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TV협회일반

[위원석이 만난 사람] 박종윤 이스타TV 대표 “유튜브도 미디어다. 그런 책임감을 갖고 있다.”

2024-06-19 17:02:17 714


축구 유튜브 채널 '이스타TV'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윤.
 

 축구계에도 일종의 여론 시장이 있다. 1990년대는 주로 스포츠전문지의 축구 담당기자들이 여론을 주도했다. 잘나가는 스포츠지 하나가 하루 백만부를 찍는다고 큰소리를 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인터넷 매체들이 여론을 이끌기도 했다. 종이 매체들은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이 늦다는 약점을 파고든 속보성이 최대 무기였다. 축구만 전담하는 인터넷 매체들도 다수 생겨났다. 프로야구같은 국내 최고 인기 종목에서도 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지상파 방송은 월드컵이나 올림픽같은 메이저 대회나 K리그의 독점적 중계권을 배경으로 상당 기간 여론 시장의 강자 노릇을 했다.

 

 요즘은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축구 여론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핫한 매체는 단연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이 꼽힌다. 젊은 축구팬들은 이제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매체보다는 유튜버들과 더욱 친숙하다. 이들의 주장에 쉽게 동감한다. 축구 여론 시장이 외견상 이들의 영향력 아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에서 여와 야를 막론하고 극단 성향의 유튜버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현상에는 명과 암이 존재한다. 유튜브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축구 산업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반면 보다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구독자의 성향을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콘텐츠 내용이 채워지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국내 정치 여론 시장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것에는 정치 유튜버들의 이런 폐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시장에서는 유튜버의 영향력이 정치권에 비길 바는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 유튜버들이 사회에 주는 부정적 역할에 대해서는 미리 타산지석을 삼을 필요는 있을 듯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축구 유튜브 채널로는 단연 ‘이스타TV’가 손꼽힌다. 시작도 빨랐고, 현재 구독자층도 가장 두텁다. 정보와 재미를 기본축으로 하는 축구 콘텐츠 채널 가운데 77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대장급’으로 평가된다. 그 뒤를 ‘달수네TV’(61만명), ‘새벽의 축구전문가’(35만명) 등이 잇고 있다.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 가운데는 ‘슛포러브’가 157만명으로 구독자가 가장 많지만, 마치 야외 예능 프로그램같은 성격이어서 ‘라디오 스타’류를 지향하는 이스타TV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이스타TV는 축구 팬에게 널리 알려진대로 해설위원 출신 이주헌씨와 스포츠 캐스터 출신 박종윤씨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 ‘랩추종윤’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회사 이름은 두 사람의 이름과 별명에서 따왔다. 먼저 이들의 성에서 가져온 ‘Lee and Park’을 줄여서 랩(LAP)이 됐다. 연구소를 뜻하는 랩(lab:laboratory의 약칭)을 떠올리는 중의적 의미도 있다. ‘추’는 이주헌 대표의 별명인 ‘추멘’에서 가져왔고, 종윤은 박 대표의 이름 그대로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박종윤(39)씨는 이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재 공동 대표이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 라디오 DJ가 꿈이었던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다. 춘천MBC, 남인천방송의 아나운서를 거쳐 스포츠전문 채널 스포티비에서 본격적인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했다. 여기에서 퇴사한 뒤 이주헌씨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서 축구 크리에이터로 거듭났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스타TV이다. 2016년 축구 개인방송을 시작해 3년 뒤 랩추종윤 회사를 설립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곡동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다. 10층에 있는 사무실과 스튜디오 외에 11층과 4층에도 녹음과 방송을 위한 별도의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었다. 박 대표는 4층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포함해 1시간여 밀도있는 인터뷰를 한 뒤 곧바로 11층으로 올라가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1시간 동안의 두서없는 대화를 유튜브 라이브 방송하듯이 순서대로 그대로 정리했다.  

