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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POINT] 수비수의 세계를 파헤치다

등록일 : 2017.03.15 조회수 : 1659
'중앙수비수는 무조건 키가 커야 한다'는 선입견을 깬 FC바르셀로나의 카를레스 푸욜. 그는 178센티미터다.
수비수는 항상 하이라이트에서 비켜나 있다. 모든 관심의 대상은 멋진 골을 넣는 공격수다. 그러나 스포츠계의 격언은 수비에 방점이 찍혀있다. ‘공격은 팬들을 기쁘게 하지만 수비는 감독을 기쁘게 한다’는 것이다. 감독을 기쁘게 하는 우승을 가져오는 수비, 그 고귀한 임무를 맡고 있는 수비수에 대해 알아보자.

수비수란 무엇인가?
축구 종목에서 수비수는 단순하게 말하면 골키퍼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다. 상대팀이 골을 넣지 못하도록 골문 주변을 지키는 게 이들의 주된 임무다. 요즘 들어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이나 빌드업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비수의 1차 목표는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수비수는 위치상 중앙수비수와 측면수비수로 나뉜다. 현대축구에서 주로 활용하는 포백과 스리백 시스템을 기준으로 봤을 때 포백은 2명, 스리백은 3명의 중앙수비수를 둔다. 중앙수비수는 주로 신체조건이 좋아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에 능한 선수가 맡게 된다. 반면 측면수비수는 발이 빠르고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맡는다.

중앙수비수도 역할에 따라 나누면 스위퍼, 스토퍼로 구분할 수 있다. 주로 스리백에서는 1명이 스위퍼, 2명이 스토퍼를 맡는 식으로 명확하게 역할 구분이 이뤄지지만 포백에서는 2명의 스위퍼와 스토퍼 역할을 동시에(혹은 번갈아) 수행한다. 팬들에게 친숙한 조합을 예로 들어본다. 2002 월드컵 당시 한국이 자랑하는 스리백에서는 홍명보가 스위퍼, 최진철과 김태영이 스토퍼다. 2000년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중앙수비수 듀오 네마냐 비디치와 리오 퍼디낸드는 둘 다 강력한 스토퍼이자 영리한 스위퍼였다.

스위퍼는 수비수 중 가장 뒤쪽으로 처져 경기를 조율하고, 스토퍼가 놓친 공격수를 막아선다. 또한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른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고 흐름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스토퍼는 상대 최전방 공격수와 직접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파워와 제공권이 필수다.

측면수비수는 중앙수비수의 양 옆에 서는 선수로 풀백 혹은 윙백으로 불린다. 풀백이 온전히 수비수로 분류되는 반면 윙백은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분류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풀백이든 윙백이든 현대축구에서는 측면수비수의 공격 가담을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다.
홍명보는 영리한 스위퍼의 교본과 같은 선수다
좋은 수비수가 되려면
수비란 볼의 진행 방향에 따라 기술적인 측면(개인/협력) 혹은 전술적인 측면(포지션)을 이용하여 상대를 방해하거나 막는 것이다. 볼을 차단한 경우에는 역습까지 염두에 두는 것까지 수비의 범위로 포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수비수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최철우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는 이를 중앙수비수와 측면수비수로 나눠 설명했다. 최 전임지도자는 “중앙수비수는 위치선정, 인터셉트, 헤딩, 빌드업 능력이 필요하다. 반면 측면수비수는 활동량(지구력), 크로스, 일대일 능력, 패스, 2차 움직임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스피드는 중앙수비수와 측면수비수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발 빠른 윙어를 상대하는 측면수비수에게 좀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개 덩치가 큰 최전방 공격수와 싸워야 하는 중앙수비수는 인터셉트와 제공권 싸움을 위해 파워를 기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몸을 키우면 스피드가 느려져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적정 체중과 근육량을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파악해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게 최 전임지도자의 설명이다.

