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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조소현 “노르웨이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등록일 : 2018.07.16 조회수 : 2799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주장 조소현은 우리나이로 서른이 된 지난해에 이렇게 말했다. “30대가 됐다고 해서 성장을 멈추고 싶지 않다. 계속 성장할 것이다.” 그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조소현은 계속해서 부딪치고 도전하며 성장한다. 2016년 일본 여자축구리그인 나데시코리그의 명문 아이낙고베에서 1년간 뛰었던 조소현은 WK리그에 복귀해 지난해 인천현대제철의 통합 5연패를 이끌었고, 올해는 노르웨이 여자축구리그 토프레시엔의 아발드네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리그 휴식기를 맞아 약 2주간 한국에서 머물고 있는 조소현을 만났다. 지난 4월 아시안컵 때보다 피부가 조금 더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상태였다. “팀 동료들이 시간 날 때마다 밖에 나가 태닝을 하는데, 한 번 같이 나갔다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노르웨이는 물론 덴마크, 네덜란드, 브라질, 카메룬 등 다국적 선수들로 이뤄진 아발드네스에서 조소현은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서 함께 하고 있다.

아발드네스는 노르웨이 남서부의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홀로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북유럽의 생소한 장소에서 축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조소현은 밝고 당차다. 조소현은 “일본에 갔을 때 첫 열흘 정도 힘들다가 괜찮았다.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곳에서 어떻게 잘 적응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힘들어할 시간에) 축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조소현은 노르웨이에서의 1년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확신한다. 벌써 그 절반이 흘렀다. 조소현은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실력을 다시 증명하면서 신뢰를 얻는 일련의 과정은 조소현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성장의 동력이 된다. 조소현은 이런 경험들이 자신에게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후배들이 도전의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그것이 한국여자축구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리그는 어떤 스타일인가?
선 굵은 축구를 한다. 비교적 WK리그는 아기자기하다. 뭐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스타일이 다르다. 노르웨이에서는 짧은 패스보다는 빠르게 골문 앞으로 갈 수 있는 플레이를 주로 한다. 스타일에 따라 배우는 것이 각각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패스 축구를 배웠고, 여기서는 킥 축구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패스 속도나 압박이 빠르다고 느꼈는데, 노르웨이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압박의 강도나 경기 속도가 뛰어나서 배울 것이 있다. 또, 플레이가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하는 공식 같은 것들이 있다면, 여기서는 그런 구체적인 것들이 없는 반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는 것 같다. 모두 장단점이 있다.

-노르웨이 생활은 어떤가?
세금을 많이 낸다. 물가도 비싸다(웃음). 생수 한 병 사기도 부담스러워서 꼭 물병을 들고 다닌다. 오기 전에는 언어에 대한 걱정을 했는데, 노르웨이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 해서 큰 문제는 없다. 팀에 나 같은 외국인 선수가 많아서 다 같이 영어로 소통한다. 나는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온 선수와 3명이서 같이 살고 있다.

-다른 문화권의 동료들과 잘 어울리나?
다들 착하다. 팀에서 나이로 따지면 세 번째인데, 이쪽 사람들은 나이를 전혀 신경 안 쓰니까 서로 나이를 모르고 지냈다. 아시아권 사람이 비교적 작고 어려보이다 보니 다들 나를 귀엽게 보더라. 원래 그런 존재가 아닌데...(웃음) 나중에 내 나이를 알고 깜짝 놀라더라. 사실 나는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동료들이 어려서 그런지 모여서 노는 걸 좋아한다. 특히 브라질 친구들은 흥이 대단하다. 나도 같이 놀기도 하지만 이제는 동료들도 내가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배려해준다. 아, 노르웨이 친구들은 내가 긴팔 입고 있으면 덥지 않느냐고 자꾸 물어본다. 나한테는 분명 추운 날씨에 걔들은 꼭 반팔,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웃음).

-한국이 그립지는 않나?
주변에서도 향수병 없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괜찮은데(웃음)? 그래도 노르웨이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정말 반갑다. 오슬로(노르웨이의 수도)에서 경기했을 때 한인 분들이 와서 응원해주셨다. 너무 반가워서 아무렇지 않게 먼저 인사했다. 다음번에는 더 많이 오신다는 약속도 받았다.

-노르웨이에서 반 시즌을 보내면서 무엇을 느꼈나?
노르웨이 1부 리그에는 12개 팀이 있는데, 1위 팀이 독보적이고 나머지 팀들은 비등비등하다. WK리그 1위 팀인 인천현대제철에서는 늘 이기는 경험만 했다. 여기 와서는 지는 경험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오기도 생겼고, 좀 더 냉정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한국에서도 늘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조금은 나태한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내가 정말 백퍼센트를 다했나 싶은 거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된다. 유럽 진출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일단 부딪쳐보면 배울 것이 생긴다. 다음 시즌에는 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도전의식이 강한 것은 타고난 성향인가?
원래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맞다. 지는 것을 싫어하고, 포기하는 것도 싫어한다. 후천적인 것이 있다면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이다. 국가대표팀의 주장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어디에 가든 한국 대표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는 (지)소연(첼시레이디스, 영국)이 뿐이었다. 누군가는 계속 (해외로) 나가야 앞으로도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곳에 가면 나태해질 수가 없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기회가 될 때마다 후배들한테 해외로 나가라고 이야기 한다. 국내에서만 하는 것과 해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차이가 있다. 리그 수준의 차이는 아니다. 경험의 문제다. 물론 겁이 안 날 수 없다.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선수라 해도 실력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실력을 다시 증명하고 신뢰를 얻기까지 노력과 시간 필요하니까. 그래도 일단 부딪쳐본다는 마음으로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도전하길 바란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더 넓은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서도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

-국가대표팀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상당한데, 힘들진 않나?
힘들다(웃음). 축구하면서 힘든 건 그것뿐이다. 주장은 외로운 자리다. 주장으로서 항상 가운데 자리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힘들다.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고, 항상 가운데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게 힘들다. 그런데 그렇게 제일 힘들 때 성적이 잘 나오더라. 마음을 놓으면 오히려 성적이 잘 안 나온다. 이번에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서 기성용 선수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 남자대표팀도 작년부터 힘든 시간이 많았다. 똑같이 알 수는 없겠지만 주장으로서 많이 힘들었다는 게 느껴졌다. 주장을 오래 하다 보니 축구를 볼 때 늘 주장에게 눈이 간다. 좋아하는 선수들도 다 주장들이었다. 안드레아 피를로, 스티븐 제라드, 박지성, 염기훈...

-조소현이라는 선수에게도 주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주장, 희생, 투지, 터프함 등의 이미지가 따라다니는데?
내 플레이가 터프한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가 있다 보니 더 터프하게 해야 될 것만 같다(웃음). 수비형 미드필더다 보니 내가 뚫리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커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투지라는 말도 식상하긴 하지만 그만큼 당연한 것 아닐까? 투지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8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잘하고 싶다. 우승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4년 전의 아쉬운 기억이 있지 않나(한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북한에 석패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 4년 마다 생각날 텐데, 그 아쉬움을 없애려면 금메달 따야지!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을 봐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