 

  -이스타TV의 공동 대표가 공저로 2020년에 ‘주식회사 랩추종윤:신박한 뉴미디어 비즈니스의 출현’이라는 책을 펴냈다. 불모지인 축구 팟캐스트에서 뉴미디어 스타트업이 되기까지의 성공담을 다뤘는데, 이 책에서 박 대표가 15분 단위로 시간 관리를 한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하하하, 15분 단위로 시간 관리한다고 책에 쓴 것은 조금 과장한 것이었다. 실제로는 대략 30분 단위로 시간 관리를 하는 것 같다. (이날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는 데에도 2주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의 일정이 워낙 촘촘했던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인터뷰는 당일 오후 4시 정각에 시작했고, 딱 1시간만 가능했다. 오후 5시부터는 곧바로 라이브 방송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이전에 조금 일찍 만날 수 있냐고 사전 질의를 했지만 일정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이렇게 계획을 짜놓고 사는 이유는, 항상 계획을 세워놓아도 계획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안되는 것을 커버하기 위해 계획이라도 잘 짜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내 인생의 철학이 ‘앞으로 벌어질 일이 예상이 잘 안되니 잘 대응하면서 살자’는 것이다. 계획이라도 잘 짜놓아야 대응이 되더라. 계획대로 하다가 우선 순위에서 밀리면 뒤로 미루고 그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닥친 일에 치어서 살까봐 두렵기도 하고.

 

-계획을 짜놓으면 어느 정도 계획대로 되던가. 

계획을 잡아놓은게 10개라고 하면 7개는 하는 것 같다. 나머지 3개는 주말에 하자고 생각한다. 물론 주말에 다른 일이 생기면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기본은 그러려고 한다. 

 

-엄청난 ‘워커홀릭’인 셈인데 힘들지 않은가. 

 일을 좀 열심히 하려고 한다. 힘이 안 든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20대와 30대 초반에 일이 잘 안 풀렸다. 결국 열심히 하는 거 말고는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다른 사람보다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남보다 비교 우위에 있으려면 내가  시간이라도 더 많이 써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쪽잠 자면서, 다른 데 투여할 시간을 좀 줄이면서 나의  일을 더 많이 했다.  

 

 -지금은 이스타TV가 축구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대장급’이 됐고 이른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일에 대한 강박관념은 여전한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최근에는 “정말 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박이 심해지더라. 구독자 250만명인 인플루언서 ‘침착맨’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유튜브나 뉴미디어에서 일하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서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옆으로 넘어진다는 것이다. 그 말이 정말 공감이 됐다. 우리 업계의 특성이 그렇다. 또 하나는 업황의 측면에서 코로나 시기에 뉴미디어가 폭발적으로 활황세를 보이다가 지금은 서서히 우하향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전보다 더 많이 페달을 밟아야 그나마 현상 유지는 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우리 회사가 또래의 젊은 세대들이 함께 일하는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과 함께 한번 종료 지점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냥 언젠가는 끝나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마냥 달리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갖고, 같이 힘을 모아서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거다. 저기는 유튜브 채널로 시작했는데, 그저 한때 잘나갔던 채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뜻이 맞는 젊은 사람들끼리 뭉쳐서 어떤 ‘종료점’을 만들어냈구나하는 평가를 받고 싶다.  



박종윤이 '이스타TV' 공동대표인 이주헌(오른쪽), 김환 해설위원(왼쪽)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 ‘종료점’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도 그리고 있는 것인가.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비전은 국내에서 가장 종합적이고 큰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를 만들어보고 싶은거다. 그게 꼭 게시판 베이스가 아니더라도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콘텐츠가 우리가 구상하는 커뮤니티로 모인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랩추종윤 산하에 자회사를 하나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서 오프라인에서 축구와 관련된 공간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박 대표가 만든 자회사는 공식 브랜드 ‘클랩스(CLAPS)’를 뜻하며 축구하면 떠오르는 종합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한 경제지와 인터뷰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구독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 공간, 행사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 해외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스타TV 방송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옷도 사고, 실제로 경기를 뛰어볼 수도 있는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자본주의적인 접근으로 봤을 때 이 회사가 높은 가치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유튜브가 대세로 보이지만, 여기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가 영속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꼭 이 시스템이 아니라도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자기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창업도 하고 ‘리치 앤 페이머스’까지 이뤄내는 것은 요즘 MZ세대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이뤄낸 것 아닌가. 

