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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4관왕' 고려대 여자축구부 이중규 감독의 꿈

등록일 : 2017.11.15 조회수 : 1093
고려대 여자축구부 이중규 감독.
이중규 감독(38)이 고려대 여자축구부에서 들어 올린 우승컵의 수는 코치로서 7개, 감독으로서 4개다. 모두 2015년 창단 이후 3년 만에 일궈낸 것이다.

고려대가 명실상부 대학여자축구의 강호로 자리 잡게 된 과정 속에 이중규 감독이 있다. 이중규 감독은 2015년 고려대 여자축구부 창단 당시 유상수 전 감독의 제안으로 코치를 맡아 2년 간 함께 팀을 이끌었고, 올해부터는 감독직에 올랐다. 올해 고려대는 5개 전국대회 중 춘계연맹전, 선수권대회, 추계연맹전, 전국체전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전국체전을 마친 후 잠깐의 휴식기를 맞은 이중규 감독을 만났다. 삼십대 후반의 젊은 감독은 휴식기를 그간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을 위해 쏟고 있었다. 이중규 감독은 “4살, 10살 난 아들들과 노는 게 (감독 일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중규 감독은 고려대에서 이룬 많은 성과에 자만하지도, 부담을 갖지도 않는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장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 응원만 있을 뿐이다. 이는 여자축구에 대한 이중규 감독의 오랜 애정과 관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중규 감독은 “한국여자축구는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발전해 가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향후 한국여자축구의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중규 감독은 2015년 고려대 여자축구부 창단부터 코치를 맡았고, 올해부터는 감독직에 올랐다.
-올해부터 감독을 맡았다. 코치 때와 비교해 변화가 있다면?
코치와 감독의 역할과 임무가 다르다보니 선수들이 처음에는 어색해했다. 감독으로서 대외적인 활동을 하게 되다보니 선수들이 왜 이렇게 바쁘냐고, 같이 운동 안해주냐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더라(웃음). 코치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선수들만 바라보면서 같이 운동했으니까.

-선수들이 감독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지도 스타일은 어떤가?
훈련이 한 시간 삼십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중간 중간 물마시거나 쉬는 시간도 줄여서 한 시간 반만큼은 콤팩트하게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지 않나. 축구도 마찬가지다. 훈련 시간에 확실히 집중해서 하는 것을 강조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켜지고 있다. 딴 짓하는 선수 없이 이제는 ‘아’하면 ‘어’하는 사이가 됐다. 훈련 시간 동안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얻고자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집중해서 하는 것이랑은 별개로 훈련을 재미있고 즐겁게 하려는 노력도 한다. 훈련도 예능처럼, 레크레이션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하다보면 다들 만족감이 높아진다. 축구를 무겁게,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면서 여자축구에 접목해가고 싶다.

-여자축구 지도자를 맡게 된 계기가 있나?
이전에는 남자팀에 있었다. 삼일중 코치, SOL축구센터 U-15 감독 등을 거쳤다. 하지만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갖고 있었고, 모교인 고려대에 여자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코치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 없이 오게 됐다. 망설임 없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사실 지인들은 모두 말리더라. 중고등학교 남자팀 감독이 경제적으로나 커리어 면에서나 더 낫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선택을 한 데 대해서 대단하다고도 하더라. 아내도 망설임 없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 하라고 응원해줬다.

-여자축구에 관심이 있었던 이유는?
축구를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했다. 중3때였다. 그래서인지 남들과는 다른 꿈을 꿨던 것 같다. 모두 언젠가 국가대표가 돼야지 하는 꿈을 꾸는데, 나는 좀 더 해서 고등학교에 가야지, 그다음에는 대학교에 가야지, 프로에 가면 축구를 알고 그만둬야지 생각했다. (이중규 감독은 고려대 졸업 후 프로팀 포항스틸러스와 실업팀 수원시청을 거쳤다.) 비교적 빠른 서른 살에 지도자를 시작했고, 그때 나만의 꿈을 꿨다.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돼서 월드컵 트로피를 대한민국에 들고 오면 어떨까? 너무 막연하고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선수 시절에도 휴식기에 여성축구단에 나가서 축구를 함께 해보면서 여자축구의 세계에 대해 많이 묻고 듣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오다 보니까 지금은 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다.

