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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승부사 신태용은 또다른 내일을 준비한다

등록일 : 2017.06.16 조회수 : 7518
신태용 감독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끝난 뒤 쏟아지는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쉽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쉽지만 좋았다”고 했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지난 11일 잉글랜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기니, 아르헨티나, 잉글랜드가 포진한 A조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16강에서 만난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1-3으로 패하며 당초 목표였던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개최국으로서 비교적 이른 대회 마무리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팬들도, 선수들도 모두 한 마음이었다. 16강 탈락이 확정된 직후 백승호, 조영욱 등은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도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목표였던 8강을 목전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수장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 감독은 더욱 냉정하게 현실을 봤다. U-20 월드컵은 그에게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안겨준 대회였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대회가 모두 끝난 뒤인 13일, 신태용 감독의 자택이 위치한 분당을 찾았다. 신 감독은 이미 쏟아지는 인터뷰에 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와의 인터뷰가 U-20 대표팀 감독으로서 거의 마지막으로 응한 인터뷰였다. 이미 각종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나왔던 이야기들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치기에 최대한 알맹이만 건져내려 노력했다.
U-20 대표팀은 당초 목표였던 8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16강 달성도 충분히 가치있는 성적이다.
"조별예선 통과한 것만 해도 굉장히 잘 했죠"
신태용 감독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결승전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한국과도 맞대결을 펼쳤던 잉글랜드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고, 또 그 경기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또 뭐가 있는지도 궁금했죠.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 시상식까지 지켜봤어요. 한국 축구가 저 단상 위에 한 번쯤은 올라가봐야 할 텐데...언젠가는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신태용 감독의 아쉬움은 표면적으로는 성적이다. 한국은 U-20 월드컵의 목표를 8강으로 잡았지만, 16강에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선수들의 목표는 8강 이상이었다. 그만큼 팀 내 분위기가 좋았다. “팬들은 많이 아쉬울 겁니다. 조별예선에서 초반 2승을 해놓고 잉글랜드전에서 패해 조 2위로 16강에 갔으니까요. 조 1위로 갔더라면 조금 더 수월한 팀과 16강에서 붙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선수들이 조별예선을 통과한 것만 해도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해요. 잉글랜드전에서 이승우와 백승호를 선발에서 제외해 석패했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사실 이승우와 백승호가 3차전에 선발로 들어간다고 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잉글랜드전에서 베스트 멤버를 넣고 크게 졌을 경우에 돌아오는 피해가 더 컸을 겁니다. 비록 포르투갈전에서는 졌지만, 우리 선수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대회를 치르면서 신태용 감독이 받았던 스트레스가 그의 말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비판과 비난은 감독의 숙명이고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지만, 신 감독에게 그 무게는 유독 컸다.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임했던 신태용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마친 지난해 11월 U-19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올림픽 8강 진출이라는 빛나는 성과가 U-20 월드컵이라는 중대한 책임까지 이어졌다.

대회가 열리는 2017년 5월까지 약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신태용 감독은 많은 일을 해야 했다. U-19, U-20 연령대 선수들이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12월에 열린 제주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이름부터 외워야 했고, 다음에는 선수들이 가진 장점을 파악해야 했다. 다음은 이 장점들을 모아 짧은 시간 안에 완벽에 가까운 팀을 만들어내야 했다. 제 아무리 유능한 감독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6개월은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전임 감독을 통해 로드맵은 만들어져 있었어요. 제주 전지훈련과 이어진 포르투갈 전지훈련도 모두 스케줄은 나온 상태였죠. 판은 다 짜여 있지만, 이걸 어떻게 잘 활용할지가 관건이었어요. 사실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제주와 포르투갈을 다녀오면서 ‘우리가 예선 통과할 수 있을까?’, ‘망신은 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가득했거든요. 하지만 4개국 축구대회를 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에 물이 올랐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확신이 들었죠. ‘우리도 한 번 해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더라고요.”
신태용호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전술이다. 아르헨티나전에서 포어리베로로 맹활약한 김승우의 모습.
"포르투갈전은 축구 참 안되는 날"
신태용호가 이번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전술 구사였다. 결과와 내용이 모두 좋았던 기니와의 1차전(한국 3-0 승)에서는 4-3-3 포메이션과 4-1-4-1 포메이션을 혼용했다. 이어진 아르헨티나전에서 신태용호는 김승우를 포어리베로로 두는 3-4-3 포메이션을 가동해 2-1로 승리했고, 잉글랜드전에서는 이전까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3-5-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선수 파악과 팀 조직력 향상에도 바쁠 시간인 6개월 동안 신태용 감독은 상대에 따른 다양한 전술까지 준비했다. “기니전에서의 기본 틀은 4-3-3 포메이션이었지만, 수비할 때는 4-1-4-1 이 됐죠. 양 날개에 포진한 이승우와 백승호가 내려와서 수비적인 플레이를 해주면 4-1-4-1이 되는 거고, 앞에서 강하게 프레싱이 들어가면 4-1-2-3이 되는 형태였죠.”

