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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아 "5만 관중 응원, 북한이 더 당황했죠"

등록일 : 2017.04.17 조회수 : 8165
유영아(맨 오른쪽)를 비롯한 1988년생 베테랑 선수들이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다.
“소음 적응 훈련을 한 덕분에 관중들의 응원 소리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북한 선수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안돼서 당황하던걸요?”

‘IBK기업은행 2017 WK리그’ 1라운드가 열린 14일 인천남동아시아드경기장에서 만난 유영아(구미스포츠토토)는 벌써 다음 남북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었다.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이 지난 7일 평양에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요르단 여자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북한과 일전을 벌일 당시, 유영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승리뿐이었다. 유영아는 “비긴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1-1 무승부가) 아쉬워요. 다음에 만나면 꼭 이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북한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유영아는 “처음에 경기장에 들어설 때는 5만 명이 같은 색 옷을 입고 있으니 무서웠어요. 그래도 경기를 하면서는 응원 소리가 신경 쓰이지는 않았어요. 소음 적응 훈련을 하고 가니까 괜찮았어요. 오히려 북한 선수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더 당황하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 남북 선수들의 신경전은 살벌했다. “경기 시작 직전에 입장하려고 대기하는 데 우리끼리 파이팅 하려고 ‘이기자!’, ‘어이!’ 이렇게 외쳤거든요. 그랬더니 북한 애들이 ‘죽이자!’라고 맞받는 거예요? 뭐라고 죽이기까지 해? 우리도 열 받아서 ‘우리가 더 죽이자!’ 그러면서 계속 신경전을 펼쳤죠. 장난 아니었어요.” 유영아는 다음 기회에 한국에서 다시 남북전이 열린다면 “더 무섭게 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이 조 1위로 여자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낸 데는 유영아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윤덕여 감독이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온 세대교체의 기조를 잠시 멈추고 김정미, 조소현, 김도연, 전가을(이상 인천현대제철), 이은미(수원시시설관리공단) 등 베테랑 선수들을 다시 불러 모은 것은 그들의 경험이 가진 힘과 리더십을 믿었기 때문이다.

유영아는 “본선 진출이라는 결과를 위해 우리가 소집된 거잖아요. 소집 첫날 감독님이 저희를 불러서 그 목적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우리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우리를 위해서도, 한국여자축구 위해서도요. 간절했기 때문인지 결국 이뤄냈네요”라고 말했다. 유영아는 이어 “앞으로 세대교체는 다시 이어지겠지만, 저 역시 준비는 항상 하고 있어야죠. 언제든지 불러주면 제 역할을 해낼 준비가 돼있어야 해요”라며 마음을 다졌다.

한국여자축구의 미래를 밝힌다는 사명감을 다한 덕에 역사적인 평양 원정은 추억이 됐다. “사실 며칠 더 있었으면 한계가 왔을 지도 몰라요. 전자기기 없이 생활하는 게 처음에는 좋았는데, 점점 힘들더라고요. 초반에는 애들이랑 이야기하고 게임하고 하면서 즐거웠는데 점점 소재가 고갈되니까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거예요. 비행기 타고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다들 휴대폰부터 켰다니까요.” 열흘간 잠들어있던 휴대폰에는 위기를 멋지게 통과한 데 대한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