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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축구센터 유성우 감독의 좋은 클럽을 위한 무한도전

등록일 : 2017.07.07 조회수 : 6738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 중인 SOL축구센터 U-18팀 유성우 감독
비옥한 토양, 풍부한 물, 적당한 햇빛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야 잘 익은 열매가 나오듯이 축구는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열정적인 선수들, 인프라가 잘 어우러져야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SOL축구센터 U-18팀을 이끌고 있는 유성우 감독은 잘 익은 열매를 따기 위해 물과 햇빛의 양을 조절하고 있다. 아직 열매는 나오지 않았지만 왠지 그 맛이 기대된다.

지난 2013년 11월에 창단한 SOL축구센터(영석고) U-18팀(경기도 양주시 소재)은 4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고등리그 다크호스가 됐다. 2014년 권역 2위를 시작으로 2015년 전반기에는 권역 1위, 왕중왕전 8강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후반기 왕중왕전에는 4강에 진입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기도 했다. 올해 전반기에는 권역 1위, 왕중왕전 64강으로 지난해보다는 다소 부진했지만, 이제는 SOL축구센터가 고등리그 최고의 팀들만 모이는 왕중왕전 단골손님이 됐다는 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역사가 짧은 클럽 팀이 완연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모두의 경계 대상으로 자리 잡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선수, 구단 관계자, 학부모, 지도자 모두가 합심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을 터다. 그중에서도 <ONSIDE>는 풍생중, 풍생고(성남FC U-18)에서 10년 이상 지도자 생활을 한 뒤 SOL축구센터 창단 사령탑이 된 유성우 감독을 주목했다. 왕중왕전 64강을 앞두고 김천에서 훈련 중이던 유성우 감독을 찾았다.

잘 나가던 프로 유스 감독에서 그저 그런 클럽 지도자로

유성우 감독은 프로 유스 팀 지도자였다. 5년 간의 선수 생활을 접고 1998년 곧바로 모교 풍생고에 코치로 부임했다. 이곳에서 2007년까지 10년을 코치로 지냈다. 이 기간 동안 풍생고는 여러 전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고등축구의 강팀으로 자리 잡았고 홍철, 김치우 등 프로급 선수들도 다수 배출했다.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한 건 2008년이었다. 걱정이 앞섰지만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유성우 감독은 2009년 풍생고를 고등리그 왕중왕전 준우승까지 끌어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지동원, 이종호, 김영욱 등 최강의 황금세대를 구축한 광양제철고였다.

2011년 유성우 감독은 당시 성남 일화 U-15팀이었던 풍생중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등학교 감독이 중학교 레벨로 이동하는 건 사실 흔한 일이 아니지만, 유성우 감독은 그 자리에서도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2011년 중등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포항제철중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2년에는 백암중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2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유 감독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풍생고에서 풍생중으로 내려오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큰 선물을 줬다는 생각에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풍생고와 풍생중을 거치면서 지도자로 성장한 유성우 감독은 2013년 11월 SOL축구센터의 창단과 함께 초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잘 나가던 프로 유스 팀을 뒤로 하고 신생 클럽 팀 감독이 됐다.

“당시 성남 일화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팽배했거든요. 저는 그렇다 쳐도 제가 데리고 있던 코치가 걱정되더라고요. 마침 제가 풍생고 코치 시절, 감독으로 모셨던 조관섭 선생님이 SOL축구센터 단장이 되면서 저를 부르셨죠. 클럽 팀이 많이 없었던 시기였고, 저 자신도 클럽 팀에 대해 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개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학원 팀에서 소외당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팀을 창단한다고 하니 찾아온 선수들도 있었고, 다른 팀 감독이 자기 팀에서 못 쓰는 선수니 데리고 가라고 해서 받은 선수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처음 27명의 선수를 모아 창단식을 열었죠.”
유성우 감독은 일본축구처럼 점유율 위주의 패싱플레이를 팀의 기둥으로 삼았다.
‘패스 하나 만큼은 정말 잘해’ 소리 듣고 싶어요

신생 팀이었기에 해야 할 게 더 많았다. 유성우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팀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명문 팀들을 보면 뿌리가 깊잖아요. 학교 이름만 들어도 ‘저 팀은 어떻게 이기지?’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요. 이게 핵심입니다. 팀에 대한 자부심을 심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풍생고에 있을 때는 ‘아’하면 ‘어’하고 대답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의 수준이 높았지만 여기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어요. 풍생고하고 자꾸 비교를 하다 보니 제 생각만 저 꼭대기에 있더라고요. 다른 팀의 좋은 선수들을 보면 부러운 감정부터 들고요. 저부터 눈높이를 낮추려고 했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당당히 경기장을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팀에 대한 자부심’이 좋은 클럽을 구성하는 주춧돌이라면 ‘축구 철학’은 기둥이나 마찬가지다. 유 감독은 점유율 위주의 패싱 플레이를 기둥으로 삼았다.

