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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소년 축구의 방향을 묻다-초등 학원팀과 클럽의 공존

등록일 : 2017.09.18 조회수 : 7956
화랑대기 전국유소년축구대회는 초등학교 축구의 축제다.
한국 엘리트 축구의 산실 역할을 해온 학원축구, 그리고 생활축구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한 클럽 축구. 둘은 현재 따로 또 같이 한국축구의 뿌리를 책임지고 있다. 학원팀과 클럽의 상이한 특성으로 인해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그 갈등을 긍정적으로 소화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원팀과 클럽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2003년부터 경주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화랑대기 전국유소년축구대회는 초등학교 축구의 축제다. 8월 10일 개막한 올해 대회에는 141개교, 79클럽 등 총 220개 팀이 참가했다. 지난해까지는 학원팀과 클럽이 나뉘어 대회를 치렀지만, 올해는 달랐다. 예선과 본선은 종전처럼 학원팀 5개 그룹, 클럽 3개 그룹으로 나뉘었지만, 각 그룹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16개 팀은 학원팀과 클럽이 함께 왕중왕전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화랑대기 최초로 학원팀과 클럽이 공존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회 방식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올해 화랑대기 대회를 앞두고 학원팀과 클럽팀 사이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있었다.
학원팀과 클럽의 동상이몽?
화랑대기에 클럽이 참가한 것은 2015년부터다. 당시 학원팀은 기존대로 경주에서, 클럽은 영천에서 완전히 나뉘어 대회를 치렀다. 2016년에는 함께 경주에서 대회를 치렀지만 서로 맞붙을 일은 없었다. 올해 대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학원팀과 클럽을 분리해 대진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개최 승인 통보 공문에 담았다. 2년 전부터 유소년축구연맹과 논의해온 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학원팀과 클럽 모두 똑같은 대한축구협회 등록팀이므로 전국대회 참가에 있어 차별이나 제한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원팀은 종전처럼 대진을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팀 운영과 선수 수급 면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학원팀은 본교 학생만 선수로 뛸 수 있는 반면, 클럽은 학교나 지역에 관계없이 선수를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정책에 따라 합숙소가 폐지되고 관내 전학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 역시 학원팀 운영에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선수 수급 자체가 불공정한 상황에서는 제대로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학원팀의 반발에 클럽도 가지고 있던 불만을 표출했다. 화랑대기에서는 대회 후 우수선수들을 선발해 한국대표 3개 팀을 만들어 해외팀 초청 국제대회를 갖는데, 그간 학원팀 선수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그룹예선 탈락팀들 간의 컵대회인 화랑컵 역시 학원팀들의 몫이었다. 클럽 지도자들은 그간 클럽이 배제돼온 혜택들을 공정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학원팀과 클럽팀 지도자들은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타협안을 도출했다.
중재와 양보의 결과로 왕중왕전 도입... 그렇다면 다음은?
자칫 불만의 분출로만 끝날 뻔 했던 갈등은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의 중재와 학원팀, 클럽 간의 양보로 봉합됐다. 각 그룹별 대진은 분리하되, 학원팀과 클럽의 통합 왕중왕전을 도입한 것이다. 화랑컵과 국제대회 참가 기회도 학원팀과 클럽에 똑같이 돌아간다.

화랑대기 현장에서 만난 지도자들은 합의점을 찾아 예정대로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에 안도하는 한편, 아직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룡초 우상범 감독은 “올해는 서로 서운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학원팀이든 클럽이든 내년을 걱정한다. 내년에도 다시 무조건 통합해서 대회를 진행하라고 하면 똑같은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안초 김기택 감독은 “혹자들은 이런 갈등이 학원팀과 클럽 지도자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하게 하려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가 생긴 것이다. 돈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화랑대기는 1년 중 가장 큰 대회다. 서로 양보하고 개선하면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천유나이티드 U-12 이성규 감독 역시 “화랑대기는 전국의 다양한 선수들이 함께 뛰고 부딪히며 경험할 수 있는 대회다. 그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학원팀 지도자들은 등록규정을 개정해 선수 수급에 형평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평초 이완재 감독은 “학원팀은 선수가 전학을 온 뒤 학교장 직인을 찍어 대한축구협회에 정식 등록을 한다. 선수들을 전학시키도록 부모님들을 설득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클럽도 관할 지역 안에서만 선수를 수급해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함께 경쟁을 한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숭곡초 정상훈 감독은 “학원팀에 대한 등록규정을 조금 풀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의 경우 학원팀이 각 구청과 연계해서 축구교실을 운영할 수 있게 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면 성북구청에서 선발한 선수가 숭곡초 선수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교육부가 서로 협의해 좋은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존중과 소통이 축구 꿈나무들을 웃게 할 수 있다.
한국축구만의 특수한 공존 관계... 필요한 것은 존중과 소통
엘리트 축구를 대표하는 학원축구와 2000년대 들어 급성장한 클럽축구의 공존은 한국축구만의 특수한 풍경이다. 1996년 출범한 한국초등학교축구연맹이 2007년 한국유소년축구연맹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선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과거에 머무를 수만도, 미래만 보고 달려갈 수만도 없다. 변화의 과정 속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갈등들을 추스르고 학원팀과 클럽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학원팀들이 겪고 있는 팀 운영의 어려움과 클럽축구의 성장세로 인한 위기 위식을 이해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축구의 토대가 돼준 학원축구의 공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양평초 이완재 감독은 “학원축구는 한국축구의 뿌리로서 일종의 정통성을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클럽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가는 현 상황에서 학원축구는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학원팀과 클럽을 화랑대기와 같은 큰 대회에서 경쟁을 시키니 학원팀 지도자들은 더욱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유나이티드 U-12 이성규 감독 역시 “화랑대기에 클럽이 참가한지는 얼마 안됐다. 학원팀 입장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서로 조금씩 노력하면 언젠가는 마음의 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학원팀들이 대회를 활성화시킨 공을 인정해야 한다”며 공감했다.

화랑대기에서 만난 지도자들은 이를 위해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비룡초 우상범 감독은 “이번 갈등은 사전에 대한축구협회와 유소년연맹, 팀 감의 소통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 화랑대기에서 2년 전에 클럽을 흡수하기 전부터 미리 대회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세세하게 상의했어야 한다. 여건을 다 마련하고 통합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현장에서 혼란이 생겼다. 이런 일을 또 겪지 않으려면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우선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세부 사항을 논의할 때 현장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 역시 지속적으로 공유해줘야 한다. 서로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서로 만나서 자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이런 부딪힘 없이 서로 편안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한솔초를, 올해에는 한솔FC를 이끌고 화랑대기에 참가한 김동규 감독은 “나 역시 학원팀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학원팀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 양쪽 모두 입장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 학원팀은 학원팀끼리, 클럽은 클럽끼리 뭉칠 것이 아니다. 함께 모여서 한 주제를 가지고 소통을 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9월호 ‘CHECKPOIN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권태정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