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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서동원 고려대 감독 "쉬운 우승은 결코 없다"

등록일 : 2017.02.15 조회수 : 9569
서동원 감독은 모교인 고려대를 이끄는 것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룰 것은 다 이뤘다고,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서동원(44) 감독은 고려대에서 또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할까?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이 한창인 경남 통영에서 서동원 감독을 만났다. 예선 첫 경기에서 성균관대에 일격을 당한(1-2 패) 뒤였지만, 서 감독은 “언제나 목표는 우승”이라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인터뷰 다음 날인 14일, 고려대는 경희대와의 경기에서 보란 듯이 3-0 완승을 거둬 토너먼트 진출 전망을 밝혔다.

고려대의 지휘봉을 잡고 보낸 지난 8시즌 동안 서 감독은 숱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춘계연맹전(2011, 2014), 추계연맹전(2015), 선수권대회(2009), 전국대학축구대회(2010) 등 여러 전국대회에서 왕좌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오랜 숙원이었던 U리그 왕중왕전을 제패하며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지난 연말에 열린 '2016 KFA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서 감독은 농담 삼아 “이제 다 이뤘다”며 웃었지만, 서 감독과 고려대의 축구는 올해도 계속된다. 대학축구의 전통 강호를 이끈다는 중압감, 명문의 자긍심으로서 대학축구를 선도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서 감독을 멈추지 않고 변화하는 지도자로 있게 했다. 서 감독은 지난 8시즌 동안 만만한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고, 쉬운 우승도 결코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전히 더 많은 우승컵을 원하고 있다.

-이번 시즌 첫 대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동계 훈련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신입 선수들이 합류한지 10주 정도 됐습니다. 2월 대회는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으니까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학년 선수들 중에 프로로 진출한 선수들이 있고,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있어서, 함께 어우러지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영욱 선수를 비롯해 고등축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들이 합류했는데요?
조영욱 선수는 고등학교에서 또래 중에 가장 두각 나타낸 선수입니다. 한국 U-20 대표팀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죠. 어제 데뷔전(성균관대전)을 치렀는데, 아마 본인도 만족스럽지 못했을 겁니다. 사실 팀 훈련에 많이 함께하지 못했어요. 대표팀 전지훈련에 다녀와서 팀에 합류한지 4~5일 정도 밖에 안됐거든요.

-조영욱, 박상혁, 김호 등 신입 선수들을 성균관대전에 선발로 내보낸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존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의 조화를 위해서는 실전만큼 좋은 훈련 무대가 없다고 생각해요. 부담이 있을 테지만 선발로 과감하게 내보냈죠. 앞으로도 기회를 많이 주려고합니다. 분명 좋은 선수들이거든요. 대학축구는 성인 축구 레벨이라 고등학교 때와는 차이를 느꼈을 겁니다. 데뷔전 치고 정말 열심히 잘해줬는데,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아쉬울 거예요. 앞으로 잘 적응하면 본인들 기량을 펼쳐 내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스쿼드는 어떤가요?
좋은 선수들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간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면서 생긴 공백은 아쉬운 게 사실이죠. 물론 좋은 길을 가는 것에 대해서는 축하해줘야 하지만요. 기존 선수들과 신입생들이 조화를 이루는데 시간이 필요할거예요. 경험상 보통 30주 안팎이면 완성도가 높아질 겁니다. 봄 지나고 초여름 정도 되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숙원이었던 U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이뤘습니다.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갖고 준비했나요?
알게 모르게 고려대가 우승을 하면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작년 우승 때도 선수들한테 미안했던 게, 우승팀은 우린데 준우승팀인 송호대가 더 주목 받았어요. 제가 더 오버해서 선수들한테 잘했다고 축하를 해줘야하는 상황이었죠. 목말랐던 왕중왕전 우승을 해냈기 때문에 저희끼리는 정말 기뻤어요. 어쨌든 학우들이나 외부 사람들이나 모두 기대가 큰 것을 이해하니까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야죠. 대학축구를 선도해야하는 팀의 입장이기 때문에 매 대회에서 우승권에 근접해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고려대의 전통, 명성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죠. 올해도 가능한 많은 대회에서 우승권에 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목표가 있나요? ‘몇 패 이상은 하지 않겠다’ 라든가?
패배를 수치화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어쨌든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지는 거 싫어하거든요. 1년에 몇 번 안지기 때문에요. 지난 3시즌을 보면 연간 4~5패 정도거든요. 일단 지는 건 생각 안하고, 무승부 경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해요. 10경기 미만으로요. 그걸 승리로 채운다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겁니다.
2016년 U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에서 연세대를 꺾은 후 기뻐하고 있는 서동원 감독과 고려대 선수들.
-고려대 감독으로서 8년(감독대행 시절 포함)을 보냈습니다. 소회가 어떤가요?
매년 똑같은 거 같아요. 매년 나가는 선수들이 생기고,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으니, 매년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고요. 매 시즌이 어렵고, 만만한 시즌이 한 시즌도 없던 것 같아요. 8시즌을 되돌아보면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와 줬고, 저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던 것들이 주변의 좋은 평으로 이어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특히 어려웠던 시즌이 있었나요?
고비가 없었던 시즌은 없던 것 같아요. 늘 어려움이 있죠. 그런 고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지도자로서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춘계연맹전부터 삐걱거렸고, 전반기 동안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았어요. 추계연맹전도 실패했고. 연세대와의 정기전 앞두고 선수들과 마음을 다잡고 준비했던 것이 성과를 만들었죠. 정기전에서 많이 이겨봤지만, 역전승은 처음이었거든요. 정기전 승리 이후에 다시 힘을 내서 후반기를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정기전 승률이 좋습니다. 정기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고려대 감독 역할을 하는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죠. K리그에서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가 있듯이, 대학축구에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이 있잖아요. 저 역시 고려대 출신이기 때문에 선수 시절부터 쌓아온 추억과 의미가 큽니다. 정기전 기간 동안은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학우들 전체가 유난스러울 정도로 많은 관심과 기대를 쏟아 주시거든요. 축구에서 꼭 승리를 안겨드려야 한다는 막강한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무거움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즐기고 있어요. 물론 이기니까 그렇겠지만요(웃음). 8년 동안 6승 1무 1패를 했습니다. 준비할 때마다 스트레스도 크지만, 모교의 지도자로서 가장 큰 희열과 매력 느끼는 경기예요. 선수들한테도 동기유발 면에서 최고의 경기죠.

