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Korea Football Association
bla~bla~

뉴스룸

home 뉴스룸 인터뷰

인터뷰

[심층인터뷰] "하사 이영주,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등록일 : 2016.07.15 조회수 : 30954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이영주가 전역했다.
“신고합니다! 하사 이영주는 2016년 6월 30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전역 신고 뒤 이제 막 보름가량이 지난 이영주(24, 인천현대제철)를 만났다. 이영주는 6월 30일 전역식을 치른 뒤 곧장 새 소속팀 인천현대제철에 합류했다. 지난 11일에는 ‘IBK기업은행 2016 WK리그’ 19라운드 경기에서 전 소속팀 보은상무를 상대로 데뷔전까지 치렀다. 3-0 승리 후 받은 자유 시간에 이영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머리카락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하는 일이었다.

KFA 홈페이지 에디터(이하 KFA) 민간인으로서 처음으로 한 활동이 염색이 됐네요?
이영주(이하 이) 네, 맞아요. 아직 어색해요. 전역하기 전부터 ‘아, 빨리 머리하고 싶다. 시간아 빨리 가라’ 그랬거든요. 민간인 인증?(웃음)
KFA 데뷔전이 마침 보은상무전이었어요. 느낌이 어땠나요?
헤아려보니 인천현대제철에 와서 딱 6번 운동하고 경기에 나간 거더라고요. ‘상무한테 패스하면 어떡하지?’ 그랬다니까요. (권)하늘(28, 보은상무) 언니가 불렀으면 패스했을지도 몰라요. 다행히 절 안 부르더라고요. 경기 전에는 장난삼아 상무 라커룸에 들어가서 앉아있었어요(웃음).

2013 드래프트, 1순위로 상무 지명 받고 ‘얼떨떨’

이영주는 2012년 12월 실시된 2013 W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상무(현 보은상무)의 지명을 받았다. 2015년 12월 선수선발세칙 개정 전까지, 상무의 지명을 받은 선수는 자동적으로 육군 부사관으로서 3년간의 복무를 했다. 이영주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군생활을 하게 된 이유다. 선수선발세칙 개정 후, 2016 드래프트부터 상무는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게 됐고, 한국여자축구연맹에 상무 입단을 희망하는 별도의 지원서를 제출한 선수에 한해 드래프트 전후에 자체 협상을 거쳐 선수 선발을 할 수 있게 됐다.

