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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정수 감독 “결과도 희망도 놓칠 수 없다”

등록일 : 2018.06.29 조회수 : 2637
AFC U-16 챔피언십 대비 3차 소집훈련 현장에서 만난 U-16 대표팀 김정수 감독
결과도 잡아야 하고, 미래를 위한 희망도 잡아야 한다. 한국 U-16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정수 감독(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에게 주어진 숙제다.

U-16 대표팀은 오는 9월 20일부터 10월 7일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AFC U-16 챔피언십 본선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 U-16 챔피언십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인 이라크를 비롯해 호주, 아프가니스탄과 함께 D조에 묶였다. 총 16개 팀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4개조 상위 2팀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대회 4위까지는 2019년 페루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에 나간다.

지난해 미얀마에서 열린 U-16 챔피언십 예선전에서 한국은 중국, 미얀마, 필리핀을 모두 꺾고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그리고 결전을 앞두고 있는 올해 세 차례의 소집훈련을 진행하며 전력을 다지고 있다. 27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U-16 챔피언십 대비 3차 소집훈련을 진행 중인 김정수 감독을 만났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결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희망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회가 3개월 정도 남았다. 잘 준비되고 있나?
계획한대로 진행 중이다. 1차 소집훈련을 시즌 초에 하지 않고 4월로 미뤘고, 2차 소집훈련도 5월에 진행했다. 3차 소집훈련은 6월 18일부터 했다. (선수들의 소속팀 일정을 고려해) 소집훈련을 중반부로 미뤄서 연계성을 확보했다. 3차 소집훈련까지 기본적인 부분을 모두 완성하려 한다. 7월에는 대회가 열리는 말레이시아로 나가서 전지훈련(7월 5일~18일)을 진행하는데, 대회 일정과 동일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현지 유스팀과 네 차례의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돌아와서 8월에는 세밀한 부분을 최종적으로 잡고, 마무리 훈련을 통해 완성하려 한다.

- 무더위와 싸워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대회가 무더운 나라에서 진행되기에, 많이 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는 게 기본이다. 요즘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봐도 알겠지만 활동량이 떨어지면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다. 소집훈련 포커스도 이에 맞췄다.

- 본선에 갈 선수들은 어느 정도 가려졌는지?
90% 정도 가려졌다. 부상이라는 돌발 상황 때문에 소집훈련은 30명 정도로 진행 중이다. 대회를 앞두고 최종 23명을 가려낼 것이다. 3차 소집훈련에는 28명의 선수들을 불렀다. 더운 날씨를 감안하고 대회를 치러야 하기에 많은 활동량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볼 것이다.

지금 U-16 대표팀은 윗세대 선수인 김정민(오스트리아 리퍼링)처럼 특출 난 선수들이 없다. 그래서 1차 소집훈련 때부터 팀 스피드 향상 등 팀 전체 전력을 높일 수 있는 데 집중했다. 물론 대회 우승권에 가려면 해결사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우리팀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긴 있다. 하지만 이 선수를 먼저 쓰는 것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 상대 힘을 빼놓은 뒤 투입시켜 결정을 짓는 역할을 맡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스피드와 결정력,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팀에 있으니 상황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생각이다.

- U-16 챔피언십에서 만날 호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는 피지컬이 좋은 팀들이다.
그래서 연습경기를 주로 대학팀으로 잡았다. U-16 대표팀보다 레벨이 높아야 한다. 빠르고 힘 있는 대학 선수들이 연습경기 상대로는 제격이다. 일부러 그렇게 한다. 골을 많이 내주는 걸 떠나서 많이 부딪혀봐야 한다.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고 있다. U-16 챔피언십에서 만날 상대팀들이 피지컬적으로 우세에 있는 만큼, 선수들 스스로가 강한 상대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느꼈으면 한다. 물론 밥도 잘 먹어야 한다.

- 아프가니스탄같은 팀은 자료가 많이 없을 텐데?
맞다. 자료가 정말 없다. 어차피 아프가니스탄과의 경기는 두 번째로 열리니 현지로 가서 아프가니스탄의 첫 경기를 직접 보려고 한다. 분석관 선생님도 최대한 자료를 찾아주고 있다. 하지만 상대의 자료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가 먼저 준비를 해놔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베일에 가려진 팀이라고 해도 우리가 준비를 완벽히 한다면 두려움은 없다.

- 팀 분위기는 어떤가?
선수들이 모두 힘들어한다. 소집훈련 공백기가 길지 않고, 중간에 소속팀 경기들도 있으니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소집훈련 강도가 다른 팀에 비해 많게는 다섯 배 이상이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어쨌든 부상자만 안 나온다면 목표로 한 훈련 계획은 모두 채울 것 같다.

