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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B팀 참가’ K4리그, 어디까지 왔나

2023-06-08 07:50:04 2,263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는 윈-윈을 목표로 한다. K리그 구단들은 젊은 선수들의 실전 경험 증대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의 전력 강화를,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의 허리인 K3·4리그는 위상 강화를 꾀하고 있다. K4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B팀은 매년 늘어 3년차를 맞은 올해 다섯 팀이 됐다. 그간 어떤 효과가 있었고 개선점은 무엇인지 돌아봤다.

 

K4리그는 한국 축구 4부리그에 해당하는 세미프로 리그다. 지난 2020년 기존의 내셔널리그와 K3리그가 통합돼 새롭게 출범하며 만들어졌다. 3부리그 격인 K3리그와 4부리그 격인 K4리그 사이에는 프로 리그인 K리그1, K리그2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승강제가 존재한다. 이는 KFA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의 정착에 있어 K3·4리그가 프로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를 잇는 허리 역할을 맡기 위한 밑그림이다.

 

KFA는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3년에 K1부터 K7까지 승강이 실현되는 완전한 디비전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와의 소통이 필요했다. 소통의 결실 중 하나가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다. 이미 1부 리그 소속 팀의 2군 팀이 하부 리그에 참가하는 모습이 익숙한 스페인, 독일 등의 시스템을 참고했다. KFA와 K리그는 장기적인 안목의 리그 발전과 선수 육성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K리그 구단들이 프로 B팀을 운영할 경우 K4리그에 참가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는 프로 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경기 경험을 쌓고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프로 B팀은 11명의 출전 선수 중 23세 이하 선수를 7명 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K4리그 입장에서는 K리그 구단의 참가로 리그의 지역별 연고지의 균등 분배가 이뤄지는 한편 리그의 위상이 높아지고 다양한 이슈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대구FC B팀의 K4리그 경기 장면
 

미래 위한 투자에 관심 연 구단들

K리그 구단들은 기존에 프로 2군 리그인 R리그(Reserve League)를 통해 1군 경기 출전 기회를 얻기 어려운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과 체력을 유지코자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R리그가 열리지 않게 되면서 이른바 백업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어려워졌다. 자체적인 연습 경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리저브 팀 운영에 드는 예산을 줄이려는 분위기와도 맞물렸다. R리그 중단은 2021년까지 이어졌고, 이것이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 결정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처음으로 K4리그의 문을 두드린 K리그 구단은 강원FC였다. 2021년 당시 대표이사였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실전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다.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마치고 바로 프로에 입성한 젊은 선수들은 잠재력이 있음에도 1군 경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 K4리그에 참가하면 매 시즌 30경기 이상의 출전 기회가 생기는데, 이에 자체적인 연습 경기를 더하면 훨씬 많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물론 B팀을 만들어 K4리그에 참가시키는 데는 추가적인 비용과 정성이 요구된다. 연회비는 물론 클럽라이센스 규정에 맞는 코칭스태프 구성, 홈경기 운영, 원정경기를 위한 이동과 숙박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가 허용된 첫해인 2021년에 많은 구단들이 결정을 주저한 이유다. 결국 2021년에는 강원의 B팀만이 K4리그에 참가했다.

 

강원은 추가 비용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했다. 강원 B팀은 그간 강원의 1군 경기가 열리지 않았던 철원군, 동해시 등에서 홈경기를 개최했다. 강원의 1군 경기는 주로 강릉시와 춘천시에서 열린다. 강원은 B팀의 홈경기를 그 외 지역에서 개최함으로써 그간 K리그와 강원을 다소 멀게 느꼈던 도민들에게까지 다가갔다. 지자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B팀의 운영 비용을 절감한 것은 물론이다.

 

2022년에는 K4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B팀이 네 팀으로 늘었다. 기존 강원 외 전북현대, 대구FC, 대전하나시티즌의 B팀이 합류했다. 강원의 사례에 비춰, K4리그 참가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백업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젊은 선수들의 실전 경험 향상은 물론 부상 이후 복귀한 선수들이나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도 실효적이라는 평가다. B팀 운영 비용으로 당장 1군에 투입할 즉시 전력감을 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분위기다.

 

2023년 올해는 부산아이파크 B팀까지 가세해 K4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B팀이 총 다섯 팀이 됐다. 부산은 통상적인 명칭인 ‘B팀’ 대신 ‘퓨처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특징이다. 향후 팀의 주축이 될 유망주들이 뛰는 팀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한 것이다. 부산은 퓨처스의 홈경기 일정 일부를 1군의 K리그2 홈경기 일정과 맞춰, 팬들이 하루에 1, 2군 경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2군 선수들을 단순히 1군의 백업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단과 팬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미래의 자원으로 각인시킨다는 취지다.


