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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표팀의 숨은 일꾼 2] 김보찬 비디오 분석관

등록일 : 2017.10.22 조회수 : 5154
여자 대표팀에는 윤덕여 감독 밑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코칭스태프가 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여자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를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두 번째 시간에는 윤덕여호의 정보전을 책임지는 김보찬(35) 비디오 분석관을 만났다. 인터뷰는 미국과의 2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22일(한국시간) 대표팀 숙소인 롤리 메리어트 호텔에서 진행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국가 대표팀의 경기는 전쟁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나의 무기를 날카롭게 다듬어 상대의 급소를 정확히 찔러야 한다. 그러려면 나와 상대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축구 대표팀에서 이 일을 맡아 하는 것이 바로 비디오 분석관이다.

여자 대표팀과 함께 일하고 있는 김보찬 비디오 분석관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꿈을 접고 낯선 분야에 용감히 발을 들였다. 월천초-월천중-강서고를 졸업한 김 분석관은 경희대 체육학과를 마친 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대학원에서 스포츠심리를 전공했다. 스포츠심리를 배운 뒤 이를 클럽에서 적용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김 분석관이 생각한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전에서 곧바로 적용하며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었다.

결국 김 분석관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대학원을 그만 두고 1년간 준비해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2008년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1년 코스로 진행하는 경기분석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스완지시티 유스팀, 웨일즈축구협회에서 일하며 배운 내용을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1년간 강서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항상 선수가 아니어도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스포츠심리를 택했는데 제가 배운 내용을 구단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없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영국에 경기분석과 관련한 석사 과정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죠. 개인적으로 컴퓨터와 영상 촬영에 관심이 있어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1년을 준비해 영국으로 갔습니다. 영국이 좋았던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동시에 주변 축구협회나 클럽에서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는 겁니다.”
석사 과정을 마친 김 분석관은 2009년 스완지시티 유스팀, 2010년 웨일즈축구협회에서 일하게 됐다. 웨일즈축구협회에서는 어시스턴트 분석관으로 일하며 남자 U-16 대표팀의 경기는 물론 여자 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전에도 따라다녔다. 김 분석관에게는 수억원을 줘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경험의 시간이었다.

2011년 한국으로 들어온 김 분석관이 대한축구협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남자 A대표팀을 담당하는 채봉주 분석관 밑에서 일하며 여자 A대표팀을 돕게 됐다. 채봉주 분석관이 선임으로서 A대표팀을 비롯해 비중이 높은 대표팀을 맡고, 김 분석관이 그 밑에서 여자 대표팀과 여타 대표팀을 맡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자 대표팀과 함께 한 것은 아니다. 협회에 들어왔던 초기에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을 따라 카타르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당시 이 팀을 맡았던 채봉주 분석관이 몸이 좋지 않아 급하게 김 분석관이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김 분석관은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3월 알제리와의 친선경기 2연전, 6월 4개국 친선대회(한국, 덴마크, 나이지리아, 온두라스)를 동행하며 신 감독을 도왔다. 이후 여자 대표팀을 맡으면서 간간이 여자 U-19 대표팀, 남자 U-15 대표팀을 돕기도 했다.

대표팀 지원 뿐만이 아니다. 김 분석관은 최영준 전임지도자와 함께 유소년 선수 훈련 프로그램 영상을 제작하는 일도 하고 있다. 대표팀 지원이 대회 기간에 한정된 일시적인 일이라면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 제작은 파주 NFC에서 최 전임지도자와 함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다.
김 분석관이 하는 일은 대표팀 경기를 객관적인 수단(경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하고 분석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팀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이다. 대회 기간에는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김 분석관은 “보통 저녁 경기가 끝나면 다음날 새벽 4~5시까지 일을 한다. 영상에 대한 분석물을 다음날에는 내놔야 팀 미팅을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있는 날은 잠을 거의 못 잔다. 남자 U-15 대표팀에 갔을 때는 이틀 간격으로 3경기가 있어서 대회 기간 동안 잠을 못 자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김 분석관은 이번 여자 대표팀의 미국 2연전 기간에도 훈련과 경기 영상을 분석하느라 아침이면 부스스한 얼굴로 식사를 하러 나오기 일쑤였다.

일은 고되지만 보람이 있기에 앞으로 나갈 힘이 생긴다. 김 분석관에게 가장 보람된 순간이 언제냐고 묻자 그는 “어린 선수들은 흡수력이 정말 빠르다. 연습경기에서 나온 부족한 점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나면 바로 다음 경기에서 좋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는 정말 기쁘다. 상대팀 분석을 해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보자고 제안을 했을 때 실제로 그런 모습이 나오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업무가 바빠 가정에는 소홀하기 쉽다. 김 분석관은 2013년에 결혼해 네 살 짜리 딸, 두 살 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아내가 바쁜 남편 때문에 ‘독박 육아’를 하고 있다. 정말 힘들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면 무조건 잘 해줘야 한다. 어디 놀러가자고 하면 군말없이 간다”며 웃었다.

끝으로 김 분석관은 “분석관이라는 직업이 더욱 전문성을 띤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저부터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많은 대회를 다니며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밤낮 없이 일하는 김 분석관이 있기에 여자 대표팀은 정보전에서 상대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롤리(노스캐롤라이나) = 오명철
사진 = 오명철,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