- U-16 대표팀 주축이 고등학교 저학년들이라 소속팀에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고 있다.
팀에서 비중이 없으니 훈련양도 부족하다. 지난 4월 1차 소집훈련 진행 당시 선수들을 6개월여 만에 소집했는데, 몸 상태가 모두 좋지 않더라. 다시 끌어올리려니 정말 힘들었다. 소집훈련 전 선수들에게 과제를 하나씩 내줬는데, 이를 수행하고 팀에 들어오는 것도 버거워했다. 물론 제일 좋은 건 소속팀에서 뛰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유소년 축구 현실상 저학년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를 자주 출장하기에는 힘들다. U-16 챔피언십 상대팀들이 피지컬적인 면에서 모두 뛰어나기에 힘을 발전시켜야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데, 그래서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U-16 대표팀은 지난해 미얀마에서 열린 AFC U-16 챔피언십 예선에서 전승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 U-17 월드컵 출전권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선수들에게 U-17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2015년 칠레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을 코치로 다녀왔기에 잘 알고 있다. 나도 칠레를 다녀와서 많은 걸 느꼈고, 경험한 것도 많기에 선수들에게 수시로 이야기한다. 당시 U-17 월드컵을 다녀온 선수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직접 경험해본 선수들이 이야기해주면 눈빛부터 달라지더라.

선수들이 어리다고 하지만, 사실 어린 선수들이 아니다. 알건 다 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나도 될 수 있으면 돌려서 얘기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얘기한다. 요즘 어린 선수들의 목표는 대부분 해외 진출인데, 너희가 목표로 하는 해외 무대에 나가려면 U-17 월드컵이 가장 빠른 무대라고 말한다. 선수들 모두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은 가지고 있는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행동들은 안타깝게도 안하더라.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U-17 월드컵 영상을 포함해 스타 플레이어들의 인터뷰 등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은 2016년 U-16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이듬해 열린 U-17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 이전 대회를 못 나갔기에 부담감이 클 것 같다.
주변에서 부담을 많이 주더라(웃음). 물론 내가 지금 이 팀을 맡고 있기에 그런 부담감은 당연하다. 선수들도 태극마크가 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지난해 U-15 대표팀 연습경기 당시 초등학교 선수들이 견학 차 경기를 보러 왔는데, 그 선수들에게 U-15 대표팀 연습경기를 보고 느낀 점을 써서 달라고 했다. 대부분 ‘나도 U-15 대표팀 형들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내용들이었다. 이런 걸 선수들이 보고 느껴야 한다. 대표팀 선수라면 어쩔 수 없이 부담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는 선수만이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다. 겪어보고 스스로 이겨내야 좋은 성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나의 역할은 선수들이 스스로 부담감을 이겨내도록 해주고, 상황에 따라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올바른 자기 관리법과 멘탈 향상 모두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주위에서 지켜보는 시선들이 많기에 정말 잘해야 한다.

- 이 연령대를 지도하면서 느낀 고충이 있다면?
습관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내가 틀을 잡아줘도 소속팀에 갔다 오면 그 틀이 사라진다. 그러면 다시 틀을 잡아야 한다.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서로 엄청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거다(웃음). 어린 연령대일수록 자아가 강하지 않지만 16세 이하, 지금 이 연령대부터는 자아가 강해진다. 경계선이라고 봐야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오면 생각하는 게 많이 바뀐다.

나도 지난해와 올해 이 선수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지난해 U-15 대표팀의 경우 내가 앞에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간 게 많았지만 올해 U-16 대표팀이 돼서는 선수들 스스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한다. 잘하면 자기들이 좋은 거다.

- 건전한 경쟁도 필요하겠다.
요즘 선수들은 어떨 때보면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뛰는 것 같다. 부모나 감독 등. 그렇게 남을 위해서 뛰다 보면 멘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사회 자체가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나? 많이 낳지도 않고.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투자를 많이 해서 누구나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니 결국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이번 3차 소집훈련에서 2003년생 선수들을 다섯 명 불렀다. 2002년생이 주축인 팀에 이렇게 많은 2003년생 선수들이 들어와 있는 건 처음일 것이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쟁을 통해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축구 선수는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 평가가 좋아야 경기에 출전하는 건 당연하다. 2003년생 중학생들도 좋은 모습 보여주면 경기에 나갈 수 있다. 다행히 이 선수들이 형들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 쉬라고 해도 스스로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볼까? 현재 U-16 대표팀의 왼쪽 측면 수비수는 이태석(서울오산고)와 김륜성(포항제철고)이다. 이전까지는 이태석밖에 없었다. 경쟁자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김륜성이 들어오면서 두 선수 모두 눈빛이 달라졌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니 기량과 멘탈 모두 성장하는 게 보이더라. 아파도 둘 다 쉬지 않고 스스로 하려고 한다. 운동장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펼친다(웃음). 지금은 둘 중에 한 명만 쓰는 게 아쉬울 정도로 둘 다 너무 잘한다. 감독으로서는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아지니 일석이조다.

