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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봉길 감독, 축구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등록일 : 2017.10.18 조회수 : 4777
지난달 26일 한국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봉길 감독.
최근 김봉길 감독은 밤마다 쉬이 잠들지 못한다. 머릿속에는 온통 새 출범할 한국 U-23 대표팀과 축구 생각뿐이다.

김봉길 감독은 지난달 26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통해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 U-23 대표팀은 내년 1월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과 내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감독 선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김봉길 감독은 얼떨떨한 감정을 빠르게 추스르고 곧장 선수 파악에 돌입했다. 감독 선임 발표 후 약 3주 만에 만난 김봉길 감독은 최근 들어 잠을 통 쉽게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천장에 축구경기장이 절로 그려지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감독 선임이 발표되고서 하루 이틀은 여기저기서 온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저 역시 꿈인지 생시인지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따야하는데,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포메이션을 그려보고, 한 포지션에 이 선수도 넣어봤다가 다른 선수도 넣어봤다가 하면서 지냈습니다. K리그와 U-20 월드컵, U-23 챔피언십 예선 자료들도 찾아보고, 관련 지도자들한테 전화도 해보고요. 그게 매일의 일과입니다.”
인천유나이티드 재직 시절의 김봉길 감독.
직업병

2014년 말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꾸준히 K리그를 비롯한 국내외 축구경기들을 꼼꼼히 챙겨봐 온 덕택에 U-23 연령대 선수 파악은 물 흐르듯 이어지고 있다. 김봉길 감독은 이것이 ‘직업병’인 것 같다며 웃었다.

“K리그는 매 라운드 챙겨봤습니다. 매주 경기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요. 평생을 축구만 하고, 축구밖에 모르고 살았으니까요. 직업병인 것 같아요. 각 팀에 신인선수들이 어떤지, 괜찮은 선수들은 누가 있는지도 보고요. 지도자 일을 쉬고 있더라도 현대축구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계속 배워야 하니까요. 그 사이 고등축구연맹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고등학교 경기도 많이 보고, 초당대 일을 도우면서 대학교 경기도 많이 보면서, 그 연령대 선수들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발전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도 많이 발견했고요.”

김봉길 감독이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데는 그가 아마추어팀과 프로팀 지도 경험을 고루 갖췄다는 점과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친화력이 높이 평가됐다. 유공코끼리(제주유나이티드 전신)와 전남드래곤즈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한 김봉길 감독은 은퇴 후 부평고와 백암종고에서 감독 생활을 했고, 이후 전남드래곤즈 코치, 인천유나이티드 코치를 거쳐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으로서 지도력을 쌓았다.

소통

선수들과의 소통은 김봉길 감독 스스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2012년 감독대행으로서 강등 위기에 빠진 인천유나이티드를 구해내는 과정은 김봉길 감독의 소통 능력과 리더십이 빛난 좋은 예다.

“프로에서 코치 생활만 7년을 했습니다. 코치를 하면서 느낀 부분이 선수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선수들한테 인정받기 위해 선수들한테 먼저 다가갔습니다. (2012년 당시) 강등 위기라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선수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같이 식사도 자주 했어요. 선수들도 처음에는 불편해 했지만 천천히 마음의 문을 열더라고요. 저를 많이 내려놓고 다가갔어요. ‘초보 감독이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같이 힘을 합쳐보자’ 하면서요.

여전히 그 부분(소통)에 있어서는 변화 없어요. 경기장에 나가는 건 제가 아니라 선수들이잖아요. 선수들이 편한 마음과 최고의 컨디션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힘든 부분이나 고민을 최대한 풀어주고 도와주기 위해 먼저 다가가고 소통하려고 합니다.”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가 한 데 모여 팀을 이뤄야 하는 U-23 대표팀의 특성 상 김봉길 감독의 소통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김봉길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선수단 전체의 소통과 융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U-23 대표팀에서는 각기 다른 환경에 있는 선수들을 모아 하나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선수단의 융화를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나를 먼저 상대방에게 보여줘야 상대방도 내게 마음을 연다고 생각해요. 제가 먼저 다가가서 보여주면 선수들도 제 노력을 느낄 것이고, 서로서로 마음을 열면 좋은 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봉길 감독은 선수들과의 소통과 융화를 중요시 한다.
금메달

김봉길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이 가져다주는 무게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프로팀을 지휘할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과 압박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매일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인이 되신 이광종 감독님께서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훌륭한 업적(금메달)을 거두셨지 않습니까? 내년 자카르타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말 그대로 못한 것이죠. 저도 당시 결승전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봤거든요. 그 극적인 장면(한국은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추가시간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이 계속 생각나요. 그 환희를 다시 느낄 수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기존의 강호들도 있지만 최근 동남아시아 축구 역시 급성장했기 때문에 절대 무시 못 할 팀들입니다. 쉽게 볼 수 있는 팀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하루 종일 축구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 앞서서는 U-23 챔피언십이 먼저 기다리고 있다. 두 달 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김봉길 감독의 마음은 급하다.

“모든 감독이 그렇듯, 어떤 대회에 나가든 목표는 우승입니다. 하루 빨리 소집 훈련을 하고 싶어요. 시즌 중이라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겠지만, 짧은 시간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좋은 팀을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U-23 챔피언십 역시 중요한 대회잖아요. 각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과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죠.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들과 크로스체크를 하며 선수 후보군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놓치면 안 되니까요.”

봉길매직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축구팬들 가운데는 여전히 인천유나이티드시절의 ‘봉길매직’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전력상 약체로 평가되는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를 이끌고 마치 마법처럼 2012년 K리그 클래식 19경기 연속 무패 대기록과 2013년 상위스플릿 진출을 이룬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김봉길 감독은 분에 넘치는 별명이라며 겸양했다.

“저는 마술사가 아닙니다. 선수들이 제 역할을 잘 해준 덕분에 그런 좋은 별명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인 제가 할 일은 선수들의 특성과 컨디션을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투입해주는 것뿐입니다.”

U-23 대표팀에서도 ‘봉길매직’을 기대해 봐도 되겠냐는 질문에 김봉길 감독은 “저는 항상 선수들을 믿습니다”라고 답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이 가진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 김봉길 감독은 선수들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봉길 감독은 오늘도 축구 생각을 켜 놓은 채 잠이 들 것 같다.

인천=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