요시한다. 방법을 알려준 뒤에는 10번 중에 7번은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관찰하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기량은 뛰어난데 심리적으로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지역, 광역 훈련에서 잘해서 영재센터에 선발했는데,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으니 주눅이 드는 거다. 그런 선수들도 기다려주고 격려해주면 충분히 성장하고 자기 기량 이상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임지도자는 “생각의 변화가 이뤄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많은 지도자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것이 더 보람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제2의 박지성, 제2의 손흥민, 혹은 그 이상의 선수를 키워내는 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도자들의 인식이 변해야 즐기는 축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혼을 내고, 꾸중하며 축구를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이곳에 모인 지도자들의 공유된 생각이다. 골든에이지가 4년차를 맞으면서 일선 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변화했다. 꾸짖음보다는 격려와 칭찬이 많아졌다. 박규선 코치 역시 “우리 때는 많이 혼나면서 배웠던 것 같다. 보다 즐겁게 축구의 재미를 느끼면서 했다면 기량이 좀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한테는 축구가 정말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U-12세 골든에이지의 경우에는 1회차(경기도는 2회)에 가능한 희망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지역훈련 참여의 기회가 주어진다. 골든에이지 선수 선발은 전국대회와 주말리그 대회 관찰, 소속팀 지도자의 추천, 전년도 데이터베이스 등을 종합해 전임지도자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나, 그간 소속팀 지도자가 추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감안한 것이다. 전임지도자들은 보다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관찰할 예정이다.
파주=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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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과 함께 지역지도자로서의 선서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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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명의 지역지도자들이 올 한 해 전국 각지의 축구꿈나무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