KFA 자, 이제 3년 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네? 꼭 돌아가야 해요?
KFA 드래프트 때 이야기를 해보죠. 상무(당시 부산상무)의 지명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요. 그때 상무가 저랑 같이 한양여대에서 뛰었던 (김)지혜(24, 구미스포츠토토)를 지명할거라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같이 드래프트 장에 있었는데, 앞에서 ‘부산상무 1순위 지명해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옆에 앉은 지혜한테 ‘지혜야, 잘가~’ 막 이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영.주’ 이렇게 된거죠. 헉. 정말 깜짝 놀랐어요. 생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 자리에 부모님도 계셨는데, 부모님도 깜짝 놀라셨죠.
KFA 당시 사진을 보면 담담해보여서 예상하고 있던 줄 알았어요.
상무에 대해서 거의 정보가 없었어요. 너무 놀라서 눈물이 안 났던 것 같아요.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있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현실을 직시하게 되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환영 파티를 조그맣게 했는데, 거기서 언니들한테 상무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 큰일 났다. 어떡하나’ 했죠. 그전까지는 정말 ‘군대무식자’였거든요.
KFA 권하늘 선수는 장기복무자가 됐는데, 이영주 선수는 그럴 생각이 없었나요?
입대할 때부터 장기복무는 전혀 생각 안했어요. 근데 신청 시기가 되니까 조금 고민은 되더라고요. 상무는 분위기가 정말 좋거든요. 다들 축구가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하거든요. 시설도 정말 좋고요. 공기도 좋고, 물도 좋고요(국군체육부대는 경북 문경에 있다). 운동하기 정말 딱 좋은 환경이에요. 그래도 저는 군인 할 성격은 못되나 봐요. 이렇게 염색도 하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그러니까요. 잘 결정한 것 같아요. 지금이 행복합니다(웃음).
KFA 지난 드래프트 때 상무 지원자들에게 물어보니 장기복무를 원하는 선수들이 많더라고요.
네. 일단 상무 지원자가 생각보다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15명). 근데 장기복무자가 되는 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해마다 TO(인원 편성)도 매번 다르고, 절차도 복잡하고, 경쟁도 치열하고요. 하늘 언니가 정말 대단한 거예요. 선수들이 그런 걸 모르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지원했을까봐 걱정도 돼요. 선수들이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선수들이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보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전역식에서의 이영주(왼쪽에서 세번째부터)와 제2경기대 경기대장, 송다운(서울시청), 김유진(이천대교), 이미연 보은상무 감독.
군사훈련의 추억,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KFA 본의 아니게 입대를 하게 됐는데, 군사훈련은 힘들지 않았나요?
군사훈련 받는 것 자체는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단체생활을 계속 하다가 들어간 거니까 잘 적응한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힘들어하더라고요. 저는 축구를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훈련이 정확히 17주거든요(지금은 더 늘어났대요. 어떡하면 좋아). 이상하게 그렇게 힘들게 하는데도 근육은 다 빠지고 살이 쪄요. 저녁에 주는 간식 때문일까요? 쌀국수, 라면, 빵 같은 것들을 주고 그날 다 먹으라고 하거든요. 훈련 끝나고 나면 몸이 다 망가져서 다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해요. 그 과정이 정말 힘들어요. 패스를 이쪽으로 했는데 저쪽으로 가고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살 빼는 데만 1년이 걸렸고, 제가 느끼기에 정상 컨디션으로 만드는 건 2년이 걸렸어요. ‘상무는 매년 신생팀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니까요. 매년 팀 구성이 많이 바뀌는 탓도 있지만, 들어와도 훈련 받고나면 다시 몸을 만들어야하니까요. 그래도 올해 들어온 친구들은 훈련 다녀와서도 몸이 좀 괜찮았어요. 시스템적으로 조금씩 배려를 해주는 것 같아요.
KFA 훈련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야외에서 반합에다가 비닐 씌워서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위장도 하고요. 그러다 동기 선수랑 서로 눈이 딱 마주쳤는데, 그 상황이 너무 웃긴 거예요. 우리 축구하러 왔는데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그러면서 마주보고 깔깔 웃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남자대표팀 경기가 있어서 몰래 TV를 틀어서 보다 걸린 일이요. 한 5분 봤나? 근데 그것 때문에 일주일동안 저녁마다 군장 매고 뛰었어요. 축구를 하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억울함. 그런 사소한 것들이 추억이 됐어요. 당시에는 힘들었던 게 지나고나니 추억이 되네요.
KFA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요?
숙영이요. 제가 2월 말에 들어가서 추운 거랑 더운 걸 다 겪고 나왔거든요. 추울 때 숙영하면 다들 폐렴에, 몸살에 고생하죠. 더운 것도 정말 힘들더라고요. 더운 날의 PRI(사격술 예비훈련). 와...
KFA PRI가 뭐예요(군대무식자)?
피(P)나고, 알(R)배고, 이(I) 갈리는 훈련이요.

전역 D-10, 감격의 시즌 첫 승리

KFA 혹시 전역 날짜 셌어요?
셌죠! 당연히 셌죠!
KFA 첫날부터요?
아니요. 그러면 더 시간이 안 갈 것 같아서, 두 자리 수로 떨어지고 나서부터 셌어요. 99일 남았을 때부터요. 처음에는 ‘99일이나 남았어?’ 하다가 리그 치르다보니 시간이 금방 가서 ‘벌써 이만큼이나 지났어?’ 이랬는데, 딱 10일 남으니까 시간이 너무 안가는 거예요. 앞에 90일보다 더 안간 것 같아요. 전역 날 12시 땡 치고 동기랑 ‘아아악!’ 소리 지르면서 좋아했어요.
KFA 10일 남겨둔 때에 첫승을 한 거네요(보은상무는 6월 20일 구미스포츠토토와의 경기에서 개막 후 첫 승리를 거뒀다).
네! 딱 두 게임 남았을 때요. 동기랑 ‘제발 나가기 전에 꼭 이기자’ 이야기 했거든요.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이번 시즌에 한 번도 못 이기고 전역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 싫었거든요. 우리 선수들, 스태프들, 정말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했거든요. 전역하기 전에 꼭 이기고 싶었어요.
KFA 상무에서 뛰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뭔가요?
작년에 문경에서 했던 세계군인체육대회요. 4년마다 있는 군인들의 올림픽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국가대표팀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국제대회잖아요. 다른 나라 선수들과 즐기면서 축구했던 것 같아요. 매년 단일종목으로 열리는 여자군인축구대회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점점 경기 수준도 높아지는 추세예요. 사실 부대에서는 리그보다 이 대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군인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장기복무 신청할 때도 많은 도움이 돼요.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잘 뛰어요.
이영주는 상무에서 뛴 3년 동안 많은 추억과 경험을 얻었다.
인천현대제철 선택 이유는 최인철 감독