- 이번 U-16 챔피언십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이전 대회에서 U-17 월드컵 진출권을 못 땄기에 우승과 U-17 월드컵 진출권을 동시에 잡을 것이다. 물론 결과만큼 중요한 건 내용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력으로 나선다면 결과는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한국 축구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정수호는 지난 U-17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씻을 수 있을까?
- 다른 얘기를 해보자. 언제부터 전임지도자가 됐나?
올해로 5년째다. 예전부터 전임지도자를 해보고 싶었다. 연령별 대표팀도 맡을 수 있고, 일반 지도자들보다 먼저 트렌드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사실 전임지도자 생활을 5년 간 하면서 프로팀으로부터 콜을 받은 적도 2~3차례 있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에서) 나가라는 말만 한다면 계속 있고 싶다. 정말 재미있다.

일반 지도자들과 달리 유소년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전임 지도자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게다가 이곳에는 다양한 사람들도, 선수들도 있다. 외국 팀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전임지도자들도 같은 생각이다. 물론 고충도 있다. 단기간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팬들은 국가대표팀을 포함한 연령별 대표팀의 결과에 주목한다. 부담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 U-16 대표팀은 전임지도자 김정수의 첫 번째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전임지도자가 된 이후 U-13 대표팀을 이끌고 교류전을 먼저 했다. 지금 U-16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서재민(서울오산중) 같은 선수들은 U-13 대표팀 교류전 당시 내가 데리고 있었던 선수다. 그 때부터 봐왔기에 좋은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때 봤던 선수들 중에 서재민처럼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을 U-16 대표팀에 데려와 경쟁시키니 눈에 띄게 성장했다. 건전한 경쟁 관계다. 좋은 선수들은 빨리 월반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경쟁을 통해 그 연령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면 더 좋다. 올 시즌부터 프로 계약 가능 연령이 만 17세로 낮춰졌고, 준프로계약도 가능하기에 최대한 빨리 프로로 진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축구 외적인 부분도 신경 쓴다. 이는 기본이다. U-16 대표팀 정도 되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다. 일정표 안에서 최대한 자유를 허용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지난해 U-15 대표팀 때부터 준비를 많이 했기에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컨트롤한다. 올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자기가 자기 생활을 관리 못하고 훈련에도 불성실하게 임한다면 다음 훈련에 들어올 수 없다. 물론 이 사실도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 현역 시절 수비수였기에 U-16 대표팀 수비수에게 전해줄 노하우도 있겠다(김정수 감독은 1997년 대전시티즌에서 데뷔해 2005년 부천SK에서 은퇴했다. 대전시티즌 창단 1호골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나는 참 시대를 잘 타고난 선수였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선수로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키가 크지도 않고, 스피드가 빠른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도자가 되고 난 뒤 선수들에게 내 경험을 많이 얘기해준다. 갈수록 느끼는 거지만, 어릴수록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이 되지 않으면 성장이 힘들다. 더욱이 요즘 수비의 대세는 멀티 플레이다. 공격수도 수비를 해야 하고, 수비수도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해야 한다. 기본이 되지 않으면 멀티플레이는 힘들다. 물론 어린 선수들은 이를 받아들이려면 힘들 것이다.

-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
‘김정수 감독은 이런 축구를 한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 물론 축구의 흐름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변화는 적절하게 입혀야 한다. 하지만 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색깔은 명확해야 한다. 누가 봐도 김정수 감독의 색깔은 이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만의 색깔을 명확하게 구축하는 게 지도자로서 가진 목표다.

무엇보다 미래 지향적인 팀을 만들고 싶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팀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 축구는 외국의 흐름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스페인의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전술. 스페인에서 주로 쓰임)를 무조건 따라한다고 해서 스페인 축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이드를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플레이처럼 한국 축구가 낼 수 있는 장점을 살린 뒤 그 위에 외국의 좋은 플레이를 입히는 게 핵심이다. 한국과 외국의 장점을 살려서 팀에 맞는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파주=안기희
사진=안기희,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