“아르헨티나전에서의 스리백은 지금도 굉장히 만족합니다.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스리백을 썼지만, 남미 최고 팀을 상대로 두 경기에서 한 골밖에 내주지 않았다는 건 굉장히 공무적인 일이었죠. 김승우가 팀내에서 유일하게 전문적인 포어리베로 역할을 수행했는데, 김승우의 활약도 만족합니다.”

잉글랜드전의 경우 파격과 배려의 혼합이었다. 처음으로 투톱을 사용했고, 이전까지 뛰지 않았던 선수들도 나왔다. “잉글랜드전의 경우 이미 조별예선 통과를 확정한 상태라 무리할 필요가 없었죠. 1, 2차전을 뛰었던 선수들이 모두 3차전에도 뛰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요. 이 기회 아니면 U-20 월드컵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한 번 밟지 못할 선수들도 많았기에 이들을 투입해 감각을 입혀놓으려 했습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경기에 뛰는 것과 경기에 뛰지 않고 체력 훈련만 하는 게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팀 내 장신인 이정문과 정태욱을 세워놓고 (이)상민이에게 수비에 조금 더 치중한 포어리베로 역할을 맡겼어요. 양쪽에 있는 이유현과 우찬양까지 다섯 명은 높이에서 결코 안 지거든요. 잉글랜드가 높이가 있는 팀이니까요. 최소 비기면 조 1위로 16강에 가니까 1, 2차전 때 앞에서 뛰지 않은 선수들을 어떻게든 많이 뛰게 하려는 게 제 목적이었습니다. 결과는 아쉽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포르투갈전에서의 4-4-2 포메이션은 신태용 감독에게 아쉬움이었다. “상대가 워낙 좋은 풀백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가 투 라인(2-Line)을 만들어서 상대 풀백들이 돌아 나오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이승우와 백승호가 수비력이 크게 좋지는 않았기에 이승우가 앞으로 나올 때 공간을 미리 줘서도 안됐고요. 투톱을 쓴 건 상대의 포백 수비 안에 두 명의 스토퍼가 제공권이나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에 약하기 때문에 조영욱 혼자보다는 하승운과 함께 협공을 펼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측면 크로스에 우리 풀백이 흔들리는 면도 있었죠. 냉정히 얘기하면 개인 기량의 차이도 있겠지만요. 저는 사실 그 날 경기가 유독 안 풀렸다고 생각해요. 내용은 나쁘지 않았어요. 우리 풀백들의 크로스, 수비들이 블록을 잡아서 상대를 방어하는 플레이 모두 괜찮았다고 봐요. 유독 포르투갈 선수들의 발밑에 공이 딱 들어가더라고요. 정말 ‘딱’ 차기 좋게 포르투갈 선수들 발밑에 공이 전해지더라고요. 우리로서는 이래저래 어려운 경기였죠. ‘오늘은 참 안 되는구나’ 싶었어요.”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중요하다. 신태용호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느낀 교훈이다.
실전 경험 차이가 개인 기량의 차이로
결과는 절반의 아쉬움이었다지만, 신태용 감독이 시도한 다양한 전술은 U-20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가능성이었다. 상대에 맞는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 신 감독은 수비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토너먼트에서는 무엇보다도 수비가 탄탄해야 한다. “최종훈련이 시작되고 나서 개인수비 훈련과 수비조직 훈련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모두가 신태용의 축구는 공격축구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수비를 탄탄하게 만들어놓는 게 우선이죠.”

