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Korea Football Association
bla~bla~

뉴스룸

home 뉴스룸 인터뷰

인터뷰

[심층인터뷰] ‘프로페솔’ 플라비우, 신태용호 엔진의 설계자

등록일 : 2017.04.06 조회수 : 9664
루이스 플라비우(왼쪽) 피지컬 코치는 신태용 감독의 축구 철학이 맘에 들어 또다시 그와 함께 하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에는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 한 명이 있다(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는 있다). 그는 1949년생 브라질 출신 피지컬 코치인 루이스 플라비우다. 한국 나이로 일흔을 앞둔 플라비우는 자신보다 50년 어린 손자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내고 있다.

손자뻘 선수들은 그를 ‘프로페솔(Professor)'이라고 부른다. 영어가 아니라 포르투갈어다. 영어로는 ’교수‘라는 뜻에 한정된 이 단어는 포르투갈어로는 ’선생님, 숙련가‘에 가깝다. 플라비우 코치와 함께 U-20 대표팀 선수들의 체력을 책임지는 우정하 코치가 부르는 호칭을 선수들도 따라서 부른다고 한다. ’프로페솔‘을 파주 NFC에서 직접 만나봤다. 그를 가까이서 보니 선생님보다는 옆집 할아버지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푸근한 미소 속에는 강한 자기애와 자부심이 깔려 있었다.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그의 얼굴이 아주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전남드래곤즈(2004년), FC서울(2005년), 포항스틸러스(2010~2015년)에서 피지컬 코치로 일한 바 있다. 특히 포항에서는 황선홍 감독을 도와 2013년에 프로축구 역사상 최초의 K리그와 FA컵 더블 우승을 일궈냈다. 포항 특유의 ‘스틸타카’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 뒷받침되면서 그 위력이 배가됐다.

플라비우 코치의 이력은 화려하다. 20대 중반이던 1971년 피지컬 코치를 시작한 그는 브라질, 일본, 한국의 무수한 프로 팀을 거치며 수차례 우승에 일조했다. 브라질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바스코 다 가마에서는 당대 최고의 스타인 호마리우를 조련했다. 클럽 뿐만 아니라 대표팀 지도 경력도 갖췄다. 사우디아라비아(1981~1982년), 일본(1995~1998년) 대표팀을 거친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신태용 감독을 도왔다.

플라비우가 이번에 U-20 대표팀에 합류한 것은 신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그는 “신 감독의 축구 철학을 잘 안다. 즐기는 축구, 공격적인 축구가 상당히 인상적이고 나도 그러한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신 감독이 대표팀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할 때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피지컬 코치로서 플라비우의 경험과 노하우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인터뷰 도중 플라비우만의 영업비밀에 대해 파고들면 그는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최대한 진솔하게 이야기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인터뷰는 브라질에서 10년 동안 유학을 한 우정하 코치의 통역과 친절한 설명 덕분에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우 코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U-20 대표팀의 체력을 책임질 우정하(왼쪽)와 플라비우 피지컬 코치.
-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신태용 감독을 도와 피지컬 코치로 일한 뒤 다시 함께 일하게 됐다.
올림픽 이후 브라질로 돌아가 상파울루에 있는 여러 프로 클럽들의 피지컬 자문을 맡았다. 그리고 체육대학교에서 피지컬 코치를 준비하는 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지냈다.

- 신 감독의 요청에 흔쾌히 응한 이유는 무엇인가.
올림픽에서 같이 했는데 신 감독이 만족스러워 했다. 다시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 바로 ‘오케이’ 했다. 올림픽에서 같이 해봤고, 신 감독의 축구 철학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 감독은 즐기는 축구, 재밌는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훈련과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나도 그러한 방향성이 맞다고 생각한다. 신 감독은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한 게 좋다. 놀 때는 최대한 편하게, 일할 때는 진지하게 한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 지난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이하 아디다스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 준비했나.
이번 대회를 치르며 모든 선수가 경기를 뛰었다. 내가 눈으로 직접 보고 선수들의 몸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았다. 코칭스태프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아디다스컵은 U-20 월드컵과 같은 방식과 일정으로 진행돼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좋은 리허설이 됐다고 본다. 준비기간이 짧았는데 유산소 운동과 저항운동(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했다. 무엇보다 회복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 최종 소집훈련이 시작되면 고강도 체력훈련을 하게 된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종합적으로 조화롭게 훈련할 것이다. 유산소, 무산소, 코디네이션, 스피드 지구력을 종합적으로 기를 수 있는 훈련이다. 하나라도 뺄 수 없다. 또한 계획에 따라 훈련하지만 계획대로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선수는 다치기도, 체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매일 체크하면서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코치 개인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고강도 체력훈련은 나중에 대회에서 선수들의 회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한다. 운동생리학 이론과 감독의 전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을 접목시킨다.
(이 대목에서 본인만의 노하우를 슬쩍 물어봤지만 그는 “설명을 하자면 방대하고 복잡하다”며 슬며시 발을 뺐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남은 질문이 많아 더 이상 물고 늘어질 수 없었다)

