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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현 감독이 대학생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법

등록일 : 2018.04.11 조회수 : 3155
홍익대 박창현 감독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박창현 감독이 이끄는 홍익대는 올해 1월 경남 창녕에서 열린 제 14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아주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이 대회 우승 이후 10년 만에 정상 탈환이다. 지난해 3월 부임한 박 감독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소통으로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성과다.

- 선수와 어울려 공 차는 감독
“무릎을 다쳐서 걷기가 불편해요.”

<ONSIDE>와의 인터뷰를 위해 나타난 박창현 감독이 목발을 짚으며 멋쩍게 웃었다. 박 감독을 만난 곳은 천안제일고와의 연습 경기가 펼쳐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인조구장. 목발에 의존한 박 감독이 자리를 옮기기 위해 절뚝거리며 이동하자 연습 경기를 앞두고 운동장 구석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감독님! 다리가 더 두꺼워지신 것 같아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같은데...”

사정을 들어보니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쳤단다. “종종 선수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데 그 날은 좀 무리했나 봐요.”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지만 박창현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아들 같은 선수들과 함께 몸으로 부딪히면서 축구를 하다가 다쳤으니 괜찮습니다.”

박창현 감독은 홍익대에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유연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선수들은 감독에게 벽을 세우지 않았고, 스스럼없이 다가섰다. 소통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농담에도 박 감독은 허허 웃으며 맞장구쳤다.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노력했죠. 제 아들도 대학생인데, 그래서 그런지 이 연령대의 심리를 잘 알거든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같이 대화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거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서 얘기해요.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서로 잘 알게 됐고, 빨리 가까워지더라고요.”

- 파리아스로부터 배운 ‘유연한 분위기 만들기’
유연한 분위기는 창의적인 플레이로 이어진다. 박 감독은 위아래 구분 없이 소통하는 문화 속에서 각자 역할을 스스로 찾아낸 것이 대회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선수들에게 ‘무조건 해’라고 명령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어요. 알아서 하게끔 유도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죠.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인지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한다면 팀은 자연스럽게 발전합니다. 덕분에 1,2학년 대회를 우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박창현 감독은 대학 축구 지도자라면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서다.
박 감독의 이런 생각은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으로부터 얻은 노하우였다. 그는 파리아스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던 2008년과 2009년에 코치를 맡았고, 2010년 감독대행을 역임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원정 경기를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어요. 그러면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선수들을 태우고 포항까지 데리고 온 다음에 거기서 해산을 하겠죠. 하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달랐어요. 서울에서 선수들에게 바로 외박을 주는 거예요.”

“당시 코치였던 저는 순간 당황해 ‘이래도 되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파리아스 감독은 ‘다음 경기를 이기면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아차’했어요. 맞는 말이죠. 1년에 수십 경기를 치르는데 거기서 한 경기를 졌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잖아요. 정말 좋은 걸 배웠어요. 저도 홍익대에 온 후 선수들을 이끌고 원정 경기를 가게 되면 결과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풀어줘요. 집에 갔다 오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요.”

- “길은 많다. 프로행이 전부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학 축구선수들의 최대 목표는 프로무대 진출이다. 요즘은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며 제2의 진로를 모색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선수는 프로행에 목을 맨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경쟁에서 뒤처진 이들을 다른 길로 유도한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모두 필요하다.

“4학년인 선수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4학년 때까지 프로로 가지 못한다면 사실상 프로 진출은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봐야 해요. 현재의 추세가 그래요. 고등학교 선수들도 프로로 나가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프로팀과의 교류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4학년 선수들이 원하는 팀을 못 가더라도 축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위리그(내셔널리그, K3리그) 진출을 도와주기도 하죠.”

“만약 경쟁에서 실패한 선수가 있다면 축구라는 테두리 안에서 빨리 다른 직업을 찾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것도 대학 감독이 해야 할 의무죠. 지도자, 심판, 재활트레이너 등 축구와 관련된 직업은 많아요. 프로에 갈 수 있는 문은 좁고,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축구 스타일에 따라 프로팀의 선택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 있으니 시선을 항상 넓혀야 해요. 모든 건 다 선수들을 위해서입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 <ONSIDE> 4월호 ‘LEADERSH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