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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정태석 박사 “부상,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등록일 : 2017.12.22 조회수 : 8570
<ONSIDE>는 지난 네 차례에 걸쳐 스피크재활의학과 / 퍼포먼스센터 정태석 박사와 함께 부상 부위별 재활 방법을 소개했다. 마지막 시간인 12월호에는 스포츠 의학과 피지컬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정 박사와의 인터뷰를 준비했다. 현장 지도자와 선수들이 알아야 할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세심하게 살펴보길 권한다.

Q 최근 한국 축구도 스포츠 과학과 피지컬 관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국내 축구계도 스포츠과학 분야는 꾸준히 발전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피지컬 코칭 영역을 포함한 과학 분야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양적,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다. 프로축구 클럽팀을 중심으로 내국인 피지컬 코치가 많아진 점이 근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다. 아직 국내 피지컬 코칭 영역은 필드훈련 위주인데, GYM(실내) 세션을 전담할 근육훈련(근력, 파워 훈련) 전문가는 부족하다. 유럽 진출에 성공한 국내 선수들이 최우선 과제로 삼는 부분이 근력과 파워 향상일 정도니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 것이다.
또 선수들의 회복을 담당할 전문 분야의 발전도 있어야 한다. 빅클럽들이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세밀한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경기 후 회복과 원정 경기를 위한 여정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준비, 실행, 관리되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유럽은 10년 전에 체력 관리를 위한 세분화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세분화된 분야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한국이 유럽에 비해서 약 10년 이상 뒤쳐진다는 증거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국내 프로축구팀들이 좀더 인재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Q 프로 축구에 비해 아마추어 축구는 스포츠 과학 불모지라는 시선이 있는데?
A
학원이나 클럽 축구계가 스포츠 과학 불모지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젊은 일선 지도자들은 스포츠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췄고, 꾸준히 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진행된 지도자 강습회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과학적인 접근이 꾸준히 학습된 결과다. 피지컬 코치나 의무트레이너 같은 전문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비용적인 한계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풀타임(전업) 코치를 선호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아마추어 팀은 재정적으로 여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파트타임 코치가 대안이다. 코치 입장에서는 현장 경험과 공부를 할 수 있고, 팀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Q 다년간 스포츠 의학 분야에 몸담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례는?
A
진단 후에 축구를 그만두고 진로를 변경하게 했던 몇 사례가 있었다. 대부분 초등학교 5~6학년 선수들이었는데, 이들은 발목과 무릎에 심하게 연골연화증이 있었다. 연골연화증은 관절면의 물렁뼈에 부하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발생하는 과훈련 증후군이다. 성인기에는 수술과 재활을 통해서 복귀 후 어느 정도 커리어를 지속할 수는 있다. 박지성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수술 후 거의 1년간 재활과정을 거쳐 복귀했고 이후에도 활약했지만 결국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진단되면 사실상 커리어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기술적으로 배워야 하는 골든에이지 시기에 1년간 쉬게 되면 또래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기억에 남는 한 선수는 재능이 뛰어나서 프로산하 U-15팀으로 진학을 앞둔 6학년 선수였다. 발목이 반복적으로 심하게 부어서 받은 진단은 연골연화증이었고, 수술과 재활을 권유한 병원도 있었지만 결국 진로를 바꾸도록 상담해드렸다. 몇 년 더 축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성인이 되기도 전에 발목관절의 건강이 나빠질 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능성이 낮은 희망만을 말할 수는 없었다.

Q 부상의 최악의 경우로 가지 않도록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부상 이후 초기 대처가 치료 후 복귀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근육 손상의 경우 손상의 정도를 초기에 파악하고 압박과 아이싱을 충분히 하기만 해도 복귀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재활과정 중에 적절한 부상예방 운동으로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손상초기에 정확한 판단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운동을 재개하면 부상부위가 확대되거나 재발될 확률이 많다. 연구보고에 따르면 재발한 근육부상의 경우 복귀까지 걸리는 기간이 30% 이상 길어진다고 한다. 부상으로 인한 결손일이 길면 길수록 유소년 선수들은 자질개발을 위한 시간적인 손해를 보게 되고 프로선수들의 경우 팀 경기력은 물론 재정적인 부담까지 가중하게 될 수 있다.
부상은 지도자의 경험만으로 대처하지 말고 반드시 스포츠의학 관련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재능이 탁월한 선수일수록 부상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아껴야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기가 중요해보일수도 있지만, 영원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통증으로 절뚝이는 선수가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선수가 건강해야 그가 가진 무궁한 재능을 그라운드에 펼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축구에서 스포츠의학 및 과학 분야를 넘나들면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팀을 구성하는 다양한 직역의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듣게 된다. 이들 모두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선 지도자들은 때로 의학적, 과학적 접근이 부담도 되고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접근하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다보면 지도자로서 쌓아온 경험이나 지식이 팀과 선수들을 위해 한층 더 효율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피지컬 코치나 의무트레이너들은 단순한 흑백 논리의 과학적 판단보다는 지도자의 현장 경험을 존중하고 고충을 공감하면서 합리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기를 당부한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MEDICAL‘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