 내가 원하는 바를 다 이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반면 우리가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라고 말한다면 조금 기만같기도 하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운이 좋았고, 훈풍을 타면서 조금 유명세가 만들어진 측면은 있다. ‘리치’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 식구 숫자가 그래도 적지 않은데 아직까지는 충분히 급여를 줄 수 있고 또 원하는 신사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기초 공사는 어느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77만명의 구독자가 축구 콘텐츠를 즐기는 채널을 만들었다면 일단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공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일단 시의적절한 시기에 시작을 했다. 모든 성공, 또는 어떤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게 타이밍이더라. 회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주헌 해설위원과 단순히 재밌는 방송 하나 만들어보자, 방송국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우리끼리 해보자고 그냥 시작한 게 전부였다. 그때 마침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 조차도 밖에 나가면 유튜버라고 말하기 꺼려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뉴미디어를 좋아하면서 심지어 선망하고 있다. 마침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사람들이 언택트 시대에 혼자 영상을 보고 즐기는 데 익숙해졌다. 이런저런 훈풍을 탄게 가장 큰 성공의 요인이었다. 그리고 내가 좀 특별했던 것이 딱 하나 있다면 ‘남들보다 한 개만 더 하자’는 정신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제일 열심히 했던 부분이 그것이었다.  

 

 -공저로 쓴 책을 보면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동기부여를 해주는 세가지 방법이 나온다. 하나는 적절한 금전적 보상이다. 특히 콘텐츠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직원의 자존심을 세워주자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에게 청소하지 말고 그 시간에 본업의 일을 하라고 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청소는 업체를 쓰면 된다면서. 셋째는 직원과의 소통 제일주의였다.   

 초기에 팟캐스트를 처음 할 때부터 우리 둘(공동 대표)만으론 부족하니 다른 해설위원들을 초청해 방송을 만들고 싶었다. 그 때에도 지상파 라디오 출연료보다는 우리가 더 주자는 원칙이 있었다. 우리도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 출연료를 넉넉히 받으면 기분이 좋아서 훨씬 좋은 퍼포먼스가 나왔었다. 우리가 앞으로 방송을 잘 꾸리려면 이런 기준을 지키자는 마음이 있었다. 여러 계획은 내가 총괄해서 세우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대부분 직원들에게서 나온다. 그것을 채택하는 것은 나이지만, 아이디어는 직원과의 소통을 통해 얻는다. 그런 아이디어에 대해 충분히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하면 받을 수 있는 '실버 버튼'이 스튜디오에 전시돼있다.
 

 -성공을 이루기까지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을 터인데, 기억나는 위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 냈는가.  

내가 숫자에 집착하는 편이다. 처음 팟캐스트를 시작했을 때 스포츠 부문에서 1위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결국 1위에 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방송이 됐는데 이게 돈이 되지는 않더라. 내가 그때 큰 금전적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만 이 정도 일하는데 월급은 나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안 나오는 거다. 나는 이른바 ‘생계형 방송인’이었으니 이주헌 해설위원에게 “나 이거 못하겠다. 다른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즐거운 인생을 사는게 내 목표인데 그런 삶을 영위하지 못할 거라면 방송이 아닌 것 같다라고 선언했다. 결국 나를 말리기 위해서 방송을 유료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거다. 물론 유료화의 결과는 참담했지만 그때 많은 교훈을 얻었다. 우리는 그동안 정말 속된 말로 ‘뽕에 취해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를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이렇게 적을 줄 몰랐다.

다행히 서서히 구독자가 돌아왔다. 이분들이 “너네가 괘씸해서 방송을 안 들으려고 했는데 한,두 달 떠돌다보니 들을 게 너네 거밖에 없더라. 그래서 아까운 돈이지만 결제한다”라고 말해줬다. 우리가 첫 위기를 극복한 순간이었다. 이후 개인적인 위기와 채널적인 위기가 한번씩 더 있었다.  

 

 -개인적인 위기는 무엇이었나.  