K4리그에서 경기 감각 실력을 끌어올린 양현준은 강원의 간판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제2의 양현준을 찾는다

프로 B팀에 속한 신인 선수들은 K4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프로 데뷔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가장 먼저 K4리그 참가를 시작한 강원이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강원 관계자는 “김대우, 박상혁, 양현준 등 현재 1군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들이 K4리그에서 경기 경험을 쌓았다. 신인 선수들이 경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K4리그 참가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양현준의 경우 2021년 전반기 K4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뒤 K리그1에 데뷔하며 샛별로 떠올랐다. 1년 만에 1군 주전으로 자리 잡은 양현준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남자 A대표팀에 발탁된 바 있으며, 2022년 K리그1과 KFA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3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남자 U-20 대표팀의 주장 이승원도 같은 팀 동료 양현준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올해 강원에 입단해 아직 프로 데뷔전은 치르지 못했지만 K4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챙겼다. 역시 남자 U-20 대표팀 멤버인 대전 소속의 배준호, 배서준은 지난해부터 K4리그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남자 U-20 대표팀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실전 경험과 경기 감각의 부족이었는데, 핵심 선수들이 K4리그에 참가하면서 우려를 다소간 해소했다.

 

K4리그는 K리그에 비해 경기 속도는 느리지만 강한 압박과 거친 수비가 특징이다. 프로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도 있지만, 이미 프로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선수들도 존재한다. 더구나 B팀이라 할지라도 프로팀을 상대할 때 다른 세미프로 팀들이 갖는 승리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하기 때문에 프로 B팀 선수들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리그는 아니다. K4리그를 경험한 한 선수는 “성인 무대의 강한 피지컬 싸움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아이파크는 퓨처스라는 이름으로 K4리그에 참가 중이다.
 

참가 팀 수 늘면 프로 B팀 동기부여 ↑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가 아직 3년차인 만큼 개선돼야할 부분도 있다. K4리그는 프로 B팀의 참가로 수준 높은 경기력과 함께 관중 동원 등의 흥행 효과를 기대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K4리그 경기의 관중은 보통 100명대다. KFA 대회운영팀의 김동기 부장은 “K리그2는 K리그1보다, K3리그는 K리그2보다, K4리그는 K3리그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관중 증가를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프로 B팀들이 참가하면서 생긴 난점은 주로 운영에 관한 것이다. 프로 리그 일정 변경에 따라 K4리그 일정이 영향을 받곤 한다. 잦은 일정 변경은 K4리그에 참가하는 다른 팀들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프로 B팀의 성적(순위)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점도 K4리그의 이슈 창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처음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가 결정된 당시에는 젊고 우수한 자원을 다수 보유한 프로 B팀이 K4리그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때문에 혹여 프로 B팀이 시즌 막바지에 1군 주축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출전시켜 성적을 끌어올리는 일을 막기 위한 운영 세칙을 정했다. K리그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는 프로 또는 준프로 선수가 해당 시즌 K4리그의 정규리그 최종 네 라운드 경기와 챔피언십, 승격 플레이오프, 승강 결정전에 출전하려면 해당 시즌 정규리그 전체 경기 수의 1/3 이상 출전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운영 세칙은 지난해까지만 적용됐고 올해는 없어졌다. 김동기 부장은 “2년간 시행한 결과 프로 B팀은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때문에 무리하게 성적을 끌어올리려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운영 세칙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 B팀의 K4리그 참가 허용 첫해인 2021년, 강원 B팀이 시즌 초반 반짝 연승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6개 팀 중 8위로 시즌을 마쳤다. 2022년에는 17개 팀 중 대전이 5위, 강원이 6위, 전북이 10위, 대구가 12위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프로 B팀들은 17개 팀 중 중하위권에 자리해 있다. 

 

이런 현상은 리그 참가의 목적성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프로 B팀들은 유망주 육성과 경기력 관리에 K4리그 참가의 의의를 두고 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K3리그 승격에 대한 의지도 크지 않다. (K4리그 최종 순위 1, 2위는 K3리그로 자동 승격되고, 3, 4위는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K3리그 하위에서 세 번째 팀과 승강 결정전을 치른다.) 

 

또한 프로 B팀은 1, 2군을 오가는 선수가 늘어날수록 선수 구성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시즌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동기 부장은 “선수 개개인을 위한 동기부여가 적다고 본다”면서 “프로 또는 준프로 선수인 만큼 수당 등의 금전적인 보상에 있어서도 동기부여 요소가 늘어난다면 성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동기부여 문제는 K4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B팀들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점차 해결될 수 있다. 프로 B팀들 간의 경쟁 관계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KFA는 앞으로 K4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B팀들이 더 늘어날 경우, K4리그를 권역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동기 부장은 “K4리그에 참가하는 팀들은 상위 리그와 비교해 재정이 탄탄하지 않다. 적은 예산 안에서 거리가 먼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것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권역별로 리그가 진행된다면 팀 운영이 보다 수월해진다. K리그 전 구단의 B팀이 K4리그에 참가하게 되면 팀 수가 확보돼 권역별 리그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ISSU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6월호 보기(클릭)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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