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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권칼럼 16] 사람이 사람다운 스포츠

등록일 : 2017.10.11 조회수 : 1594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양반과 상놈, 즉 반상의 계급을 논하던 그 시절의 구호가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전이다. 일부는 ‘과거에 비해 이렇게 살기 좋아졌는데 사람이 사람답게 못사는 건 뭔가’라며 배부른 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인권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문제는 참으로 쉬우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한다는 문제는 인간의 권리가 어떤 수준으로 보장되는가가 관건이 된다. 이에 포함되는 내용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권리와 연관된다.

역사적으로 스포츠에 있어서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일들은 일상적이었다. 그 동안 스포츠는 사람의 계급과 계층을 가로지르기 위해 남자와 여자, 귀족과 평민, 경제적 부유층과 빈민층, 장애와 비장애, 인종, 연령 등 차별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동원해왔다. 근대 이후 전 세계적인 스포츠 활동의 확산은 자유와 평등을 주창하는 근대 올림피즘과 같은 이념의 제정, 스포츠에 대한 평등주의적 접근으로 인한 학교체육의 발전 등을 통해 스포츠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문화여야 한다는 인식을 키우게 되었지만 이와는 별개로 차별화, 계급화, 개인화의 길도 함께 걸어왔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올림피즘을 통해 강조된 평등의 수준은 오늘날의 평등과는 차이가 명백한 것이었다.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1863-1937)은 "모든 스포츠는 평등을 기반으로 논해져야 한다(All sports must be treated on the basis of equality"면서도 "여성들의 올림픽은 실용적이지도 흥미롭지도 아름답지 않으며 부적절하다(An Olympiad with females would be impractical, uninteresting, unaesthetic and improper)."는 말로 금녀(禁女)의 축제였던 고대 올림픽을 답습하려고 했다는 점이나 학교체육의 현장에서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에 대한 차별은 1972년 남녀평등교육법, 일명 Title Ⅸ의 발효까지도 여전한 것이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스포츠는 기본권인가?

스포츠가 기본권이 될 수 있는가와 관련한 논란에서 우리는 기본권 보장에 있어서 수준의 문제와 관련하여 스포츠 활동이 과연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에 포함될 수 있는가와 관련한 의문을 포함한다. 스포츠가 기본권이라면 오늘날 우리의 체육정책은 모든 이들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때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권리를 적절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정책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동안 후자의 노력은 계속 있어왔다. 1972년 미국의 학교에서 성별, 연령, 인종의 차별을 금지하는 남녀평등교육법(Title Ⅸ)이나 1975년 스포츠 활동에서 자유와 평등을 명시한 sport for all 헌장, 1994년 영국에서 선언된 Brighton declaration 등은 스포츠에서 양성 평등뿐만 아니라 차별의 철폐를 지향한다(허현미, 2015). 뿐만 아니라 IOC의 올림픽 헌장은 가입된 모든 국가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s)의 운영방침에 스포츠를 통한 기본권의 확립을 언급함으로서 기본적으로 모든 회원 국가가 국제인권규범을 준수하고 인도주의적 태도를 취하고자 한다. 아래는 올림픽 헌장에 나타난 올림픽 이념의 기본원칙 중 일부이다.

<올림픽 이념의 기본원칙>
1. 올림픽 이념은 인간의 신체, 의지, 정신을 전체적 균형과 조화 속에서 고취시키는 생활철학이다. 스포츠에 문화에 교육을 접목시킨 올림픽 이념은 노력의 즐거움, 모범적 사례를 통한 교육적 가치, 사회적 책임성, 보편적 기본 윤리 원칙에 대한 존중의 정신에 입각한 생활양식의 개척을 추구한다.
4. 스포츠 활동은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올림픽 정신 안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우정과 연대(Solidarity) 그리고 페어플레이 정신에 기반한 상호 이해를 요한다.
6. 올림픽 운동은 인종, 종교, 정치, 성별 등을 이유로 국가나 사람에 대해 행해지는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스포츠 분야에서 누구에게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관심은 스포츠의 국제화 이후 여러 국제적 합의를 통해 정립되어 갔다. 국제 스포츠계의 노력은 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스포츠를 논하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헌장(Olympic Charter)에 나타난 올림픽 운동(Olympic movement), 올림픽 연대(Olympic Solidarity)와 각 올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제안되는 올림픽 윤리(Olympic Ethics) 등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1978년 유네스코가 채택한 <체육과 스포츠 국제헌장>은 체육 및 스포츠의 실천은 모든 이를 위한 기본권임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2014)는 과거 국가의 책임이 영토 보존에 머물러 있던 개념을 넘어 국민들의 행복추구와 관련한 의무로까지 그 책임을 확대한 결과로 파악한다. 국민들의 행복 추구는 적극적인 의미에서 복지의 차원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신체활동이 국민의 건강과 행복 추구권에 이르는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생활체육 정책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국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소외가 분명 존재하고, 심지어는 이런 정책들에 대한 불만, 즉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스포츠 활동의 참여거부 등은 스포츠가 기본권이라는 전제를 흔들 수 있다.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기 싫은 국민들에게 기본권을 운운하면서 강제로 스포츠 활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 스포츠계가 스포츠가 기본권임을 천명함에도 불구하고 각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책을 펴는가의 문제도 있다.

사람이 사람다운 스포츠가 되려면?

스포츠 활동과 관련한 기본권 보장의 과제는 기본권 보장의 원리와 취지에 맞게 국민이 원할 경우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수준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원할 경우, 불편함이 없도록 국가가 먼저 나서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것은 물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두루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스포츠권에 대해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이를 요구할 수 있도록 인권교육의 수준에서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무지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기본권과 관련된 역사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그 자체로도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권은 자기결정권의 문제로 보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인 후 자기결정권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또한 스포츠를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국제적인 합의만으로 스포츠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음을 알고, 보다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영국의 경우 “The Equality standard a framework for sport"를 통하여 스포츠에서 평등주의 실현에 노력하고 있다. The Standard is owned by the 5 Sports Councils through the Sports Councils Equality Group(SCEG)은 2004년 11월부터 최초의 스포츠평등의 표준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개정과정을 통해 스포츠에 있어서 평등의 기준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불평등의 유형들은 나이, 장애, 성역할(gender reassignment), 결혼 및 민사협력(civil partnership), 임신 및 출산, 인종, 종교 및 신념, 성별, 성적 지향성, 정치적 견해, 부양가족(dependents) 등에 이른다. 이중 정치적 견해와 부양가족에 관한 사항은 북아일랜드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는데 이는 각 지역에 따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이 사람다운 스포츠가 되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즐기는 생활체육의 목표는 다름 아닌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뭔가가 불편해서 스포츠 현장으로 나오기를 주저한다면 우리 체육계의 지향점은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당연하고 분명한 원칙이 다른 이유에 의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다운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그에 따른 노력은 뭔가 거창한 체육정책을 통해 시설을 짓고, 메가 이벤트를 치러내고, 우수한 성적으로 국위를 선양하는 국가의 역량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없애고, 차별과 관련한 요소들을 두루 살피고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 그것이 참으로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스포츠 현장일 것이다.

* 이 칼럼은 월간 사커뱅크에 기고된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월간 사커뱅크와 칼럼니스트의 허락 하에 게재되었습니다.

글=김현수 (대구예술대학교 교수)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