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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소년 축구의 방향을 묻다 - 공부와 운동은 병행 가능?

등록일 : 2017.06.08 조회수 : 852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 ’공부‘와 ’운동‘을 다 잘하는 수퍼맨은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학력 수준을 갖춘 운동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과연 ’최소한의 학력 수준‘은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공부하는 선수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장치는 다양하다. 대한축구협회는 2009년부터 초중고 주말리그제를 시행하며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주말리그가 도입되면서 전국 규모의 초중고 축구대회는 학기 중 개최가 금지(주말은 예외)됐다. 이는 모두 학생선수들의 수업 결손을 막아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가장 최근에 이슈로 떠오른 건 최저학력제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전면시행하는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는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하면 보충수업을 받아야 하고, 경기 출전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게 기본 골자다. 교육부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및 경기단체들은 올해부터 최저학력제 확대 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저학력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적용된다. 교육부는 2010년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초, 중, 고에 걸쳐 단계적으로 최저학력제를 적용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모든 학년에 걸쳐 전면시행한다. 적용교과는 초, 중학교의 경우 5과목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다. 고등학교의 경우는 3과목으로 국여, 영어, 사회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해당교과가 개설되지 않을 경우 학교장이 학교체육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타 교과로 대체 가능하다.

최저학력을 산정하는 기준은 학생선수 소속 학교의 해당학년 교과별 평균성적이다. 초등학교는 50%, 중학교는 40%, 고등학교는 30%를 적용한다. 예를 들면 국어과목의 해당학년 평균성적이 70점일 경우 초등학생이라면 35점, 중학생이라면 28점, 고등학생이라면 21점을 넘어야 한다. 적용시험은 매 학기말 고사(이론시험+수행평가)이며 지필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초등학교는 학교 자체 기준을 적용한다.

만약 학생선수가 이 같은 기준에 미달할 경우 학교는 이들을 위해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보충학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중학교는 교과별로 12시간씩, 고등학교는 교과별로 20시간씩 보충학습을 한다. 초등학교는 따로 정해놓은 규정은 없고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실시한다.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운영 및 참여는 의무사항으로 학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학교장이 문책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의 경기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것은 강제하지 않았다. ‘학교장의 재량 하에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정도이지 강제로 출전을 막는 건 아니다. 출전제한이라는 제재를 가하게 되면 학부모 및 선수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 반응은 천지 차이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받아들이는 현장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당장 대학 축구선수들은 C학점 미만일 경우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의 규정 때문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교육부의 초중고 최저학력제와는 달리 강제성을 띠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교 선수들이나 이들을 관리하는 지도자들은 불만이 크다. 전통의 학원 명문팀 언남고등학교 축구부를 이끄는 최승호 감독은 현실을 무시한 제도에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교육부가 만든 최저학력제의 기준이 공부에 익숙치 않은 학생들에게는 가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감독은 “축구도 기본기가 있어야 잘 하듯이 공부도 배워온 기초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고등학생 아이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습관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세대다. (최저학력 기준) 30%는 까다로운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학교 선수들 중 3분의 2는 최저학력에 미달돼 보충수업을 받는다. 보충수업은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여름방학이나 겨울철 동계훈련 기간에도 틈날 때마다 수업을 받아야 해 선수들이 힘들어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KUSF의 ‘학점 미달 출전금지’ 규정은 최 감독을 더욱 한숨 짓게 한다. 그는 “언남고를 졸업해 성균관대에 가있는 내 제자도 학점이 미달돼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졸업하는 아이들도 대학에 가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1년 내내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기 중에는 주중 훈련, 주말 경기를 하니 쉴 시간이 없다. 방학이 되면 전국대회를 한다. 지도자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말리그와 전국대회 일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밝혔다.

반면 현재 중학교와 초등학교 축구부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지금의 중학생 선수들은 과도기에 있는 세대다. 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올 무렵부터 주말리그제가 시행되고 뿌리를 내렸기에 주말리그를 치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다. 이를 통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습관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 축구부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초등학교의 A 감독은 “초등학교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어려움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주말리그제를 시행하면서 선수들이 쉬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국대회 덥고 추운 여름과 겨울 방학에만 하지 말고 봄이나 가을에 한 번씩 했으면 좋겠다. 수업 결손도 그리 많지 않아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클럽 팀 부산 해운대FC(U-12)를 창설해 3년째 지도자를 맡고 있는 여원혁 감독은 “클럽팀을 만든 이유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요즘 학부모들은 운동에 올인하지 않고, 교육열도 높아 자연스럽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여자축구부는 초중고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는 남자축구부와 달리 여자축구는 초중고 및 대학교에서 리그제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기 때문에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 조미희 강경여중 감독은 “여자축구는 리그제가 아닌 토너먼트 대회다. 그리고 1년에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많아야 3~4개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 선수에 비해 공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또한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라 학업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자 대학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고려대학교의 이중규 감독도 “여자 축구는 토너먼트 대회를 비정기적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공부와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체육위원회에서 우리 여자 축구부도 남자 축구부처럼 최저학점제를 곧 시행할 수 있다는 계획을 전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선수들이 C학점 이상 따는 걸 어려워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강의를 빼먹지 않으면서 훈련했기에 문제없다고 본다. 오히려 몇몇 선수들은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개선 방향은?
주말리그, 전국대회 방학 개최, 최저학력제 등 각종 정책은 ‘공부하는 선수를 만들자’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이러한 수단이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때와 상황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현장의 의견과 동떨어져서도 안 된다.

먼저 최저학력제의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승호 언남고 감독은 “기준을 다른 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소속 학교의 해당 학년 평균성적을 기준으로 삼는 건 불공평하다. 해당 학교나 학년에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몰려있으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원혁 해운대FC 감독은 “최저학력 기준을 단순히 점수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바꿀 필요는 있다고 본다. 초등학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중학교, 특히 고등학교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운동 선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초등학교의 A 감독은 “아직까지도 몇몇 분들은 운동선수들이 예전 방식대로 두드려 맞고, 하루 종일 운동만 하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평일에도 부모들이 최소 10~20명씩 학교에 와있다. 선수들에게 욕하거나 혹사를 시키는 것은 상상도 못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학력제라는 것이 만약 ‘운동선수는 무식하다’는 전제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이는 반드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동부 선수들보다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은 특별학교에 보내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CHECKPOIN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