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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ECT] 유소년 경기 중 지도자의 코칭 자제

등록일 : 2018.07.10 조회수 : 4551
스포츠에서 승리의 가치는 구성원 모두가 정정당당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정정당당함은 서로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나온다. 대한축구협회가 시행하는 리스펙트(REPECT)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초등부 8인제 축구 도입과 함께 화두로 떠오른 코칭 방식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년부터 초등부 8인제 축구를 정식 시행한다. 강원도축구협회가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등축구리그에 8인제 축구를 1년 먼저 도입하면서 2018 대교눈높이 전국초등축구리그 강원 권역에서 시범적으로 8인제 축구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기존 11인제 축구에서 8인제 축구로 바뀌면서 생기는 경기장 규격, 경기 규칙, 심판 운영 등의 물리적 차이점도 흥미롭지만, 경기 중 코칭 방식의 변화 역시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8인제 축구에 적용된 지침에 따라 지도자는 특정 시간 동안만 코칭을 할 수 있게 됐다. 경기 시작 전, 선수 교체 시, 하프타임, 그리고 전후반 각각 2분(13~15분)씩 주어지는 코칭타임이다.

지도자가 경기 중 일어나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모습은 모두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지도자의 세세한, 혹은 강압적인 지시가 선수들의 판단력과 의사결정능력을 무시함으로써 창의성 발달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늘 있었다. 8인제 축구에서는 11인제 축구보다 선수 개개인이 공을 잡는 시간과 횟수가 많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1대1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선수들이 경기 중의 여러 가지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코칭이 자제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U-12 단계에 8인제를 도입한지 10년이 넘었다. 지난 2월 영덕에서 열린 2018 MBC 국제 꿈나무 축구대회에서 만난 세레소오사카 U-12는 경기 중 코칭 자제에 있어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 팀이다. 세레소오사카 U-12의 토리즈카 노부히토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을 격려하거나 칭찬하는 것을 제외하고서는 선수들에게 많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실점을 하더라도 웃으며 선수들을 위로하거나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전체적인 플레이에 대한 조언을 했다.

토리즈카 감독은 이 같은 코칭 문화가 “성적보다 선수들의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토리즈카 감독은 “팀의 승리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한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통해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선수들이 매 경기, 매 순간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선수 스스로의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그것이 실수로 이어지더라도 질책하기보다는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세레소오사카 U-12는 이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결국 성적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 됐다.

이미 8인제가 정착된 일본과 이제 도입 과정을 거치고 있는 한국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승리와 성적을 우선으로 여기던 문화가 한 순간에 바뀌긴 어렵다. 강원 권역 리그에서 시범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경기 중 코칭 자제 지침은 변화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강릉 성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성덕초와 속초초의 경기를 찾았을 때 변화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이돈학 성덕초 감독과 박준헌 속초초 감독은 경기 중 이따금씩 습관처럼 벌떡 일어나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다 머쓱하게 다시 자리에 앉곤 했다.

아직은 신선하고 어색한 모습이지만 변화는 분명했다. 이돈학 감독은 달라진 코칭 방식에 대해 “아직 서툰 게 사실이다. 아직은 습관적으로 자꾸 말이 튀어 나온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적인 판단력을 기른다는 면에서 좋은 취지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들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덕초 5학년 권도윤은 경기 중 감독의 지시를 받을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아직은 위치를 잘 못 섰거나 했을 때 도움을 못 받는 게 어렵다. 혼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강원 권역 리그에서의 8인제 축구 도입으로 나타나는 변화와 효과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내년 정식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에도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며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 본부석에서 성덕초와 속초초의 경기를 지켜봤던 조덕제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은 “지도자들이 의식적으로 지시를 참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드리블, 패스 등 공을 갖고 스스로 해보려는 모습이 나와 보기 좋았다”면서 “경기 중 코칭의 범위를 조절한다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잘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7월호 ‘RESPEC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