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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한국 유소년 축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묻다

등록일 : 2017.04.18 조회수 : 6245
유소년 축구는 선수 육성이 먼저일까, 성적이 먼저일까.
'유소년 축구는 선수 육성이 먼저냐, 성적이 먼저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말 간단하다. 선수 육성이 먼저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 유소년 축구의 현실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래서 <ONSIDE>가 한국 유소년 축구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발전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인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단계별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어린 선수들의 볼터치 횟수를 늘리고, 기술 발전이 용이하도록 스몰사이드게임 및 8인제 경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다. 유소년 축구의 현실은 성적을 내야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고, 선수 수급이 용이한 체제다. 학원 팀의 경우에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 8인제를 실시하면 당장 11인제와 비교해 3명의 출전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적에 얽매이지 말고 선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은 공허하다.

<ONSIDE>가 좌담회를 마련한 것은 일선 지도자들의 생각을 공유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발전방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좌담회에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및 일선지도자 5명이 참가했으며 협회 기술교육실의 김종윤 기술연구팀장이 사회를 맡았다.

<좌담회 참석자>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실 실장)
홍언표 (무원초등학교 감독)
“1993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1999년부터 18년 동안 무원초등학교 감독을 맡고 있는 홍언표입니다.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대한축구협회의 노력은 잘 알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오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경량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올해로 3년차 전임지도자입니다. 전북 현대에서 10년 간 선수 생활을 한 뒤 뉴질랜드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전북 산하 유소년 팀인 영생고등학교에서 6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협회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오성환 (국가대표팀 피지컬 코치)
“축구를 좋아해 연세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했고,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해 독일로 유학을 갔습니다. 보쿰 대학에서 석사,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협회로 오게 됐습니다. UEFA B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라이프치히 유소년 팀 감독도 맡았습니다.
구태윤 (창원초등학교 감독)
“토월중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창원초등학교에서 14년째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마침 파주에서 A급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 영광입니다.”
토론에 임하고 있는 참석자들. 왼쪽부터 구태윤 감독, 오성환 코치, 황보관 실장, 김경량 전임지도자, 홍언표 감독
"일단 한국 유소년 축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원 팀을 맡고 계신 두 지도자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실 텐데요.“

구태윤 대한축구협회가 실시하는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나 8인제 시행 계획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계약직인 지도자는 성적에 따라 선수 수급이 달라지고, 경우에 따라선 성적이 나지 않지만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협회는 성적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들의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과 제도가 받쳐주지 않으니 혼란스럽습니다.

홍언표 최근에는 클럽 팀이 활성화되면서 학원 팀과 클럽 팀의 불평등 문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클럽 팀은 지역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선수를 모을 수 있지만 학원 팀은 그게 불가능하거든요. 학원 팀이 클럽 팀에 비해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현재 제도는 클럽 팀에만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학원 팀이 원활하게 선수 수급을 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요?”

홍언표 교육부에서 특기 중점 학교를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이 학교의 운동부는 관할시에 있는 선수들이 모여서 훈련하고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러면 전학을 하지 않고도 선수 수급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선수 등록이 가능하도록 문호를 열어주고, 교육부에 특기 중점 학교 지정에 관한 협조 공문을 보내 도와준다면 좋을 듯 합니다.

구태윤 경남 지역에서는 수영 종목이 위와 비슷한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요. 수영장이 있는 곳에 선수들을 모아서 훈련을 시키고 경기에도 출전시키는 거죠.

김경량 정부 차원에서 생활체육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원 팀에 제약 사항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학원 팀도 클럽의 장점을 수용하는 쪽으로 변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특기 중점 학교를 지정하는 것은 지정되지 않은 학교에서 불만을 가질 수도 있으니 차라리 모든 학원 팀이 좀 더 자유롭게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쪽으로 바뀌는 게 나을 듯 합니다.

“최근 협회에서는 선수들의 기술 발전을 위해 스몰사이드게임을 장려하고 8인제 경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황보관 제가 먼저 배경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어떤 학교는 매번 좋은 성적을 내지만 대표팀 선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또한 축구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다들 어린 선수들의 기술 발전이 더디고 특징 있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협회에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이 현재 시행하는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나 추진하려고 하는 스몰사이드게임 및 8인제 도입입니다. 물론 8인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지만 축구 선진국에서는 이를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스몰사이드게임이 유소년 축구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홍언표 저는 8인제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지도자의 지도 방식이 바뀌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저희 학교는 6학년들을 훈련시킬 때도 4대4, 5대5를 적극 활용하거든요. 교육을 통해 지도자의 의식을 바꿔야 할 일인데 이것을 제도로 못박아서 ‘이대로 하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대한축구협회장배 7대7 대회를 시행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거기서도 뻥축구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되면 11명이 뛸 때에 비해 선수에게 기회가 덜 가는 거 아닌가요?

오성환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스몰사이드게임에 관한 논문도 작성했고, 독일에서 스몰사이드게임을 하는 걸 자주 봤습니다. 독일에서는 스몰사이드게임을 할 때 롱킥을 제한합니다. 만약 골킥이 중앙선을 넘으면 볼 소유가 상대편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교체는 핸드볼이나 농구처럼 수시로 가능합니다. 교체를 안 시키고 뛰는 선수만 계속 뛰게 하면 스몰사이드게임을 시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시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계속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엄청납니다. 그래서 이기려면 오히려 선수 교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는 20분씩 3쿼터 혹은 30분씩 2쿼터를 합니다. 현재 한국 초등학교 축구가 총 50분이니 전체 경기시간도 더 길어서 교체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몰사이드게임은 볼터치 횟수를 늘리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피치 크기를 적절히 정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황보관 앞으로의 축구 경기는 핸드볼처럼 될 것입니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골문 앞에서의 공방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스몰사이드게임은 골문 앞에서의 공방을 빈번하게 하고, 본능적 기술 발현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봅니다.

“스몰사이드게임에 대해서는 더 많은 홍보와 연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씩 부탁드립니다.”

구태윤 저희 학교는 저학년은 클럽리그, 고학년은 초중고리그에 참가하는 식으로 이원화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방 팀은 재정이 열악해 학원 팀으로서 받는 지원금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클럽으로 전향하려면 전액 학부모 돈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이는 부담이 따릅니다. 학원 팀이 선수 수급이나 재정 면에서 좀 더 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으면 합니다.

홍언표 축구에서도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부모님들의 과도한 교육열 때문에 선수가 학교 훈련과는 별도로 사설 레슨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릴 때는 축구를 즐기고, 축구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량 오늘 일선 지도자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성적이 정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같은 제도라면 더 많은 팀들이 클럽으로 전향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보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성적이 필요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의 유소년 시스템은 (성적을 내는) 몇몇 지도자만 혜택을 보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지도자가 성공할 수 있게 바뀌어야 합니다.

두 시간 동안의 좌담회를 마친 뒤에도 참석자들은 한국 유소년 축구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았다. 이들 모두 기본적으로 선수의 개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방법론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이러한 차이는 얼마든지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4월호 'CHECKPOIN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