내가 2018년경 스포티비에서 스포츠 캐스터를 하다가 퇴사를 했다. 이전부터 아나운서 준비도 하고, 작은 방송사들에서 뉴스도 진행해보고 그랬으니까 이른바 메이저 방송국에서 한번 방송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종편에서 중계방송의 기회가 왔는데 결국 최종적으로는 결렬됐다. 내가 (뉴미디어 방송에서) 너무 저속한 단어를 많이 쓰는 방송을 한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때 많이 괴로웠다. 뉴미디어에서 방송을 열심히 한 것은 내 생계를 위해서였는데 그게 결국 내 꿈을 방해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힘들었다. 내 발목을 내가 잡았구나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그때 이주헌 해설위원이 MBC에 내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줘서 러시아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다. 이후 SBS와 KBS에도 연락이 와서 다른 지상파 방송도 했다. 그러고나니 충족이 많이 되더라. 개인적인 괴로움이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럼 채널적인 위기는 무슨 일이었나. 

지난 해에 우리가 올린 영상 하나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우리가 원래 의도했던 바는 그게 아닌데 논란이 됐고, 나는 정확하게 시청자들에게 해명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채널의 큰 위기, 회사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대한 연유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사과도 충분히 했다. 아직도 마땅치 않게 보는 시청자분들도 있겠지만 그때 위기를 한 번 잘 넘기면서 우리 나름대로 내성도 생기고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아마 회사를 차리고 난 다음 내가 느낀 가장 큰 위기가 아니었나 한다. (박 대표가 말한 이 사건은 지난 해 7월에 벌어졌던 일이다. 당시 한 매체에서 ‘축구 유튜버 이스타TV는 왜 야구팬의 적이 됐을까?’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스타TV가 한 프로야구팀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주제로 영상을 올렸다가 야구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사건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이스타TV 커뮤니티에 곧바로 사과문을 올리고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야구팬에게 편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갔다. 충분히 검수를 못해 많은 분들이 불쾌할 수 있는 영상이 올라간 것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한다. 축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에 대해선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지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채널 성격상 남자 구독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최근 국가대표나 K리그를 보면 여성팬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축구 콘텐츠 채널이 완전히 ‘남초’ 채널이다.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데 내부적으로 고무적인 것은 최근에 여성 구독자가 조금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예전부터 여성 팬을 공략해야 축구의 전체 파이가 늘어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여성 분들을 모시기 위한 콘텐츠도 최대한 고민하고 있다. 근데 그런 색깔의 방송이 나오면 기존의 남성 구독자들이 좀 안 좋아할 수도 있어서 어떤 비율로 섞어야 하는가를 고심하게 된다. 기존 구독자들의 만족도와 새롭게 유입되는 구독자들의 만족도가 상이하니 그걸 섞는 작업도 부드럽게 해야 한다.



박종윤 대표의 책상 위에는 그의 축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소품이 놓여져있다.
 

-종이신문이나 공중파 방송 위주의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서 요즘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매우 강해졌다. 축구 시장에서 매우 영향력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뉴미디어도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처음에 뉴미디어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뉴미디어가 매체 역할을 하기 시작한 지 좀 오래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주로 다루는 축구, 특히 한국 축구로 좀 좁혀서 말한다면,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가대표팀에 대한 이슈 등을 보자.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도 있지만, 많은 우리 시청자들이 이 채널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영향력을 감안해 ‘너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혹은 ‘팬들의 생각을 빠르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청자와 청취자가 그렇게 생각을 한다면 우리는 이미 매체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되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보면 그런 것(매체로 의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든다. 라이브를 할 때도 우리의 말 한마디에 팬들이 감화하고 동감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던진 이슈로 팬들 사이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때도 있다. 이것은 이미 매체로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해야 되는 것인데, 오히려 우리 판단이 늦었다는 측면이 있다는 거다. 일단 그런 판단이 선 이후부터는 우리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종류의 의견을 내야 되고, 어디에 휘둘리기보다는 우리의 자체적인 취재 능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고 판단했다. 류청 히든K 편집장이나 김환 해설위원 등과 협업하는 데에도 그런 이유가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지금은 우리도 뉴미디어로서 하나의 매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초창기는 자유분방한 방송, 막말 방송,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내용, 술도 마시면서 방송하는 파격 등이 장점이었다면 언론 매체라고 의식하고 자각하면서 이런 당초의 강점과 상충되는 부분도 생길 것같다. 매체로서의 책임감 부분도 그렇고. 