-연세대와의 라이벌 관계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예민한 부분인가요?
그럼요. 신입생 때는 잘 모르겠지만요. 라이벌 관계를 알고는 들어오지만, 막상 들어와서 느껴보고는 ‘왜 저렇게 편집증적으로 집착을 하나’ 그런 생각도 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어감 상 ‘연고전’이 익숙했는데, 지금은 ‘고연전’이 훨씬 편해요. 신입생들이 멋모르고 옷이나 신발에 파란색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걸 착용하면 선배들한테 꾸중을 들어요. 우스갯소리도 많잖아요. 고려대 주변에서는 상처에 바르는 ‘연고’도 ‘고연’이라고 부른다고(웃음). 그만큼 오랜 라이벌 관계가 주는 소속감과 자긍심이 있는 것 같아요. 큰 복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U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전에서 연세대를 만나 이기기도 했는데요?
이전까지 연세대는 U리그 왕중왕전에서 두 번 우승을 했는데, 고려대는 한 번도 못한 상황이었어요. 대진을 보고 ‘아, 연세대를 꺾어야만 첫 우승을 할 수 있는 거구나’ 싶었어요. 숙명의 라이벌전... 주변에서도 그런 말씀 많이 하셨잖아요. 항상 이기고 싶죠. 연세대는 특히,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마음이 커요. 준결승전이든, 결승이든, 예선이든 상관없이 무조건이요(웃음). 스트레스도 크지만 이런 좋은 경쟁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감독으로서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선수들 역시 큰 경기를 통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요. 기능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죠.

-고려대에서 보낸 8년 동안 다진 축구철학은 무엇인가요?
처음 맡았을 때는 저의 축구철학을 입힌다기보다는 제가 너무 사랑하는 축구를 후배들한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축구와 잘 어우러지게 구현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방법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시야도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조금 불분명하게 접근했던 것을 어떻게 하면 돌아가지 않고 더 정확하게 갈 수 있는지, 확신이 드는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지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요. 요즘은 한국프로축구는 물론 세계 축구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고려대가 보유한 선수들을 세계적인 축구와 어떻게 접목을 시킬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세계 축구의 변화와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계속 연구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축구는 유행처럼 계속 변화합니다. 그 흐름에 민감해야 해요. 축구는 글로벌한 스포츠잖아요.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도 점점 많아지고요. 세계적인 축구를 많이 접하고, 준비해 놓아야 선수들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연구한 부분을 얼마만큼 선수들한테 구체적으로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하는가도 중요해요. 정보전달 능력도 지도자가 꼭 갖춰야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동원 감독은 2016 K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았다.
- 대학축구 지도자로서 선수들의 취업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아파요.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잖아요. 도태되는 선수들이 분명 생기기 때문에, 그들을 보면 미안하고 마음 아프죠.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니까요. 그런 선수들을 보다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 축구인들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합니다. 더 많은 선수들이 더 좋은 기회 가질 수 있게요. 그게 프로 전단계인 대학축구가 가져가야할 몫이죠. 학교 시스템, 교육과정 등을 통해서 프로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선수로 키워내는 게 대학축구의 중요한 목적이니까요. 대학축구가 프로축구의 젖줄이자 보급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한창 꿈 많을 20대 초반의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데요?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정신적인 부분이 정말 중요해요. 기능적인 부분은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80~90퍼센트 정도는 다 올라온 선수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나머지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정신적인 면이에요. 긍정적인 마인드, 마음의 습관 같은 것들이 잘 작용해야지만 소위 말하는 탑클래스 선수가 될 수 있죠. 젊은 선수들은 변화의 폭이 커서 한 번의 좌절에 무너지는 경우가 생겨요. 신체적인 부상으로 좌절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면이 받쳐주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도 있죠. 마음 대 마음으로 선수들이 좋은 마음 가지고 훌륭한 인격체가 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도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서 감독님의 선수 시절은 어땠나요?
부끄럽죠(웃음).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쉬움이 크죠.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서 U-20 월드컵도 두 번 나갔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홋스퍼 감독이나 루이스 피구 같은 이들과도 겨뤄봤죠. 부상 때문에 프로에서는 더 성장을 못했고 그래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런 어려움 잘 알기 때문에 비슷한 어려움 겪는 선수들한테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공감대 형성하면 코칭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흔히 선수 때 뭔가 아쉬움이 남았던 경력의 소유자가 지도자로서 더 매진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축구지도자로서 가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선수들이랑 한 시즌, 한 시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행복하고요. 제 천직이라 생각해요. 그 팀이 모교인 고려대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요. 물론 좀 더 역량이 축적되면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적잖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고려대에서 더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우승은 하면 할수록 더 큰 동기부여가 돼요. 모든 우승이 결코 만만하지 않고요. 쉽게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대학 최강 팀으로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발전해가는 데 시간과 열정 더 쏟겠다는 각오입니다.

통영=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