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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분석] 전북의 아시아 챔피언 등극, 이동국이 숨은 영웅이었다

등록일 : 2016.12.13 조회수 : 6814
전북현대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 현대가 알 아인(UAE)을 물리치고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1, 2차전 합계 스코어 3-2로 알 아인을 꺾었다. 1차전을 2-1로 이긴 게 결정적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린 전북은 곧바로 두 골을 넣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1차전을 중심으로 결승전을 돌아본다.

성공적이지 못했던 오마르 방어
전북은 1차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최철순과 중앙 수비수 김형일이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움직임에 따라 포지션이 바뀌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오마르가 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오면 자리가 바뀌면서 김형일이 미드필더 자리에 서고 최철순이 가운데 수비 위치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상 최철순이 오마르를 전담 마크했다.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오마르를 따라다니게 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최강희 감독은 이전 경기에서도 위협적인 상대 공격수를 봉쇄하기 위해 최철순을 전담 마크맨으로 기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최철순과 김형일이 원래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오마르의 움직임에 따라 적절하게 마크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마르를 최철순이 전담 마크하면서 최철순과 김형일의 포지션에 변화가 생겼고, 김형일이 미드필드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원활하지 못한 모습이 발생했다. 수비 시에도 오마르에게 몇 번의 결정적 찬스를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2차전에서는 오마르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한 단계 내려가고, 더글라스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더 밑으로 내려가 플레이하는 오마르를 막기 위해 최철순이 따라가다 보니 중앙 수비수 앞 공간이 비었고, 이를 이명주가 파고들었다.

수비는 대인 마크를 할 때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때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경기 내내 한 선수를 완벽히 마크하기는 어렵다. 전담 마크는 전체 수비 조직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 전북이 이기긴 했으나 오마르를 제대로 마크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지난 상하이 상강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세계적인 선수 헐크를 상대할 때는 전담 마크를 하지 않았다. 조성환과 김형일이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헐크를 상대했고, 수비 조직도 안정감이 있었다. 물론 알 아인과의 결승 1차전에서는 조성환이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했기에 최 감독이 고심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이동국은 베테랑다운 플레이로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다시 증명된 이동국의 클래스
전반을 0-0으로 마친 양 팀은 후반 초반에는 결정적인 기회를 주고받았다. 알 아인이 먼저 찬스를 잡았다. 후반 8분 오마르가 전북 진영 가운데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을 노렸으나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에 막혔다. 5분 뒤에는 오마르의 킬 패스를 받은 아스프리야가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았으나 퍼스트 터치가 길어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전북도 곧바로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이재성이 레오나르도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연결했으나 헛발질하며 찬스가 무산됐다.

결국 후반 18분 알 아인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빠져나간 오마르가 전북 수비 3명의 마크를 뚫고 정확한 패스를 날렸고, 아스프리야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최강희 감독은 실점 이후 곧바로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김보경 대신 이동국을 투입하면서 투톱으로 전술적 변화를 줬다. 이는 동점골과 역전골로 연결됐다.

전북이 경기를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동국이 교체로 들어가 짧은 시간에 반전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5년 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부상을 당해 제대로 뛰지 못했던 이동국은 이번 결승에 사활을 걸었다.

1차전에서 레오나르도가 두 골을 넣으며 주인공이 됐다. 동점골은 상대 골키퍼가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로 환상적인 골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동국의 존재감이 더 돋보였다. 반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이동국이 투입돼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놨다. 스트라이커였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줬다. 1차전 1-1로 맞선 상황에서는 김신욱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2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앞에서 적극적인 스크린 플레이로 한교원의 선제골을 보이지 않게 도왔다.

이동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롭고 침착한 플레이를 한다. 하루아침에 생긴 능력이 아니다. 후반에 투입되면서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팀이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많은 경기 경험과 노하우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동국만의 클래스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TACTICAL ANAYSIS 2'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술=허정재(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정리=오명철
사진=대한축구협회