“특히 7대 7 수비포지션 게임을 훈련 때 집중적으로 했는데, 이 훈련은 포백을 세우고 그 앞에 볼란치 역할을 맡는 선수를 두 명 세워요. 볼란치 두 명 중 한 명은 공격형이 되고요. 최전방 공격수까지 합해 7명의 선수를 구성한 뒤 수비 조직의 움직임을 보는 거죠. 상대가 볼을 어느 선까지 끌고 왔을 때 우리 수비는 어느 선까지 밀고 나올 것인지, 아니면 볼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들이 밀고 나갈 경우 뒤에 있는 선수들은 어떻게 커버플레이를 할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졌습니다. 어찌 보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다지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다양한 시도가 잘 녹아들었던 경기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포르투갈전에서도 확인했듯이 전술적 대처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개인 기량의 차이도 분명 존재했다. 신태용호는 소속 선수 중 일부가 팀에서 거의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었다. 대학 선수들보다 프로 선수들이 더 심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잉글랜드, 벤피카나 FC포르투 같은 명문 팀 소속이 즐비한 포르투갈에 밀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경기를 꾸준히 뛰었다면 나오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간혹 나왔죠. 부딪혀보지 않았기에 순간적으로 판단해 헤쳐 나올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는 거예요. 이번 대회를 통해 저는 유망주 육성에 대해서 절실히 느꼈어요. 우리나라는 성적 지상주의라서 적은 돈을 지원하고도 우승하길 바라죠. 사실은 최고로 투자를 많이 하는 3~4팀들이 우승을 놓고 싸우는 거예요. 투자 비용 대비 결과물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고 있죠. ‘우승을 못하면 너는 감독이 아니다’라고 해버리니, 누가 유망주 육성에 신경 쓰겠어요? 하위팀이 중위팀이 되면 ‘잘했다’라고 해줘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까, 다들 우승에만 목메는 거죠. 뛰지 못하는 선수들도 더 생기는 거고요.”

“이번 U-20 대표팀도 한찬희를 제외하면 프로에서 제대로 출전하는 선수들이 몇이나 됩니까? 이 선수들은 말 그대로 유망주예요. 감독들이 유망주를 뛰게 하고 싶어도 경기를 져버리면 바로 주변에서 책임을 묻죠. 잘하는 선수를 빼고 걔(유망주)를 왜 넣었냐는 말도 나오고요. 이제 갓 입단했는데 뛸 기회가 없는 거예요.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3, 4학년 형들은 프로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만 1, 2학년 선수들은 주로 벤치를 지키거나 교체 출전하죠. ‘너희는 아직 기회가 많다’는 게 그 이유예요.”

특유의 거침없는 언변은 계속 이어졌다. “경기에 지고 나서 기사를 보면 인맥축구 그만하라는 댓글들이 많아요. 요즘 누가 인맥축구를 해요? 희한한 얘기들이죠. 정말 실력 위주로 선수들을 뽑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유망주에 그치는 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은 유망주에서 성인 선수로 진화하는 레벨에 있어요. 잉글랜드 같은 팀들은 당장 국가대표팀으로 올라가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많은데 우리는 근처에도 못가죠. 일단 자기 팀에서 먼저 뛰었으면 좋겠어요. 아, 정말 댓글 실명제해서 제가 직접 달아주고 싶을 정도로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번 U-20 월드컵은 신태용 감독 자신으로서도 많은 공부가 된 대회였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몇몇 경기에서 내용과 결과를 동시에 잡았다는 희망, 그리고 세계적인 클래스와의 개인 기량 차이라는 아쉬움을 동시에 발견했기 때문이다. “목표로 했던 8강까지는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어린 친구들을 데리고 짧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한 대회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4개국 대회부터 팬들에게 관심도 많이 받고, 인정도 받았고요.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이제 U-20 월드컵도 끝났으니 무엇을 할 거냐고요? 글쎄요. 무엇이든 또 하게 되겠죠?(웃음)”

성남=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