-처음 여자팀을 맡았을 때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여자 선수들이 남자코치한테 배운 경험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중고 시절에 보통 남자 감독과 여자 코치를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과 가까이서 소통하는 것은 코치의 역할인데, 선수들이 남자 코치와 같이 한 경험이 적다보니 서로 어색했던 것 같다. 나름대로 공부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알아채는 게 쉽지 않더라. 선수들이 힘들다는 표현을 하고 있을 때 여자 선생님들이라면 다독이면서 힘을 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남자축구에서 기본적으로 젖어있는 습성이랄까? 나 역시 선수 시절에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부드럽게 못했다. 이제는 많이 배웠다. 많이 유해졌다(웃음). 창단 멤버인 15학번 선수들이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친구들이다. 그런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려니 힘든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빨리 선수들이랑 친해지면서 지내다보니 3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코치에서 감독이 되면서 부담감이 커지지 않았나?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부담감은 안 가지려고 했다. 내가 가고자하는 방향에 있어서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6월에 있었던 여왕기 대회에서는 그동안 출전을 많이 못했던 선수들과 저학년 위주로 선수구성을 했다. 기존 주전 선수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감독으로서 팀을 운영하고자하는 방향을 이해해주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연속 우승은 멈췄지만(고려대는 2015년 추계연맹전 우승을 시작으로 8개 전국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오직 우리의 우승만을 위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상관없이 대한다면 결국 여자축구 전체가 다 같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능한 모든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것이 팀 운영의 핵심인가?
취업을 앞둔 고학년들을 신경 쓸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선수가 희망을 잃지 않게끔 골고루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나의 바람은 모든 선수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웃음). 하나하나 다 잘됐으면 좋겠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선수로서도, 사회인으로서도. 꼭 선수로서가 아니더라도 뭐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나갈 준비를 이곳(대학)에서 잘했으면 좋겠다.
이중규 감독에게는 창단부터 함께해온 고려대 여자축구부의 모든 선수들이 애틋하다.
-고려대가 대학여자축구의 강호로 자리 잡으면서 우승을 당연시하는 시각도 있다.
선수들이 조금 자만할 수 있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고 강조한다. 누구와 상대하든 ‘너희가 하고자하는 대로 할 수 있느냐’ 물으면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다른 팀들도 우리를 이기기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한다. 올해도 여왕기 준결승에서 위덕대에 지기도 하고, 선수권대회 결승에서는 겨우 이겼다. 우리는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경각심을 가지고 더 노력해야 한다. 자만할 정도로 월등하게 잘하지 못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다른 팀들이 발전하는 것을 느끼는 만큼 우리도 발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어떤 대회인가?
2015년 화천에서 했던 추계연맹전이다. 첫 우승의 기쁨이 잊히지 않는다. 그해 전국체전은 경기력이 정말 훌륭했다. 경기 속도가 빠르고 팽팽한 경기여서 정말 재미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상황, 상황들이 기억에 남는다.

-창단 멤버인 15학번 선수들은 특히 애틋할 것 같다.
처음에 1학년들끼리만 있으면서 서로 챙겨주고 위해주며 3년이 지났다. 아무래도 애정이 많이 간다. 고려대 여자축구부의 전통을 만드는 첫 번째 기수지 않나. 고려대 응원가도 내가 가르쳐줬다(웃음). 창단 멤버로서 후배들도 잘 이끌면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친구들이다. 각자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었는데, 이제 많이 큰 것 같다. 생각도 깊어지고 제법 어른스러워졌다.

-15학번 중에는 남궁예지, 장창 등 주목 받는 선수가 많다.
(남궁)예지는 항상 질문하는 선수다. 지도자를 귀찮게 하는 선수랄까(웃음)? 그런 점이 좋다. 뭐라도 한 가지 더 얻으려고 노력하고, 안 되면 스트레스도 받지만 계속 질문하고 노력하는 선수다. (장)창이는 얼마 전 여자대표팀에 선발돼 미국 원정을 다녀오더니 한숨을 푹 내쉬더라. ‘쌤, 저는 1년 동안 더 많이 배우고 죽어라 노력해야지 안 되겠어요’ 하더라. 대표팀 언니들, 미국 선수들한테 느낀 바가 컸던 게다. 창이는 축구센스가 정말 좋은 선수인데, 그만한 선수도 그렇게 차이를 느끼고 올 정도다. ‘제대로 느끼고 왔다. 너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잘해나가면 된다. 그 마음 잃지 말라’고 했다.

-박예은(경주한수원), 홍혜지(아이낙고베), 김보람(이천대교)은 일찍 실업무대를 택했다.
가능한 학교를 졸업하고 실업무대에 진출하는 것을 권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중요한 것은 실업무대에 나갈 때 언니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나가는 것이다. 평소 WK리그를 종종 보러가기도 하고 실업팀과 연습경기도 치르는데, 그 차이가 상당하다. 경기 운영 능력이나 노련미는 물론이고 피지컬과 파워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박)예은이도 처음에는 버거워했다. 5월인가는 한 번 전화해서는 힘들다고 펑펑 울더라. 점차 적응하면서 한 시즌을 경험했으니 내년에는 더 좋은 활약을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고학년 선수들에게는 실업무대 도전이 현실로 다가올 것 같다. 취업문도 많이 좁아졌는데?
15학번 선수들이 내년에 4학년이 된다. 이 선수들의 취업이 내년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선수들한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실업무대에 나갔을 때 언니들과 경쟁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만들라는 것이다. 경쟁에서 밀려 경기에 못 나가다보면 슬럼프가 올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도 힘들 수 있다. 실업팀에 가서도 바로 기용될 수 있는 정도의 상태로 최대한 만들어서 나가야한다. ‘이정도면 되겠지’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학과 실업팀의 격차는 그만큼 크다. 학교에서는 시간을 두고 배울 수 있지만, 실업팀에서는 돈을 받고 뛰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기다려주지 않는다. 바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 힘을 만들어서 나가야 한다.

-내년의 목표는 무엇인가?
선수 개개인이 발전해나가는 과정 안에서 팀도 함께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 신입생들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올해 기존 4-3-3 시스템에서 스리백으로 변화를 주는 훈련을 하기도 했는데, 아직 미숙하다. 선수들이 초중고 시절에 주로 포백 시스템 속에서 축구를 해오다 보니 스리백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전술 이해도를 더 높이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중규 감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