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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소년 축구의 방향을 묻다 - 8인제 축구의 명과 암

등록일 : 2017.05.18 조회수 : 2038
지난해 화랑대기 전국유소년 축구대회에서 8인제 축구가 펼쳐치고 있다.
스몰사이드게임(Small-Sided Game), 특히 8인제 축구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기술 발전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유소년 축구 현장에 완벽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라는 이상, 성적이라는 현실의 괴리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8인제 축구가 모두에게 환영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ONSIDE>가 유소년 축구 현장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몰사이드게임은 말 그대로 ‘미니 축구’다. 국제 규격(길이 100~110m, 너비 64~75m)보다 작은 경기장(권장 규격 68m x 47m)에서 진행된다. 풋살(Futsal)과는 개념이 다르다. 풋살도 엄연히 축구를 근간으로 하지만, 실내에서 진행되며 경기장 규격(국제규격은 길이 38~42m, 너비 20~25m)도 다르다.

스몰사이드게임은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가 이뤄지는 만큼 템포는 더욱 빨라지고, 전환도 쉴 새 없이 이뤄진다. 이런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이 필수다. 일대일 경합이나 골문 앞에서의 공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미 축구 선진국에서는 스몰사이드게임을 활용한 훈련과 대회가 활성화된 상태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아직까지 스몰사이드게임과 거리가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인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단계별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어린 선수들의 볼터치 횟수를 늘리고 기술 발전이 용이하도록 스몰사이드게임 및 8인제 축구 도입을 추진 중이다.

8인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되어 있으며, 성인 축구인 11인제로 연결되기도 쉽다. 그러나 일선 지도자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기술 발전을 위한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성적을 중요시하는 한국 유소년 축구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서 일선 지도자들에게 스몰사이드게임 및 8인제 축구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그들은 8인제 도입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8인제 축구를 향한 현장의 목소리에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게 사실이다.
‘8인제하고 싶지만...’

8인제 도입의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4월호 <ONSIDE>에서 좌담 형태로 다룬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교육실장은 “축구인들과 이야기해보면 다들 어린 선수들의 기술 발전이 더디고 특징 있는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라면서 “8인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지만 축구 선진국에서는 이를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지도자들에게 8인제 축구는 아직 멀기만 하다. 8인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야 한다. 가장 먼저 8인제 축구를 가르쳐야 할 지도자들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북 현대 U-12팀 신용주 감독은 “8인제 축구가 도입될 경우 지도자들도 전술 운영이나 포메이션에 변화를 줘야 한다. 이를 아직 접해보지 못한 지도자들이 많기에 우선 체계적인 보수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FC 여원혁 감독도 “무조건적인 8인제 도입보다 먼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마인드가 개방적으로 변해야 8인제 도입도 쉽다”고 강조했다.

성적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도 8인제 축구 도입을 망설이게 한다. 양평초등학교 이완재 감독은 “8인제 축구를 할 경우 좁은 공간에서 짧은 패스로 빌드업하는 모양이 되어야 하는데,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앞에 키 큰 애들을 두고 ‘뻥축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라는 8인제 축구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뜻이다.

팀마다 8인제 축구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묘하게 다르다. 프로 유스 팀인 전북 현대 U-12팀 신용주 감독은 “우리의 경우 팀이 재정도 좋고 협조도 잘해줘서 8인제 축구를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원 팀 지도자인 양평초등학교 이완재 감독은 “저학년일수록 기본기 훈련을 충실히 시켜 고학년으로 갈수록 기본기 결핍 현상이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경기에 나가면 성적을 내야 한다. 성적이 좋지 않아 인원수가 줄게 되면 지도자 보수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인원이 적은 팀들은 골고루 기회가 돌아가는 게 가능해 8인제 축구에 찬성할 수 있겠지만, 인원이 많은 팀들은 8인제 축구를 시행할 경우 선수들의 활용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면 8인제 축구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다.
8인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8인제는 11인제에 비해 3명이 줄어드니 선수활용이 어려울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의 빌드업 능력 향상을 위해 8인제를 도입해도 역시나 뻥축구를 하게 될 것이다’는 우려를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스몰사이드게임이 활성화된 유럽의 사례를 확인하면 오해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대표팀 오성환 피지컬 코치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스몰사이드게임의 장점을 설파했다. 독일 라이프치히 스포츠과학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오 코치는 스몰사이드게임에 관한 논문도 작성한 바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스몰사이드게임을 할 때 롱킥을 제한한다. 만약 골킥이 중앙선을 넘으면 볼 소유가 상대편으로 넘어가고, 교체는 핸드볼이나 농구처럼 수시로 가능하다.

오 코치는 “교체를 안 시키고 뛰는 선수만 계속 뛰게 하면 스몰사이드게임을 시행하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좁은 공간에서 계속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 이기려면 오히려 선수 교체를 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 초등학교 축구가 총 50분인데, 스몰사이드게임은 20분씩 3쿼터 혹은 30분씩 2쿼터를 하기에 경기 시간도 더 길어 교체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교육실장은 “앞으로의 축구 경기는 핸드볼처럼 될 것이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골문 앞에서의 공방이 더욱 중요해진다. 스몰사이드게임은 골문 앞에서의 공방을 빈번하게 하고, 본능적 기술 발현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스몰사이드게임의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경기 규칙을 세밀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진다면 스몰사이드게임을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스몰사이드게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협회와 일선 지도자가 만나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선 지도자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유소년 축구의 본질은 기술 발전이다. 8인제 축구는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 불리한 현실이 있다면 개선해야 하고, 다음에는 발전 방향을 이야기해야 한다. 일선 지도자들은 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해답을 내놨다.

전북 현대 U-12팀 신용주 감독은 낮은 연령대부터 순차적으로 8인제 축구를 도입하자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6학년 선수들이 경기에 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니, 당장 6학년부터 8인제 축구를 도입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 4학년이나 5학년 때부터 차례대로 도입해 연령대별로 체계적인 운영을 펼치고, 이를 확대해 6학년까지 올라올 수 있게 만들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초등학교 이완재 감독은 8인제 축구에 대한 필요성이 일선 지도자들에게 더 많이 공유되길 바랐다. “공청회를 열어서 일선 지도자들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8인제 축구를 추진할지에 대한 정책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팀마다 모두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의 방향이나 추진 계획들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해운대FC 여원혁 감독은 8인제 대신 9인제 도입을 제안했다. “8인제의 경우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3-3-1이다. 스페인이나 일본 등 패스 축구를 주로 하는 팀들이 3-3-1 포메이션을 활용하는데, 이 경우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은 패스 연결만 계속 해야 한다. 움직이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3-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을 더 두게 되면 3-4-1 포메이션이 된다. 이 경우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드리블을 시도하더라도 나머지 한 명이 자기 자리에서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금 더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11인제와의 연결도 더 쉽다”고 말했다.

스몰사이드게임, 8인제 축구를 향한 현장의 목소리는 오늘도 뜨겁다. 하지만 방법의 차이일 뿐, 유소년 선수의 개인 기술 발전이라는 지향 점은 모두 같다. 대화로 차이점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모두가 스몰사이드게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협회와 일선 지도자가 만나 접점을 찾아간다면 그날은 훨씬 빨리 다가올 것이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CHECKPOIN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