“저는 일본 축구처럼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좋아해요. 제가 추구하는 축구의 기본 색깔도 패스죠. 패스 플레이로 상대의 체력을 떨어뜨리면서 점유율을 잡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우리 팀 선수들은 피지컬이 아직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나마 공을 찰 줄 아는 선수들이에요. 져도 좋으니 우리 축구를 하자고 강조하죠. 누가 봐도 ‘SOL축구센터는 패스 하나만큼은 정말 잘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확실한 주관을 가진 감독 밑에서 팀은 점점 단단해졌다. “아이들이 잘 받아들였냐고요? 처음에는 엉망진창이었죠(웃음). 그래도 저는 참 인복이 좋은 지도자예요. 학부모님들은 이기려고 ‘뻥’ 차는 축구보다는 제가 추구하는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더 좋아하셨죠. 아직 우리 선수들이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SOL축구센터는 선생님 축구가 맞습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보자.' 유성우 감독이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학원축구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학원축구 지도자로 15년 동안 일한 유 감독은 학원축구의 한계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당장 지도자의 밥줄이 끊기는 상황에서 자신의 철학을 지키고, 좋은 선수를 육성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유 감독은 학원축구가 할 수 없는 일들에 관심을 가졌다.

“2015년도까지만 해도 정말 여기저기서 선수들을 데리고 왔죠. 나쁜 짓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혼내기보다는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쪽을 택했죠. 이전 소속팀에서 같은 사유로 팀을 나왔던 아이들인데 여기서도 내치게 된다면 이들은 축구를 포기해야 하잖아요.”

“저학년 학부모님들은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이 팀 전체를 물들일까봐 ‘걔네들 다 내보내면 안 되겠냐’는 말씀도 많이 하셨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이 아이를 놓치지 말고 한 번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어보자’고 설득했죠. 인성적으로 잘 가르쳐서 이 선수들이 내 마음을 알고 우리 팀이 추구하는 목표를 잘 알게 된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지도는 없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좋은 클럽이 되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SOL축구센터는 지난해 여름 포르투갈에서 13박 14일 동안 체류하면서 현지 팀들과 여섯 차례의 연습 경기를 했다. “FC안양과 부천FC 1995를 거친 브라질 출신의 피지컬 코치 바우지니의 도움으로 포르투갈에 가게 됐죠.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유럽 축구였기에 우리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죠.” 하지만 곧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 “왜 유럽축구가 세계를 끌고 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숙였어요. 정말 미안하다고요.”

“한국축구는 성적이 중요하잖아요. 감독도 성적을 내지 못하면 계약을 할 수 없고요. 그렇기에 살려면 전술훈련이 꼭 필요하죠. 이기는 축구를 위해서요. 그런데 유럽은 15세까지 전술훈련을 하지 않더라고요. 기본기를 배워야 할 시기라는 생각 때문이죠. 오히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전술훈련을 하냐고 묻더라고요. 한다고 했더니 정말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초등학생들도 전술훈련을 한다고 하니 이래서 한국 축구가 안 되는 거래요(웃음). 실제로 연습경기하면서 전력 차도 많이 느꼈죠. 포르투갈에 다녀와서 아이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순둥이처럼 공을 차던 아이들이 유럽 선수들처럼 거침없이 플레이를 펼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 후반기 왕중왕전에서 4강에 들었다고 생각해요.”
유성우 감독은 클럽팀의 가능성을 믿고 달린다.
클럽 팀의 가능성을 믿는다

유성우 감독의 꿈은 SOL축구센터를 모두가 인정하는 정말 좋은 클럽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외부의 편견을 씻고, 팀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하려 한다. 클럽 팀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의정부 영석고와 협약을 맺고 27명의 선수단으로 창단한 SOL축구센터는 현재 46명의 선수단을 보유 중이며 이들은 모두 영석고 소속이다. 또 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서 솔병원(SOL-Hospital)이 동계훈련과 중요한 대회 때마다 재활트레이너와 의무트레이너를 후원한다.

“클럽 팀은 돈도 많이 들어가고 성적도 잘못 낸다는 편견이 있죠. 다른 클럽 팀 감독들과 자주 만나 얘기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운동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런 고정관념들이 사라질 거라고 봐요. 가장 중요한 건 축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겠죠. 아직 SOL축구센터는 정식 축구센터를 만들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준비 중입니다. 그래도 식사나 잠자리,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 등은 다른 학원 팀에 못지않다고 생각해요.”

유성우 감독은 클럽 팀의 가능성을 믿고 달린다. “언젠가는 저도 제 이름을 건 센터를 만들고, 이 센터를 최고로 키우고 싶어요. 제가 은퇴하더라도 이 센터만큼은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 거예요. 그게 클럽 팀 감독으로서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감독직을 그만두는 날까지 센터에서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이들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네요.”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7월호 ‘THE INTERVIEW‘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