-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를 때는 회복능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후에는 크게 냉욕-회복운동-스트레칭-음식 관리에 신경을 쓴다. 젖산을 빨리 배출하기 위한 회복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경기를 뛴 선수와 안 뛴 선수를 나눠 관리하는 것도 장기 레이스에서는 정말 중요하다. 경기 후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스트레칭 등은 다른 코치들도 다 하는데 중요한 것은 강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경험이다.
(우정하 코치는 “내가 옆에서 지켜봤는데 훈련 강도 조절이 정말 절묘하다. 정말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거들었다.)

- 포지션 별로 따로 요구되는 체력적 특성이 있나.
진짜 중요한 것은 포지션 별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각 선수마다 다른 생리적인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다. 똑같은 센터포워드도 생리적인 특징이 다르다. 이걸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지션 별로 따로 요구되는 체력적 특성이 있긴 하지만 큰 의미가 없다. 예를 들면 측면 수비수는 많이 뛰어야 하니 유산소 능력은 기본이고 오버래핑 이후 빠른 회복력과 스피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선수에게 그런 능력이 요구된다.

- 신태용 감독이 백승호에겐 별도의 체력 보강 훈련을 실시하도록 했다고 들었다.
백승호는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갈 차세대 유망주다. 인성이 좋고, 책임감이 뛰어나고, 참 성실하다. 바르셀로나에서 하는 운동이 있을 텐데 대표팀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다. 그냥 무거운 걸 드는 것보다 근육의 밸런스를 잡는 게 목표다.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40분 하고, 운동장에 나가서 30분 정도 운동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승호에게 부족한 파워와 밸런스, 코디네이션을 위주로 한다. 운동장에서는 공과 함께 뛰며 슈팅도 한다. 유,무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가져와서 한다.
(백승호는 4월3일 최종 소집훈련 명단 발표 이후 파주 NFC에서 플라비우, 우정하 코치와 함께 개인 체력 훈련을 하며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 백승호의 신체 밸런스가 흐트러졌기 때문에 밸런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것인가.
다른 선수들도 중,고등학교 때 키가 급속히 자라니 다 그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백승호가 다른 선수에 비해 특별히 밸런스에 문제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는 훈련을 잘 하면 더 좋아질 것이다. 밸런스가 나빴다면 이미 경기장에서 그러한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을 것이다. 승호는 지금 여기서도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 성인대표팀에서도 잘 할 것이다.

- 소속팀 경기로 늦게 합류하는 이승우는 어떻게 관리하는가.
승우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대회 끝나고 해산하며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승우에게 주면서는 ‘팀 스케줄이 있으니 팀 훈련을 소화하고, 부족한 훈련이 있으면 보완하는 식으로 하라’고 이야기했다. 이승우가 자율적으로 하도록 맡겼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승우를 보면 호마리우가 생각난다. 내가 브라질 바스코 다가마에 있을 때 지금 이승우 나이의 호마리우와 함께 지냈다. 경기를 즐기는 모습, 통통 튀는 모습, 공을 차는 모습이 호마리우와 똑같다. 그래서 이승우를 보면 웃음이 난다. ‘저 XX 봐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플라비우 코치는 ‘Fudido'라는 표현을 썼다. 우 코치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포르투갈어로 욕설인데 정말 잘 하는 선수를 보며 반어적으로 칭찬하는 말이라고 한다) 정말 즐기면서 축구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승우가 팀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한다. 승우가 개인기로 상대방을 제치면 다른 선수들도 힘이 나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게 팀에 큰 도움이 된다.
(왼쪽부터) U-20 대표팀 코칭스태프인 전경준 코치, 공오균 코치, 신태용 감독, 김해운 골키퍼 코치, 플라비우와 우정하 피지컬 코치.
- 20대 중반에 피지컬 코치를 하게 된 계기는.
1971년에 피지컬 코치를 시작했다. 1967년에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3년간 뛰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대학교에서 피지컬과 관련한 공부를 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팀의 코치직 제의가 와 일을 시작했다.

