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의 축구 철학과 성향이 그 팀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코칭스태프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특히나 첫 발을 내딛는 초대 코칭스태프는 더욱 그러하다.
올해 초 창단된 전북 U-15팀(금산중)에는 같은 축구철학' 다른 성향을 지닌 두 지도자가 공존하며 '좋은 선수'' '좋은 팀' 만들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안재석 감독과 안대현 코치다.
두 지도자는 공교롭게도 대학시절부터 절친한 관계를 이어온' 서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각별한 사이다.
“대학 시절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전북현대에서 같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굉장히 친하게 지냈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친하게 지냈어요. 저와 안대현 코치는 잘 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노력’면에서만큼은 뒤지지 않는 열심히 하는 선수였거든요. 또 생활 패턴도 굉장히 비슷했고요. 둘 다 인성' 자기 관리와 절제가 철저한 편이다 보니 단짝처럼 지냈습니다. 각자 쓰는 방이 달랐지만 제가 안대현 코치 방으로 놀러 가서 지냈을 만큼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안재석 감독
성실한 태도와 바른 생활을 한다는 면에서 비슷한 두 사람이었지만 그라운드 내에서 만큼은 확연히 달랐다. 수비형 미드필더 보직을 맡았던 안대현 코치는 저돌적이고 터프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쳤다면' 스트라이커 혹은 미드필더였던 안재석 감독은 피지컬보다는 지능적인 플레이와 기술을 활용한 창조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며 뛰었다.
“플레이 성향만큼은 달랐죠. 안대현 코치는 굉장히 거칠게 수비하고 장악하는 플레이를 펼쳤으니까요. 그와 다르게 저는 움직임' 기술을 많이 중시하면서 뛰었었어요.” –안재석 감독
안재석 전북 U-15팀 감독 ⓒ서혜민
각별하게 지내온 두 지도자였지만 함께 한 시간은 길지 못했다. 안재석 감독이 2년차에 프로 생활을 마치고 일찍이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02년 전북 U-12팀에서 지도자를 시작한 안재석 감독은 전북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공부하는 지도자'가 되었고 선수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부하는 축구선수 육성'에 열을 올렸다.
안대현 코치도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전주조촌초 감독으로 부임한 안대현 코치는 선수 시절 뿜었던 카리스마를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어서도 변함없이 발휘했다. ‘인성’과 ‘기본기’를 중시하며 선수들을 지도한 안대현 코치는 조촌초를 실력도 인성도 일등인 축구의 강자로 만들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지도자가 초등학교 선수들을 가르치던 당시 ‘적’으로 마주했다는 것이다. 전북 U-12팀과 전주조촌초는 초등리그 전북 권역에 함께 속했었고' 두 지도자는 선수에서 감독의 신분으로 경기장에서 재회했다.
“그 때는 서로 최선을 다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워낙 조촌초가 강팀이다 보니 우리 팀(전북 U-12팀)이 항상 지는 입장이었죠.(웃음) 각자 자신의 팀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 안재석 감독
“같은 권역에 있다 보니 선수수급' 그 외 기타 등등 지도자로써의 여러 가지 고충을 함께 겪었었죠. 그래도 두 팀 모두 선의의 경쟁자로 만나서 즐겁게 최선을 다해 경기했던 것 같아요” - 안대현 코치
초등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던 두 지도자는 운명처럼 전북 U-15팀에서 다시 한 팀을 이루게 되었다. 칭찬의 미덕의 안재석감독과 호랑이 카리스마의 안대현 감독은 지도 스타일이 확연히 달랐으나 이 둘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이루었다.
“전북 U-12팀에 있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승패를 떠나 기량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지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가르칠 때는 기본기에 중점을 두고 가르쳤었다면 현재의 선수들은 어느 정도 기본기가 닦여있기 때문에 기술' 전술에 힘을 더 실어 가르칠 수 있어요.”
“그러나 그때와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것이죠. 선수 스카우트를 하러 가거나 외부 행사가 있을 경우 운동장을 부득이하게 비워야 할 때가 있는데' 안대현 코치가 저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또 세심한 코칭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높여주고 있죠." - 안재석 감독
안대현 전북 U-15팀 감독이 훈련 중 선수들에게 지도하는 모습 ⓒ서혜민
“안재석 감독과 제가 추구하는 축구스타일' 축구철학은 비슷합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으라면 가르치는 스타일이겠죠. 저는 운동장에서 엄격하게 가르치는 스타일이고 안재석 감독은 선수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두 사람이 적절하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여 선수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 안대현 코치
다른 성향의 두 지도자에게 축구를 전수받고 있는 이용국과 장우경은 두 지도자에 대해 “코치선생님(안대현 코치)은 운동장에서 호랑이 같으시지만 훈련을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저희에게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잘 대해주세요. 감독님께서도 저희를 위해 말씀 많이 해주시고요. 두 분다 선생님이지만 굉장히 편안하고 좋아요. 두 분에게 배울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고요' 선수들 모두 두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젊고 유능한 두 지도자는 성향은 다르지만 ‘뜻’만큼은 동일하다. ‘좋은 선수’' ‘좋은 팀’ 만드는 것이 이들의 공통 된 목표.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두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축구’는 물론 ‘공부’와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때문에 전북 U-15팀은 ‘공부’시스템과 ‘인성’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두 지도자는 평소 선수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선수들이 스스로 학교 정규 수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매주 3회씩 선수들에게 영어 회화 교육도 진행 하고 있다. 또한 전북 완주에 위치한 장애인 복지시설 ‘정심원’과 자원봉사 협약을 체결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했다.
안 감독과 안코치가 이런 육성 방침을 내세우며 선수들에게 ‘공부’와 ‘인성’을 강조하게 된 데는 전북 U-15팀의 선수들을 ‘축구’밖에 모르는 축구 선수로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지금은 선수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이 중요한 시기에 ‘축구’만 매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즐기는 과정이 있어야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죠. 꼭 축구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 안재석 감독
선수들은 이런 코칭스태프의 영향을 받아 축구와 공부 그리고 인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가고 있다. 초등학교 때에 비해 난이도가 많이 오른 중학교 공부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선수들은 축구만큼이나 공부와 인성을 갈고 닦는데 열심히 하려 한다.
전북 U-15팀의 안재석 감독과 안대현 코치는 앞으로도 선수들이 의도한대로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너무 성과중심이에요. 대부분의 팀들은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잘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저희는 그 생각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북 U-15팀의 본연의 목적은 좋은 선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차별화 된 교육 방침으로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교육 방침이 곧 선진형 시스템이고 우리나라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운동과 학업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것들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구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 안재석 감독' 안대현 코치
운동과 학업,그 외의 많은 것들을 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북 U-15팀 ⓒ서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