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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권 칼럼 13] 체육인들은 반성이 먼저다!

등록일 : 2017.01.19 조회수 : 1654
체육계는 반성할 것이 없나

최근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로 인한 국정농단, 특혜, 그리고 비리 문제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대통령과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관련자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 사건은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 사건의 출발은 이미 오래전이겠지만, 우리 체육계와 관련하여서는 체육정책들을 제멋대로 주무르면서 부정을 저지르기 위한 두 재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는 곧이어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이의 자녀와 관련한 대학 부정입학 의혹과 학점 특혜문제,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본격화되었다. 물론 궁극적인 사건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겠지만 이 중대한 문제가 체육계의 언저리로부터 터져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큰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 체육계는 상당부분을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되다 보니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각종 협회나 연맹 등 경기단체들은 비교적 국가권력에 충실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체육계의 이런 성향들 덕분에 체육을 염려하는 시민사회로부터 자생력을 키우기 보다는 정치와 그 권력에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올림픽 헌장의 한 구절은 그들에게는 머나먼 이상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이상을 외치는 것 또한 현실 감각이 없는 것으로 치부하던 모습은 우리 체육계의 본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국정농단 사태로까지 비화된 이 사건의 중심에서 부역하거나 침묵했던 체육계의 그 많은 이들은 과연 지금 이 시국에 반성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 다. 개인적으로 이런 의문은 최근 발표된 한국체육학회와 한국체육단체총연합회의 시국선언을 통해 더욱 강해졌다. 그 시국선언문에는 마치 지금까지의 체육계는 너무나 건전하고, 선진화된 모습이었으나 박근혜 정부의 체육정책 때문에 모든 것이 비정상이 되었고,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징벌적 예산삭감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시국선언문이 체육·스포츠계의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한국체육학회 및 11개 분과학회를 중심으로 발표되었다는 사실에 실망과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또한 총 5만 1709명이 동의했다는 그 절차도 불투명하기 그지없어서, 도대체 누가 이 시국선언문을 작성했고,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발표되어 대다수의 회원들은 오히려 어리둥절해 하는 촌극이 빗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16년 11월 7일 체육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체육인 시국선언’에서 체육인들이 피해자이지만 부역도 했다는 반성과 함께 현 시국을 비판하던 진솔한 모습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체육인들은 반성이 먼저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매주 평화적 촛불집회를 통해 강하게 그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매주 100만 명이상이 모여 평화적으로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여 과연 우리 체육계는 스스로의 반성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고민하고 있는가, 진지한 자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여러 체육정책들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소문이 체육계에 파다할 때,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로 넘쳐났었고,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힘껏 박수를 쳐대던 사람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벌인 일련의 사건들과 평화적인 촛불집회는 국가적 신뢰문제에 대한 원인과 결과이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 사회의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의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이것은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 사회의 모든 것이 문제라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 각자의 이념과 사상을 넘어 우리가 공유하고 있던 공정함에 대한 암묵적인 믿음, 즉 사회적인 페어플레이가 무너진데 대한 분노에 다름 아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 Arendt)가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 불렀던 평범한 이들의 사유의 부재와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 그리고 그에 의존하는 수동성을 통한 우리 체육계의 부역들은 그 동안 우리 체육계의 한 단면이었음을 자인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고, 권력이다. 제 아무리 국가 최고의 권력이라 하더라도 국민을 배신하는 부역자들이 없이는 국정농단은 불가능하다. 우리 체육계에는 이런 부역자들이 없었노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체육계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스스로 반성부터 해야 한다.

* 이 칼럼은 월간 사커뱅크 2016년 12월호에 실렸던 것으로 월간 사커뱅크와 칼럼니스트의 허락 하에 게재되었습니다.

글=김현수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