- 브라질에서 피지컬 코치를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어디였나.
우승했던 팀은 다 기억에 남는다. 하나를 꼽는다면 바스코 다 가마다. 우승도 많이 했고, 6년 동안 머물렀다. 호마리우와 마지뉴(바이에른 뮌헨의 티아고 알칸타라, 바르셀로나의 하피냐 알칸타라의 아버지) 등이 있었다. 당시 바스코 다 가마는 브라질 대표팀 선수가 모두 모인 때였다. 지금의 전북 현대처럼 말이다.

- 일본에서는 대표팀의 일원으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과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치렀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일본이 브라질을 1-0으로 이겼다. 당시 경기가 끝나고 브라질 관계자가 나를 불러서 뭐라고 하더라. 왜 거기 가 있어서 우리를 힘들게 하냐고 말이다(웃음). 큰 대회를 경험했으니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일본 대표팀에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있었는데 1997년의 도쿄대첩도 기억에 남는다(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으로 한국이 서정원의 동점 헤딩골, 이민성의 역전 중거리슛으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한국 대표팀에서 일했다. 세 나라 선수들의 체력적 특성은 어떻다고 보나.
사우디 선수들은 오래 전에 맡아 최근에는 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일할 때는 선수들이 피지컬 훈련을 하기 싫어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유소년 레벨에서 기술적으로 뛰어나다. 그런데 두 나라를 비교하면 확실히 한국 선수들이 전투적이고 의욕이 넘친다. 그래서 K리그가 항상 J리그 팀을 만나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같다. 양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지만 K리그에서 우승하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K리그가 훨씬 경쟁적인 리그인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국의 피지컬 훈련은 항상 ‘빨리빨리’ ‘강하게’ 하는 것만을 요구한다. 피지컬 훈련은 빨리, 천천히, 무겁게, 가볍게 하는 걸 구분해서 해야 하는데 한국은 무조건 무겁게, 빨리, 오래 하는 것을 원한다. 처음 전남에 왔을 때 체력훈련을 시켰더니 김남일이 찾아와서는 “선생님, 운동 이게 다야”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수들의 성향과 한국의 문화를 파악한 뒤에는 운동 강도를 올렸다.
일단 100% 자신하는데 한국이 피지컬 면에서 일본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무조건 강하게 부딪히는 게 다는 아니다. 피지컬 훈련의 목적은 몸싸움을 이기려는 것이 아니다. 힘을 적절히 나눠쓰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 2016 리우올림픽 당시를 회상한다면.
당시 브라질 매체에서도 한국의 경기를 비중 있게 다뤘다. 단순히 말해서 경기를 잘 했기 때문이다. 브라질도 한국을 4강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당시 팀이 정말 괜찮았다. 브라질 코치를 아는데 브라질도 한국이 4강에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한국이 올라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당시 올림픽에 출전했던 손흥민은 정말 좋은 선수였다.

-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 감독의 축구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고 하더라. 이 말에 동의하는가.
신 감독이 엄청난 활동량을 요구하는 편은 아니다. 선수들은 항상 힘들다고 말한다. 엄살을 부린다(웃음). 물론 나는 90분 경기를 뛸 수 있는 체력만을 준비하지 않는다. 나는 10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한다.

- 지도자로서 신 감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내가 그동안 50여명의 코치를 거쳐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독을 보는 눈은 있다. 신 감독은 그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똑똑하다. 공부를 많이 한다. 올림픽 팀에 함께 있었던 김기동 코치도 그랬지만 신 감독은 열심히 공부하고 잘 한다.

- 한국 축구가 역사적인 성적을 낼 때는 좋은 외국인 피지컬 코치가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베르하이옌,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이케다 세이고가 있었다. 이번에는 플라비우 코치가 좋은 성적에 일조해주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다.
그들과 나를 동등한 레벨에서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우승을 못했으니 성공한 것은 아니지 않나(웃음). 나는 우승을 이끌었다. 이케다도 내 밑에서 보고 배웠다. 물론 나도 그들처럼 한국 팀이 역사적인 성적을 내는데 일조하고 싶다.

- 피지컬 코치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여기 오기 직전에도 중동이나 중국의 영입 제의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나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 가족들이 한국 생활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곳에서 제의가 있다면 고민을 하겠지만 일단 한국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파주 = 오명철
사진 = 대한축구협회, 오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