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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ECT] 무지개는 혐오를 넘어서

등록일 : 2018.08.07 조회수 : 1618
스포츠에서 승리의 가치는 구성원 모두가 정정당당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정정당당함은 서로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나온다. 대한축구협회가 시행하는 리스펙트(RESPECT)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동성애 혐오 발언의 문제성에 대해 짚어본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함께 F조에 속했던 멕시코는 FIFA로부터 벌금 1만 스위스프랑(약 114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6월 18일 열린 멕시코와 독일의 경기에서 일부 멕시코 팬들이 옳지 못한 응원구호를 외쳤기 때문이다. 멕시코 팬들은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공을 잡을 때마다 ‘푸토(puto)’라고 외치며 자극했다. ‘푸토’는 스페인어로 '겁쟁이'라는 의미인데, 게이(남성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은어로도 쓰인다.

FIFA는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반대한다. IFAB(국제축구평의회)가 승인하고 FIFA가 발행하는 경기규칙서 서문만 봐도 알 수 있다. 경기규칙서 서문에는 “축구는 선수, 심판, 코치뿐만 아니라 관중, 팬, 행정가 등에게도 매력적이고 즐거워야 한다. 경기규칙은 사람들이 나이, 인종, 종교, 문화, 민족,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등과 관계없이 축구에 참여하고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월드컵에서 동성애 혐오를 구호로 내세운 멕시코는 FIFA의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 부문에서 삭제한 것이 1990년의 일이다.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며 동성애를 비롯한 다양한 성적 지향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상식이 된지 이미 오래지만, 동성애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와 편견은 아직 남아있다. ‘겁쟁이’를 의미하는 ‘푸토’가 게이를 비하하는 은어로 사용되는 것도 게이에 대한 편견에서 기인한 것이다. 게이를 ‘남성성(?)이 부족한 남자’ 또는 ‘남자답지 못한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롱의 대상이 실제로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이어 역시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조롱의 대상이 됐다.

‘남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혹은 ‘여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성별이분법적인 사고와 폭력적인 고정관념이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을 차별과 혐오 속에 가둔다. 특히 남자축구는 여자축구보다 동성애에 대해 훨씬 더 폐쇄적인데, 이는 축구가 소위 ‘남성적인 스포츠’로서의 입지에 여전히 매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축구선수 중에는 애비 웜백, 나딘 앙거러, 메건 라피노 등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활동한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은 반면 커밍아웃(성소수자가 가족, 친구, 동료 등 사회에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알리는 행위)한 남자축구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변화는 시작됐다. 남자축구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운동이 계속해서 힘을 얻고 있다. 세계 각국의 프로리그에서도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EPL(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이 영국의 성소수자 인권단체 ‘스톤월’과 함께 하는 ‘레인보우 레이시스(Rainbow Lace)’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캠페인 기간 동안 EPL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무지개(=레인보우) 빛깔의 축구화 끈을 묶어 성소수자들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현한다. 여러 가지 색이 모여 아름다운 빛을 내는 무지개는 다양성의 표상이자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상징이다.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개인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2018년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다. 독일 국가대표팀에서 뛰었고, 은퇴 후인 2014년에 커밍아웃한 토마스 히츨슈페르거는 말한다. “다양성은 축구에 단지 색깔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축구를 보다 성공적으로 만든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집단 전체적으로 볼 때도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국가대표팀은 다양성의 가치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20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쥔 프랑스는 ‘무지개 팀(Rainbow Team)’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 23명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다양성의 가치와 힘은 이미 우리 앞에 와있다. 변화의 흐름에 뒤처지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월드컵에서의 혐오 발언이 징계를 피할 수 없듯이.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RESPEC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