KFA 인천현대제철 입단을 결정한 건 언제쯤인가요? 왜 선택하게 됐나요?
KFA 마음을 먹었던 건 작년 시즌 후반기쯤이었을 거예요. 고등학생 때 최인철 감독님께 1년 정도 배운 적이 있었거든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후로 다시 최인철 감독님한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남아있었어요. 그게 인천현대제철을 선택한 1순위 이유예요. 사실 좀 무서우신데...(웃음) 적응 중이에요.
KFA 보은상무 때와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가요?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요. 상무는 군팀이긴 하지만 운동할 때는 자유롭게 하거든요. 이미연 감독님도 편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고요. 여기는 분위기가 딱 잡혀있는 느낌이랄까? 극과 극인 것 같아요. 그래도 대표팀에서 자주 만나던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잘 모르고 지냈던 언니들도 다들 편하게 대해주고요. 호주에서 온 에이미가 룸메이트인데, 조금씩 친해지는 중이에요. 많은 대화를 할 수가 없어서 좀 어렵지만...(웃음) 강제 영어 공부 중이랄까요? 재미있어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KFA 최하위 팀에서 최상위 팀으로 왔어요.
그러니까요. 확실히 성적에 대한 압박감의 무게가 다른 것 같아요. 감독님이나 선수들이나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보은상무에 있을 때는 이기기만을 바랐었는데, 여기 있다 보면 이기는 것에 대해 점점 무덤덤해질 것 같아요.
KFA 쟁쟁한 선수들과 주전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텐데요.
네. 이제 시작이에요. 제가 해야 되는 일이죠. 그래야 저도 좋고, 팀도 좋고요. 스쿼드가 워낙 좋은 팀이니까요. 그래서 사실 팀을 선택할 때 고민도 됐지만, 뭐든지 부딪혀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빨리 팀 전술을 이해하고 녹아들어야죠. 디테일하게 요구되는 부분이 많아서 전술적으로 생각을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팀이 우승하는 데 꼭 도움이 되고 싶어요. 우승하는 기분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이영주는 인천현대제철에서 첫 WK리그 우승을 꿈꾸고 있다.
월드컵은 여전히 꿈의 무대

KFA 아직은 인천현대제철 유니폼이 어색해 보여요.
네. 저도 아직 그래요. 꼭 느낌이 대표팀 소집해서 온 느낌? 다시 문경으로 내려가야될 것 같아요. 점점 익숙해지겠죠?
KFA 대표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직전에 무릎을 다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잖아요?
윽. 맞아요. 운이 좋지 않았죠. 물론 100퍼센트 월드컵에 갈거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기회 자체가 사라진 거니까 많이 아쉬웠죠. 그것도 소집 바로 전날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다쳤거든요. 더 서러워서 많이 울었죠.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나중에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다행이라고. 인대가 완전 파열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빨리 잊어버리려고 했어요.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는 것 때문에 더 속상했죠.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요.
KFA 부상에서 복귀한 뒤에 다시 대표팀에 승선했어요.
다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대표팀에 들어가는 건 항상 행복한 일이니까요. 저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모두 다 대표팀을 목표로 하고 있을 거예요. 더 열심히 해서 계속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죠.
KFA 다음 월드컵에는 주축이 될 나이인데요?
그렇게 될 수 있게 해야죠. 작년에 중계로 월드컵 보면서 ‘내가 저기 있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언니들한테 많이 배워야죠. 많이 배워뒀다가 저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권태정
사진=FAphotos, 이영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