그런 딜레마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고민되는 부분이다. 나는 내가 움직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빨리 수긍하는 편이다. 나는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다. 뉴미디어가 레거시 미디어를 흡수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이 흐름에 순응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휠씬 방송도 마일드해지고 있다. 내가 방송하는 단어의 수위도 순치되고 있다. 원래의 방송을 좋아했던 팬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있는 부분인데, 그래서 기존 구독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른 콘텐츠도 꾸리고 있다. 이스타TV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가는 측면이 있으니 시청자에게 어느 정도 양해해 달라는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다. 최근에 황인범 선수가 우리 채널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우리 영상을 많이 봤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머릿 속에 “혹시 황인범 선수에 대해서 그동안 어떤 이야기를 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웃음). 이런 현상이 일종의 자체 검열이 되면 우리만의 색깔을 잃을 수도 있는거고, 그런 고민속에 있다. 중도를 어떻게 찾아가느냐가  가장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도 하고, 향후 우리의 성공 여부는 거기에 포인트가 있다고 본다.  

 

 -유튜버도 매체이고 미디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는데, 사실 정치권에서는 유력 유튜버들이 레거시 미디어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지 오래됐다. 또 정치권의 여론 시장을 극단화시키는 부작용도 많이 지적되는게 현실이다. 스포츠 시장에서는 정치 시장에서처럼 과도하고 위험한 수준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맹아도 보이는게 사실이다. 유튜브 채널을 미디어 매체로 분명히 인식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클 것같다.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두려움도 있다. 우리가 어떤 비판의 선봉에 나설 만큼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인가라는 부분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 있지만 반면 (시청자들이)우리를 매체로 인식해 주기 때문에 그러한 역할도 놓을 수 없다는 생각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여론을 먼저 형성해서 무언가 위력을 과시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스포츠라는 영역에서 맞는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가는 건 좀 월권이 아니냐라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한 의견을 밝혀라” 또는 “너희들도 논쟁에서 빠지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좀 많이 고민이 되기는 한다.  

 

 -축구 콘텐츠를 다루는 다른 경쟁 유튜버 채널에서 좀 더 강성으로 나서고 있어 고민이 더 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인가.

다른 매체가 어떻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있어서 되겠는가 하는 식의 고민은 사실 전혀 없다. 그것보다는 우리 스스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것이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는 의문이고 고민이다. 우리가 어떤 이슈에 대해서 일부러 소극적일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나면 사실 전혀 그게 아니었던 상황도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주워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폭발적으로 논했을 때, 우리가 얘기했던 것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또 신중해 진다. 그런 부분이 외부에서 볼 때는 소극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하게 가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편이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니 뉴미디어도 어느 순간 올드미디어가 될 수 있다.  

나는 이미 그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뉴미디어의 미래에 대해서 어떤 전망과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튜브를 위주로 한 뉴미디어가 이미 고령화됐다고 생각한다. 플랫폼의 고령화도 있겠고 사용자들도 고령화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성향을 보면 극단적인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껴진다. 예를 들어 아주 짧은 숏폼이나, 2시간 이상의 롱폼은 즐기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주력했던 10분에서 20분 사이의 미드폼은 이제 점점 안보고 있는 듯하다. 이런 현상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고민을 하게 된다. 미드폼은 완벽한 영상 프로그램이지만 롱폼은 오디오로 받아들이는 것같다. 그냥 틀어놓고 자기들 일을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내리막이고 소수가 듣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서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디오 팟캐스트가 다시 올라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아까 이야기한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싶다는 것도 사실 뉴미디어의 한계를 느껴서 새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은 아주 막연하지만, 동시에 가장 유효한 상위의 개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말이다. 또 그게 축구가 됐든 정치가 됐든. 그럼 그 판을 우리가 만들면, 그게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우리만의 플랫폼을 시도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서 다양한 축구 이야기를 하고, 즐기는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겠다는 꿈을 계속 꾸고 있다. (웃으면서)모든 기업들이 가장 관심이 있는 곳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이 어디야? 그럼 나는 거기에 돈을 투자하겠어, 하는 거다. 그런 곳을 계속 고민하다보면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글=위원석(대한축구협회 이사, 前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스타TV    



뉴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망을 이야기하는 박종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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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한국축구 기술철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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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 콜린 벨 감독과 상호합의로 계약 조기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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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사 오늘] 짜릿한 막판 동점골로 스페인과 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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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방향성 담은 기술철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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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화보] A매치 휴식기에도 국내축구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