또한 단순히 키가 작아 중앙수비수를 포기하려는 선수들은 재차 고려할 필요가 있다. FC바르셀로나의 카를레스 푸욜은 키가 178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손에 꼽히는 중앙수비수로 인정받으며 프로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선수로 활약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푸욜을 실제로 봤다. 당시에는 측면수비수로 활약했는데 팔뚝이 내 종아리보다 두껍더라”고 회상한 최 전임지도자는 “키 작은 중앙수비수는 단점인 제공권을 상쇄할 확실한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푸욜처럼 파워가 월등하거나 예측 능력이 좋아 인터셉트를 잘 하면 된다. 또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측면수비수가 갖춰야 할 자질(크로스, 일대일 능력, 패스 등)을 살펴보면 측면수비수에겐 단순히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 가담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중앙수비수에 비해 스피드와 민첩성이 더 요구된다. 전북현대의 측면수비수 최철순은 “측면수비수는 상대 공격수가 치고 나가면 거기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니 민첩성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콘을 놓고 좌우로 빠져나가며 스텝을 맞추는 코디네이션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점프 훈련과 줄넘기도 많이 했다. 순발력과 민첩성, 지구력을 기르는 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이탈리아 세리에 감독을 역임한 렌조 울리비에리가 지난해 파주 NFC에서 한국 유소년 선수들에게 수비 노하우를 가르치고 있다.
현대적인 수비수의 마인드와 움직임
‘카테나치오(빗장수비)’는 이탈리아 축구의 대명사다. 이탈리아가 월드컵이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은 견고한 수비에서 기인하는 면이 크다. 그들은 주변국들의 장점을 흡수해 한층 더 발전한 수비 전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 수비의 노하우를 분석하고 따라하는 것은 현대축구의 흐름에 부합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이탈리아축구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2년 연속 이탈리아 지도자를 초청해 유소년 훈련 및 지도자 교육을 진행했다. 이때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지도자 렌조 울리비에리가 던져준 조언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 이탈리아 세리에 프로팀을 35년 동안 지도한 베테랑의 수비 조언을 공개한다.

"위험한 상황, 즉 골문에서 가까울수록 대인방어가 아닌 공간방어를 해야 한다. 공격수 입장에서 수비수가 밀착해 있으면 간단한 동작으로도 수비수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손으로 잡거나 몸싸움을 심하게 해도 파울을 잘 불지 않았지만 현대축구에서는 그렇지 않으므로 페널티박스 내에서 대인방어와 밀착수비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 더 나은가에 대한 판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교육에 참가한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가장 의아해한 대목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위험지역에서도 수비수들에게 볼보다는 사람을 따라다닐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렌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마크맨을 등지더라도 볼을 볼 수 있는 자세를 취하라’,‘볼이 투입될 공간을 막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렌조는 볼과 마크맨을 모두 신경쓸 수 없다면 볼이 우선이라고 했다.

“수비수에게 가장 우선순위는 상대 공격수에게 볼이 투입된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볼이 움직일 때 줄기와 방향을 예측해 상대 공격수에게 볼이 투입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볼이 상대 공격수에게 투입되면 뒤로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차단하면 그만큼 전방으로 전진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공격적인 수비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수동적으로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패스 루트와 움직임을 예측해 공격수가 볼을 제대로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리오넬 메시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아예 볼을 못 잡게 하는 것이다.

"4백이 뒤로 물러설 때는 뒷걸음질 치거나 두 발 모두 공중에 뜨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반드시 볼을 주시하며 러닝스텝으로 이동한다. 스텝을 멈추면 발끝은 볼을 향해, 두 발은 일자가 아니라 사선으로 서야 한다.“
수비수가 공격수에 비해 수적 열세에 놓여있을 때, 역습을 허용할 때는 불가피하게 물러서면서 수비를 해야 한다. 렌조는 뒤로 물러서면서 수비해야할 때도 볼을 바라보고, 볼을 투입될 공간을 막을 수 있는 포지션과 자세, 스텝을 중시했다. 한국의 유소년 선수들이 자기 주변의 공격수만 바라보다가 볼의 방향을 놓치면 렌조의 불호령을 들어야 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CHECKPOIN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