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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 E-1 챔피언십서 느낀 체력의 중요성

등록일 : 2018.01.19 조회수 : 7449
치밀한 훈련도 때로는 실전에서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축구는 100퍼센트 과학적인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시행착오를 통해 다음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ONSIDE>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열린 ‘2017 EAFF E-1 풋볼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에 참가해 아쉬운 성적을 거둔 한국여자축구대표팀 윤덕여 감독을 만났다. 전술훈련을 그래픽을 실었던 기존의 포맷과는 달리 윤덕여 감독을 주인공으로 한 1인칭 시점으로 구성했다.

북한전 완패, 체력에서 밀렸다.
북한은 2017년 4월 평양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 예선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밀려서 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놓친 아픔을, 그것도 홈에서 맛봤기에 강하게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왔다. 결과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완패였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전가을(멜버른 빅토리)이 합류했어도 이날은 안 됐을 것이다.

지난해 평양 원정만 해도 우리 선수들은 일찌감치 목포에 모여서 체력 훈련을 진행했다. 선수들이 경험도 많고, 기술적인 면도 떨어지지 않기에 체력 향상에 집중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평양에서는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해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비만 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버거워 공격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체력에서 완벽히 밀렸다.

이번 E-1 챔피언십 준비는 체력에 초점을 맞췄다. W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들(인천현대제철, 화천KSPO)과 오르지 못한 팀들 간에는 약 3주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챔피언결정전까지 간 선수들과 정규리그만 치르고 끝낸 선수들의 체력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인천현대제철과 화천KSPO는 회복에 중점을 둬야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체력을 끌어올려야 했다.

정규리그를 끝낸 선수들은 대표팀 소집훈련을 하기까지 3주 정도의 시간이 비었다. 피지컬 트레이너가 3주 동안 할 수 있는 개별 훈련 프로그램을 줬지만 혼자 훈련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소집 후 일본으로 일찌감치 넘어가서 체력적인 부분을 관리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4-1-4-1 대신 4-2-3-1
이번 대회에서는 기존에 주로 활용했던 4-1-4-1 포메이션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활용하는 4-2-3-1 포메이션을 썼다. 이민아(고베 아이낙)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일본(대회 당시 FIFA 랭킹 8위), 북한(10위), 중국(13위)은 객관적인 전력상 우리(15위)보다 우위에 있는 팀들이다. 그래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뒀다. 덕분에 이민아는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4-2-3-1 포메이션만 고집한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으로도 변화를 줬다.

지소연과 전가을은 이번 대회가 FIFA가 인정하는 선수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라 참가하지 않았다. 두 선수는 공격의 줄기를 만들고, 결정까지 지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대회를 앞두고 이 선수들의 공백을 다른 선수들이 메워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한 이유다. 지소연의 역할을 이민아가 대신해야 했다. 결과는 세 경기 모두 좋지 않았지만, 일본전과 중국전을 놓고 보면 이민아는 비교적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우리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핵심 선수들이 부상이나 기타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을 경우 ‘이렇게 대비해야겠다’는 구상을 할 수 있었다.

일본전에서 이민아의 플레이는 좋았다. 축구는 상황에 따라 대처도 다르게 해야 한다. 이기고 있을 때, 지고 있을 때, 비기고 있을 때가 다 다르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뒀다고 하더라도 공격적으로 나설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 명만 있을 수 있다. 일본전에서 2-3으로 패배했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중원에서의 조율이 좋았기 때문이다.

참 어려운 숙제, 세대교체
대회를 하나 치르고 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온다. 이번 E-1 챔피언십을 끝낸 뒤에는 체력적인 문제에 대해 절실히 느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이 좋아도 소용이 없다. 선수들도 아마 잘 알았을 것이다. 앞으로 기본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보약이 됐다.

모든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다.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다. 한채린이나 장창은 강한 상대들과 경기를 해봤다는 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한채린은 일본전에서 멋진 슈팅으로 득점했기에 더 많은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나름대로 기죽지 않고 선배 언니들 틈에 끼어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여자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기존의 선수들과 경쟁할 능력이 되어야 세대교체를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존의 선수들보다 능력이 부족한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대표팀에 선발할 수는 없다. 한채린, 장창, 손화연 같은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어린 선수들이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다. 여자축구의 선수층은 매우 얇다. 감독으로서도 그게 고민이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 <ONSIDE> 1월호 'COACHING NOT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