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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권 칼럼 14] ‘개선’되지 못한 개선안과 희망적인 기다림

등록일 : 2017.05.08 조회수 : 668
몰랐던 진실?

사상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된 체육특기자의 학사관리 문제는 교육부의 실태조사를 통해 대학 스포츠현장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간 체육특기자들은 운동만이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 결과, 대학의 구성원들의 조직적이고, 관례적인 ‘봐주기’를 통해 생존해 왔음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의 기사의 제목을 보더라도 “교육부, 체육특기자 실태 조사…학사 관리 엉망 드러나”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체육·스포츠와 관련 있는 정부부처는 물론 현장의 체육인들에게 있어서 “드러났다.”는 표현은 적절한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드러난’ 것인가?

드러났다고 한다면 속에 가려져 있거나 잘 보이지 않았다가 잘 보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체육특기자의 부조리한 학사관리가 정녕 잘 보이지 않던 문제였다는 것인가? 모두에게 보이던 문제였지만 너무나 당연해 보여서 외면했던 문제는 아니었던가? 사실 이 문제는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운동선수인 친구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수업시간 내내 잠을 자도, 며칠씩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시험을 치지 않아도, 졸업앨범에는 버젓이 졸업한 것으로 나와 있는 것은 물론??상급학교로 진학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체육특기자 유무를 떠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되다!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 체육특기자들의 이런 모습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사실 어려운 점이 많았다. 운동만 잘하면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입시제도와 운동에 전념해도 모자란 시간에 학업을 강요하는 것은 이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현장의 인식은 학생선수들과 학부모들의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이다. 학생선수가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과 경기력 향상은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엘리트 스포츠인들의 핀잔도 일부의 주장이 아닌 대세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첨예한 경쟁구도를 본질로 삼는 체육계에서는 운동을 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소위 딸려가는 소수들은 혹시 앞서가는 선수들에 방해가 될까 자신의 권리도 희생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행태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국정농단사태를 통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최근 체육특기자 문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인도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교육부는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각급학교들은 그 동안 부실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늦었지만 바로잡고자 노력했으며, 언론의 보도도 그 동안 성과 위주의 체육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보이고자 함께 노력했다. 체육특기자들은 국가주의 체육정책의 희생양이었기에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할 그런 집단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또 다시 후퇴

그러나 지난 4월 9일, 교육부는 체육특기자제도 개선안을 통해 그 동안 알고 있던 것을 몰랐던 척 하던 행태에 이어 그간의 부조리에 면죄부를 주는 것을 아예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시 체육특기자 인권은 후퇴를 하겠노라 천명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기존 체육특기자의 전국대회 출전 제한이 2004-2017년까지 횟수제한의 형태로 2-4회이던 것을 2018년부터는 아예 폐지하고, 대신 수업일수의 1/3까지 결석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수업일수가 1년에 약 190일인 것을 감안하면 대놓고 약 63일은 결석하겠다는 것이다. 이 63일은 아마도 일부 운동부 지도자들에게는 결석할 수 있는 권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뿐만이 아니다. 대학 선수들에게는 대학생답게 더욱 ‘자율성(?)’을 주려고 한다. 현재의 학칙인 1/4선을 넘어 수업일수의 1/2까지 수업대체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방학을 제외하고 학기당 15주 수업에서 7주는 교내에 없어도 된다는 말이다. 단언컨대 이렇게 되면 이들에게는 진정한 대학생활은 없을 것이다. 자기들끼리만 모여 숙소에서, 또 운동장에서 아등바등하던 그 모습만 남아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그 이유를 들어보면 학부모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어떤 학부모들의 요구인지, 학부모 항의의 본질을 정말 몰라서 그런 것일까 강한 의문이 든다.

그래도 희망!

이번 대선에서는 모 후보가 교육부 해체론을 내놓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개혁의 대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왜 그들이 지금의 교육부 형태로는 한계라고 하는지 교육의 현실을 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특히 체육특기자 제도에 대해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체육정책과 관련한 언급을 보면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는 한계에 왔음을 함께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대학신문에 소개된 Q & A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Q. 체육특기생 제도에 대한 생각과 이를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은?

<문재인>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 중 40%가 무직자, 엘리트선수 제도 변화가 필요”
“올해부터 실시된 C학점 미만 출전제한 규정 현장 혼돈은 이해”
“각 대학에서는 학생선수를 선수 이전에 학생으로 바라보고 학생들의 기본권, 학습권을 지켜줘야”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려는 제약이 아니라 학생 학습권 지켜 공부를 하게 하려는 취지에 공감 당부”

<홍준표>
“체육특기생 제도의 문제점 등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제도를 보완하겠다”

<안철수>
“학제개편으로 도입될 정부의 입시 공정성을 위한 학생/학부모 보호 위원회에서 체육 특기자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

<유승민>
“엘리트체육의 문제점과 한계가 드러난 것”
“운동과 학습 병행하는 문화 조성 필요”
“외국처럼 직업을 가진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고, 월드컵에 발탁될 수 있도록 사회체육으로 전환”

<심상정>
“생활체육과 학교체육 활성화로 저변 넓히는 게 필요”
“학교스포츠클럽 등 체육교육 활성화, 1학생 1운동, 생활체육시설 확충을 공약으로 제시”
“학생은 운동을 즐기고, 학생선수는 학업을 병행해야 재능 있는 선수가 발굴돼”
“체육특기생 제도를 믿고 따라온 학생들이 있는 만큼 신뢰이익을 존중해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이번 체육특기자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듯하다. 과거의 ‘체력은 국력’과 같은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과 관련한 문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스포츠가 갖는 사회적 역할과 교육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런 맥락 속에서 학생운동선수가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장미대선이 지나면 교육부의 이번 개선안은 체육특기자 제도의 개혁과 함께 폐기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체육특기자들은 이제 운동과 학업을 모두 잘하는 그런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조금 더 둘러가겠지만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그 동안도 많이 기다렸지 않은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이루는 데 스포츠가 큰 역할을 할 날이 머지않았다.

* 이 칼럼은 월간 사커뱅크에 기고된 원고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월간 사커뱅크와 칼럼니스트의 허락 하에 게재되었습니다.

글=김현수 (대구예술대학교 교수)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