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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수의 축구 심리학] '연습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2016-11-14 09:24:00 15,413



1시간 30분. 선수는 이 시간 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 짧은 시간을 위해 선수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들을 연습하고 훈련한다. 그 인고의 시간들이 실전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본능적인 움직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실제 경기 시간은 훈련 시간에 비해 턱없이 짧다. 짧은 시간 동안 훈련 성과를 보여주려면 선수들은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압박감이 심해지면 몸이 무거워지고 정신이 산만해진다.

이러한 압박감 속에서는 오직 ‘자동화’된 기술만이 살아남는다.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 운동을 한다. 운동기술은 반복 연습을 통해 향상되며, 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그 기술이 구사된다. 이것을 ‘자동화 단계’라고 부른다. 자동화 단계에 이르지 않은 선수들은 압박감이 높아지면 실수가 많아진다.

자동화된 플레이를 하면 선수는 경기에 빠져들게 하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자동화를 위해서는 ‘과학습(overlearning)’이 필요하다. 과학습은 성공적이고 올바른 기술들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분석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다. 단, 과학습(overlearning)과 ‘과훈련(overtraining)’의 차이는 확실히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한계치를 무시한 채 진행되는 과훈련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저하시키며, 부상 위험을 키운다. 정신적으로도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낮아진다. 코칭스태프들은 과훈련을 막기 위해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경기장에 들어섰다면 이제는 맡겨야 한다. 작전에, 성공 장면에, 결정한 것에 자연스레 몸을 맡길 때 선수들은 플레이에 빠져든다. 반면 동작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몸이 마비되고 집중이 흐트러진다. ‘왜 이렇게 안 되지?’라고 동작의 잘못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자동화된 기술, 본능적인 동작을 할 수 없게 된다. 실수가 늘고, 플레이에 힘이 들어가고, 느려진다. 연습 때 했던 그 동작은 나오지 않는다.

“연습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시합은 오히려 쉬운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프로선수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는 과학습의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끊임없이 반복 하고 또 반복했던 그 시간들을 믿어야 한다.

연습의 함정
“연습 때 하던 만큼만 해라.” 누구나 한번 쯤 들어보았을 이야기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연습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최고의 기량을 보이던 선수가 경기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연습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최고의 수행을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운동선수의 연습량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연습량이 경기력을 결정한다면 모든 선수들은 매 경기 골을 넣고 승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습과 실전을 비교해보면 연습의 함정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선 연습은 어렵지 않다. 익숙한 장소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진행된다. 상대 팀이나 상대 선수가 없어 편하고, 실수를 했다면 재도전이 가능하다. 당장 승패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수에 대한 부담감과 압박감이 낮다. 더구나 집중에 방해되는 요소인 관중, 심판, 카메라도 없다. 실전은 전혀 다르다. 낯선 상황이 연출되고, 승패가 분명히 결정되기에 심리적 부담감이 높아진다. 외적인 방해요소도 셀 수 없이 많다. 실수한 것을 다시 할 수도 없다. 연습과 실전의 유사성은 제로에 가깝다. 연습만 잘하면 시합에서 잘할 것이라 믿는 선수는 연습형 선수가 된다. 시합에서는 연습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습(PR)과 훈련(TR)을 구분하라
연습의 함정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PR(프랙티스, 연습)과 TR(트레이닝, 훈련)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여자축구의 전설적인 선수 미아 햄은 “프랙티스(PR)와 트레이닝(TR)은 다르다. 프랙티스는 자신에게 부족한 동작을 숙달하는 것을 말한다. 트레이닝을 할 때는 집중력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고 말했다. 연습과 실전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실전을 준비하는 TR과 일반적인 PR을 구분해야 한다.

경기장에서 최고의 수행을 보이기 위해서는 연습 때 시합과 유사한 훈련을 해야 한다. TR은 훈련상황을 실제 경기 상황으로 가정하고, 동료를 상대선수로 간주한다. 긴장감과 압박감 등의 모든 심리적 상태를 시합과 유사하게 만들고,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한다.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다는 자세로 임한다. 관중이나 카메라 등의 외적 방해 요소 역시 이미지로 그려놓는 것도 TR을 할 때 필요하다. 반면 PR은 미비점을 보완하는 목적, 즉 반복 숙달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PR과 TR을 구분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경기를 미리 이겨놓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TR이 시작되면 시합 때와 마음가짐, 집중 상태가 같아야 한다. 시선에서 불꽃이 튀고 몸과 마음이 실전 모드로 전환된다. 실전은 오직 한 번뿐이지만 TR로 실전을 반복해서 여러 차례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연습의 함정에 빠져 있다면 실전다운 TR을 평소 얼마나 하는지 점검해보자.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11월호 'MINDSE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김병준(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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